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뉴스프리즘] 日보복에 드러난 한국 부품산업·기초과학의 민낯

뉴스피드명품 리포트

[뉴스프리즘] 日보복에 드러난 한국 부품산업·기초과학의 민낯

2019-08-22 12:59:53

[뉴스프리즘] 日보복에 드러난 한국 부품산업·기초과학의 민낯
[명품리포트 맥]
   
▶ 불화수소 끊으니 위태…기초없는 경제 난맥상

불화수소 등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를 계기로 정부가 부품·소재 국산화에 다시 힘을 싣고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5일 '구미 일자리 협약식' 행사에서 "핵심 소재 해외 의존도를 줄이는 것이 국가적 과제"라고 직접 강조하기도 했는데요.

제조업을 비롯해 첨단산업의 뿌리인 부품·소재 국산화와 경쟁력 강화 시도는 어제, 오늘 일은 아닙니다.

6개 핵심 자본재의 국산화율을 높이기 위한 5개년 계획을 수립한건 1991년. 정부는 1999년에는 국산화 대상 565개 품목을 정해 지원하기도 했습니다.

2001년 부품·소재 전문기업 육성법 시행, 2010년 민관합동 11조원대 투자 발표도 같은 맥락입니다.

이러한 정부의 육성정책에 힘입어 자동차나 디스플레이 등 일부 분야에선 국산화가 성과를 거두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반도체 등 우리나라 수출 주력 품목들의 소재 수입 의존도는 여전히 높은 상황입니다. 

일본이 수출을 규제하고 있는 3가지 품목중 포토 레지스트와 폴리 이미드는 90%를 넘고 있습니다.

그동안 부품·소재 산업 국산화를 부르짖어왔음에도 대외의존도가 여전히 높은 것은 나름 이유가 있습니다.

품목별로 보면 상대적으로 시장규모가 작고 기술 개발엔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들어 기업 입장에선 진입을 결정하기 쉽지 않다는 겁니다.

또 국제분업 체계 하에서 원천기술을 갖고 높은 세계시장 점유율을 유지해 온 일본으로부터 부품을 조달하는게 더 효율적이라는 점도 부품소재 국산화의 발목을 잡았습니다.

<이상호 / 한경연 산업혁신팀 팀장> "(우리기업은) 부품 조립에 선도적 경쟁력을 가지고 급성장을 해 왔습니다. 소재 산업의 중요성을 인식은 하고 있었지만, 국제 분업체제에서 굳이 소재 산업(개발)에 장기간 소요가 되니까…"

부품·소재 분야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국교 정상화 이후 지난해 까지 우리나라의 대일 무역적자 누적액은 708조원 수준입니다.

디스플레이 영역의 핵심 소재인 OLED를 오랜시간 연구해온 김장주 교수.

김 교수는 30%가 최대치로 알려졌던 발광효율을 40%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습니다.

지금도 각 국가간 고효율 OLED 경쟁은 치열하게 진행 중이라고 밝힌 김 교수는 소재 개발은 세밀한 부분까지 신경 쓸 수 있는 꾸준함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김장주 /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 "새로운 이론을 개발하고 그것에 대한걸 찾았는데, 그때까지 과정은 오래 걸렸죠. 한 분야를 오랫동안 하게 되면 뭐가 문제로 걸려 있고 어디로 가야하고, 이런 것 까지 알게 되거든요."

전문가들은 첨단소재 개발은 기초과학에 대한 장기적 안목의 투자와 수익성을 담보할 대기업의 수요가 함께 뒷받침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연합뉴스TV 김지수입니다. (goodman@yna.co.kr)

▶ 기초연구비는 교수님 쌈짓돈?…노벨상 막는 이공계 갑질

제가 나와있는 이곳은 대전에 위치한 한국연구재단입니다.
 
해마다 기초연구에 5조7,000억원의 정부 지원금을 공모를 통해 대학 등에 지원합니다.

각 분야 원천 기술 개발에 수조원대의 국민세금을 사용하는 건데, 지원 후 성과 평가 못지 않게 중요한 건 감사실의 역할입니다.

광주에 있는 한 국립대학교.

지난해 8월, 이 대학 소속이었던 A교수는 지도학생 인건비와 연구수당 중 일부를 직접 현금으로 회수했다는 제보로 감사를 받았습니다.

<김기형 / 한국연구재단 감사실장> "(제보)내용이 좀 구체적이었습니다. 학생의 인원이나 성명이 구체적으로 돼 있었고 인건비를 어떤 식으로 돌려받았는지 신고가…"
 
감사 결과, 빼돌린 금액 중 일부는 연구실 공통경비로 사용됐고, 나머지는 A교수 연구실 캐비넷에서 현금으로 발견됐습니다.

