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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입견 없이 평등하게 재판"…시각장애인 판사의 하루

뉴스사회

"선입견 없이 평등하게 재판"…시각장애인 판사의 하루

2024-04-25 07:26:48

"선입견 없이 평등하게 재판"…시각장애인 판사의 하루

[앵커]

오늘(25일)은 법의 날입니다.

법의 가치는 모두에게 평등하게 적용될 때 빛이 나지요.

그래서 법관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억울한 이가 없도록 하려면 잘 듣고, 잘 보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할 텐데요.

시각장애인 판사에게는 이는 또 다른 도전일 겁니다.

진기훈 기자가 국내 2호 시각장애인 판사인 김동현 판사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기자]

출근 시간, 김동현 판사의 발걸음이 분주합니다.

점자 블럭을 따라 법원 입구로 들어서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판사실로 향하는 과정이 꽤 익숙합니다.

<김동현 / 서울중앙지방법원 판사> "(서울중앙지법으로 오신 지는 얼마나 되신 거예요?) 이제 2년 차입니다. 작년 2월에 왔습니다. (이제는 조금 적응이 되신 것 같으세요?) 출근길은 뭐 며칠이면 적응이 되죠."

시각장애 1급인 김 판사는 모든 기록을 눈이 아닌 귀로 검토합니다.

<김동현 / 서울중앙지방법원 판사> "한글이나 엑셀파일을 들으면서 검토하는 겁니다. 한 시간 두 시간 일하고 중간에 쉬고 그런 식으로 하고 있는데 아무래도 하루 종일 집중을 유지하는 것은 쉽지는 않죠."

카이스트 출신의 공학도였던 김 판사는 변호사를 준비하던 로스쿨 시절 의료사고로 시력을 잃었고, 삶은 송두리째 바뀌었습니다.

절망을 딛고 국내 2호 시각장애인 판사가 된 김 판사, 의료 소송을 다루는 재판부에 몸담고 있는 그에겐 사건 하나하나가 남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음성 파일로 변환된 기록을 꼼꼼히 듣고, 사진과 영상 등 시각 자료는 동료들과 소통하며 실제 이미지와 김 판사가 이해한 내용의 차이를 없애려 노력합니다.

많게는 수천 쪽에 이르는 기록을 듣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시각장애인 판사로서 장점도 있습니다.

<김동현 / 서울중앙지방법원 판사> "눈으로 보이는 것에 선입견을 가질 수 있는데 아무래도 저 같은 경우는 내용 자체에만 집중을 하게 되니까 그런 부분에서는 눈으로 보이는 첫인상 이런 것에 영향을 덜 받는…."

김 판사는 재판 당사자와의 충분한 소통을 통해 타당한 결론을 얻는 것이 좋은 재판이라고 강조합니다.

법이 모두에게 평등하게 적용되도록 하는 노력도 잊지 않습니다.

<김동현 / 서울중앙지방법원 판사> "잘 몰라서 증거를 제대로 제출하지 못하거나 아니면 약간 불명확한 부분이 있는데 저희가 판결을 쓰다 보면 그걸 발견할 경우가 있거든요. 그런 (입증) 기회를 충분히 드리면 당사자들도 내가 얘기한 내용이 반영이 됐네 이렇게 좀 더 판결 결과에 대해서 납득을 하기가 쉽지 않을까…."

서울중앙지법은 올해 초부터 장애인 전문 재판부를 신설해 장애인 사건 관계인도 원활하게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시범 운영 단계지만 필요성이 높아지면 전국 법원으로 확대될 수도 있습니다.

헌법 제27조는 모든 국민은 재판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합니다.

복잡한 절차와 약자를 배려하지 않는 현실이 걸림돌이지만, 시각장애인 판사와 약자를 위한 새로운 제도 등이 사법부를 바꿔나가고 있습니다.

연합뉴스TV 진기훈입니다. (jinkh@yna.co.kr)

[영상취재 기자 송철홍 이재호 장준환]

#시각장애인_판사 #법원 #법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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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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