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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켜주지 못해 미안해"…가방에 들어가 숨진 9살 A군 향한 추모 이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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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켜주지 못해 미안해"…가방에 들어가 숨진 9살 A군 향한 추모 이어져

2020-06-06 15:41:26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가방에 들어가 숨진 9살 A군 향한 추모 이어져

[앵커]

계모에 의해 7시간이나 여행용 가방에 들어가 있다가 결국 숨진 9살 A군에 대한 추모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A군이 다녔던 초등학교에는 작은 추모공간도 마련됐다고 하는데요.

현장에 나가 있는 취재기자 연결해 자세히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이호진 기자.

[기자]

네, 충남 천안 환서초등학교에 나와 있습니다.

제가 서 있는 이곳은 지난 3일 안타깝게 운명을 달리한 A군을 위한 추모 공간입니다.

A군은 지난 1일 계모 43살 B씨가 여행용 가방에 들어가 있으라는 말에 가방에서 몸을 구부린 채 7시간을 버텼지만 끝내 운명을 달리했습니다.

A군이 다녔던 이 학교에서는 어제부터 이 곳에 추모공간을 마련했는데요.

보시는 것처럼 A군의 죽음을 애도하기 위한 발길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저도 미리 와서 추모글을 적어 놓은 메모지를 살펴봤는데, 눈물을 참느냐고 혼났습니다.

인상 깊었던 추모글을 있어 하나만 읽어드리겠습니다.

<추모글> '하늘에 별이 된 아가야, 우리 한 번쯤은 마주쳤을 건데, 너의 슬픈 눈을 내가 알아보지 못해서 미안해. 잊지 마! 넌 하나도 잘못하지 않았어. 넌 정말 잘 참아 주고, 버텨왔어. 그동안 아프고, 괴롭고, 목마르고, 배고프고, 숨이 답답하고, 힘들고…너무 고생했지? 이제 아프지 말자.'

[앵커]

정말 가슴 아픈 문구네요.

또다시 결국 어른들의 잘못으로 한 아이가 죽음에까지 이르게 된 건데, 이 기자, 이미 많이들 알고 계시겠지만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건지 다시 한번 짚어주시죠.

[기자]

네, 사건을 재구성해보자면, 결정적인 사건이 벌어진 건 지난 1일입니다.

지난 1일 정오쯤으로 추정되는데, A군의 계모 B씨가 A군이 게임기를 부수고도 부수지 않았다고 거짓말을 한다는 이유로 여행용 가방에 들어가 있으라고 합니다.

당시 A군이 들어간 가방의 크기는 가로 50cm, 세로 70cm 정도로 9살 남자아이가 들어가기에는 너무 작은 여행용 가방이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었죠.

B씨는 아이를 가방에 가두고도 태연하게 밖으로 외출을 하는데요.

3시간이나 외출을 하고 들어온 B씨는 A군이 가방에 소변을 본 것을 확인하고 심지어 더 작은 가방에 들어가라고 지시하기에 이릅니다.

경찰에서 확인한 바로는 두 번째로 A군이 들어간 가방은 크기가 가로 44, 세로 60cm에 불과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B씨는 가방이 작아 아이가 들어가지 않자 몸을 더 구부려 들어가라고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우리나라 9살 평균 키가 125cm 정도입니다.

설령 A군이 키가 작았다고 치더라도 몸을 절반으로 구부려야 겨우 들어갈 수 있었던 크기 입니다.

B씨가 아이가 숨을 쉬지 않는다며 신고를 한 시간이 7시 25분쯤이니까요.

그렇게 A군은 숨조차 쉬기 어려웠을 가방 안에서 7시간을 버틴 겁니다.

[앵커]

아무리 아이가 거짓말을 했어도 이건 아닌 것 같은데요.

아이는 어떤 상태로 병원으로 옮겨졌던 거죠?

[기자]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A군은 발견 당시부터 심정지 상태였습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급대원들은 1시간 가량을 사력을 다해 심폐소생술을 실시하며 A군을 병원으로 옮겼다고 전했습니다.