A교수는 또 허위견적서 등을 활용해 연구장비와 재료비를 부당집행한 것으로도 조사됐습니다.

재단은 연구비 용도의 사용금액을 전액 환수한 뒤, 형사고발 조치해 현재 검찰에서 수사가 진행 중입니다.

한국연구재단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연구비 용도외 사용'으로 제재조치를 받아 환수된 돈은 약 26억 9,000만원.

당해 재단 예산에서 0.05%에 불과하지만 금액적으로도, 세금으로 꾸려진 돈이라는 점에서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액수입니다.

적발된 용도외 사용에는 학생 인건비 횡령 사례가 가장 많았습니다.

<김기형 / 한국연구재단 감사실장> "작년에 들어온 게 22건이었고요. 신고 건수는 해마다 늘어나고 있습니다. 처분까지 이어지는 사례는 30~40%…"

연구비 부당 사용이 적발된 후에는 국가연구개발사업 신청 자격이 최대 5년간 박탈됩니다.

그럼에도 고질적인 비리가 끊이지 않는 이유는 학위 취득에 지도교수의 영향력이 매우 크다는 점도 여전히 한몫합니다.

오래 전부터 이어진 실험실 문화처럼 여겨지면서, 안걸리면 된다는 식으로 반복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김해도 / 한국연구재단 연구윤리실장> "내부고발을 통해서 사건이 발생했을 때 연구퇴출되는 것, 특히 제재가 좀 더 강화되는 것을 필요로 합니다."

전문가들은 서류상으로는 문제가 없는 경우가 많아 내부고발이 절실하다며, 신고전문사이트를 적극 이용해달라고 강조했습니다.

연합뉴스TV 장보경입니다. (jangbo@yna.co.kr)

▶ 밑빠진 독에 물붓기…기초과학 정책 이대로 좋은가

<현장음> "감사인사를 드리게 돼 영광이다…"

노벨상의 영광을 얻은 일본의 생물학자 요시노리 오스미.

일본이 과학분야에서 21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는 동안 우리나라는 단 한 명의 수상자도 없었습니다.

정부는 과학기술 육성을 위해 매년 천문학적인 혈세를 쏟고 있습니다.

<전성배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기획조정실장> "최초로 R&D 예산 20조 시대를 열었습니다. 기초연구 투자를 대폭 확대하고 있습니다. 2019년 예산은 2017년도 대비해서 4500억원이 증가한…"

우리나라의 R&D 투자액은 10년 만에 두배 이상 올랐지만 기초과학 분야에서 일본의 벽은 여전히 높습니다.

전문가들은 단기 성과 중심의 정부정책이 문제라고 지적합니다.

<이덕환 / 서강대 화학과 교수> "주변기술들은 다 무시되고 중간에 핵심적인 기술에만 과도하게 투자가 이뤄진거죠. 문제가 생기면 아주 쉽게 휘청거리는 그런 기술 개발 결과가…"

민간 주도로 투자가 이뤄지는 일본과 달리 정부 주도로 투자가 이뤄져 단기성과 만들기에 급급했다는 설명입니다.

<이덕환 / 서강대 화학과 교수> "정권이 바뀌면 투자의 방향이 180도 달라져버려요. 일부 정치인이 아무 근거도 없이 특정한 기술을 선택을 해서 무작정 투자를 시작하는…"

단기 성과 위주의 투자는 교육 현장에서도 이어졌습니다.

정부는 고급 인재를 키운다는 취지로 카이스트 등 과학기술특성화대학원에 투자를 집중했습니다.

그 결과 서울 사립대의 학생 1인당 교육비는 특성화대의 1/5 수준에 지나지 않습니다.

서울대에선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이공계 대학원 과정이 동시에 미달되기도 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성과 중심의 정책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용희 / 고등과학원장> "점점 복잡해지는 기술을 제대로 활용하려면 기초가 탄탄해야 돼요. 제일 시급한 건 기초과학 교육 시스템을 정비하는 거에요. 장기적으로 과학정책에 대한 싱크탱크가 정부차원에서 있어야…"

이번 일본의 수출 보복 사태를 계기로 그간 외면 받은 기초학문의 내실을 다질 때라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연합뉴스TV 방준혁입니다. (bang@yna.co.kr)
   
연합뉴스TV 기사문의 및 제보 : 카톡/라인 jebo23

(끝)


이 시각 뉴스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