병원에서도 최선을 다해 A군을 살려보려 했지만, 병원으로 옮겨질 때부터 A군은 기계호흡에 의지해야했습니다.

그리고 끝내 병원으로 옮겨진 지 사흘째 되는 날 사망했습니다.

A군의 빈소는 천안으로 이사 오기 전 거주하던 부천에 마련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앵커]

도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었던 건지, 안타깝기만 한데요.

A군이 이번에만 학대를 당한 것도 아니었다면서요.

[기자]

네, 이미 많이 알려진 사실입니다만, A군은 자주 학대를 당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지난달 5일에도 학대 정황이 포착돼 B씨와 A군의 친부 C씨가 경찰조사와 아동보호전문기관 조사를 받기도 했습니다.

그전에도 지난해 10월부터 4차례 학대가 있었다는 사실도 이들은 시인했는데요.

이로 인해 많은 분들이 아이의 죽음을 미리 막을 수 있었던 것 아니냐고 안타까워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저도 지인들로부터 처음 학대가 확인됐을 때 아이와 부모를 분리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저도 종종 받는데요.

이게 우리나라에서는 원가정보호정책이라고해서, 아이를 가정에서 분리하는 게 최선은 아니라는 판단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아이와 부모, 혹은 보호자의 동의가 모두 이뤄져야 아이를 분리시킬 수 있는데요.

안타깝게도 자신을 괴롭히는 부모지만 A군은 그래도 부모 곁에서 살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또 당시에는 B씨와 C씨도 잘못을 인정하고 훈육방법을 바꾸겠다는 등 다짐을 했다고도 하고요.

[앵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어쩌면 어른들이 미리 막을 수 있었던 일인데, 방법이 없었던 걸까요?

[기자]

사실, 이게 제 개인적인 판단입니다만, 코로나19 사태도 이 사건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아이들의 학교 등교 개학이 미뤄졌던 것으로 간접적인 원인이라고 보는 건데요.

정상적이라면 이미 A군은 학교를 다니고 있었어야 하는 상황이고, 그랬다면 지난달 5일 발생한 학대도 학교에서 이미 알아차릴 수 있었던 일입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미뤄진 개학으로 인해 아이들은 집에서 지내게 됐고, 집에서 벌어진 학대를 학교에서 알아차리지 못했던 겁니다.

실제 A군이 가방에 갇혔던 날도 온라인으로 학습자가진단과 건강 상태 체크가 이뤄졌지만, 특별한 이상은 감지할 수는 없었습니다.

A군의 담임교사가 A군과 문자메시지를 주고받기도 했고, B씨도 A군에게 아무 일 없는 것처럼 답변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A군은 결국 새 친구들을 만나야될 날, 세상을 떠났습니다.

[앵커]

이 사건으로 인해서 많은 분들이 공분하고 있습니다. B씨에 대한 신상공개와 처벌 강화도 요구하고 있다고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청와대 국민청원 등을 통해 수많은 사람들의 공분이 표출되고 있습니다.

국민청원은 B씨의 신상공개와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고 있는데요.

사실 신상공개는 전적으로 수사를 맡고 있는 지방경찰청에서 결정이 되는데, 아직까지 신상공개에 대한 검토는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처벌은 현재 B씨에게 적용된 혐의가 아동학대치사인데요.

법원에서 B씨의 죄가 확정될 경우, 최대 무기징역까지 형이 선고될 수 있습니다.

[앵커]

네, 이 기자 경찰 수사는 어느 정도 진척된 내용이 있나요?

[기자]

네, 아직 더 진척된 내용은 없습니다.

경찰은 계속 수사를 이어나가고 있고, B씨뿐만 아니라 C씨도 아동학대 혐의 적용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는데요.

경찰은 A군이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은 명확하기 때문에 그 외에, 혹은 그 이전에 학대가 있었는지 여부도 조사할 계획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A군의 부검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앵커]

네, 이 기자,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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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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