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1일 포르쉐 '마칸 일렉트릭'을 직접 몰아봤습니다. 마칸 일렉트릭은 포르쉐의 첫 전기차 '타이칸'을 잇는 두 번째 전기차인데요. 서울 중구에서 출발해 경기 양평을 거쳐 강원 양양까지 약 350km, 마칸 일렉트릭과 달려본 소감을 소개합니다.
◇ SUV인데 제로백이 3.3초?
마칸 일렉트릭의 첫인상은 부담스럽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포르쉐의 모든 차량은 '스포츠카'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마칸 일렉트릭은 뾰족하게 내달릴 것 같은 이미지뿐 아니라, 둥글둥글한 스포츠유틸리티차(SUV)의 모습도 가지고 있었습니다.
서울 도심에서의 마칸 일렉트릭은 얌전하고 착한 SUV였습니다. 외관과 주행감 모두 일상용으로 타기에도 부담 없는 차량이라는 겁니다.
그런데 교외에 접어들고 도로가 한산해지자 잠시 잠들어 있던 '포르쉐 DNA'가 깨어났습니다.
'나야, 스포츠카.'
SUV지만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에 도달하기까지의 시간, 이른바 '제로백'이 터보는 단 3.3초, 4S는 4.1초였습니다.

◇ 전기차 '꿀렁'의 악몽…"어, 괜찮네?"
시승 코스를 보고 걱정이 먼저 밀려 들었습니다. '멀미하지 않을까?' 한참 이어지는 강원도의 구불구불한 산길 때문이었습니다. 그것도 전기차로 말입니다.
7년째 내연기관 차를 몰고 있는 기자는 익숙지 않은 전기차를 가끔 탈 때마다 특유의 그 '꿀렁임'이 참 불편했습니다. 그런데 마칸 일렉트릭은 평지에서는 물론 가속과 감속을 오가는 산길의 오르막과 내리막, 급코너에서도 꿀렁임을 거의 느낄 수 없었습니다. 소음이나 진동이 거의 없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내연기관 차 운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전기차의 꿀렁임은 속도를 줄일 때 자동으로 제동이 걸리는 '회생제동' 시스템에서 발생합니다.
많은 전기차는 가속페달 하나로 속도를 높이고 줄이는 '원페달 드라이빙'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기만 해도 강한 꿀렁임이 생길 때가 종종 있습니다.
그런데 포르쉐는 원페달 드라이빙 시스템을 사용하지 않고 가속페달과 브레이크페달을 따로 사용하기 때문에 내연기관 차를 운전할 때처럼 속도를 자연스럽게 줄일 수 있는 겁니다.

운전이 편했던 또 다른 이유도 있습니다. 2t이 넘는 묵직한 무게인데다 전륜과 후륜의 무게 배분이 48대 52로 후륜에 약간 치우쳐 있어 안정적인 주행을 할 수 있었습니다.
다만, 스포츠카 고유의 맛을 기억하는 이들은 아쉬울 수도 있겠습니다. 스포츠카의 민첩함을 구현하는 데는 무리가 없었지만, 스포츠카의 진동과 사운드를 온전히 즐기는 데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어쨌든 마칸 일렉트릭은 엔진이 빠진 '전기차'니까요.
800V의 충전기술이 적용된 마칸 일렉트릭은 급속충전기를 이용하면 약 20분 만에 10%의 배터리를 80%까지 충전할 수 있습니다. 배터리는 중국 CATL의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를 사용하고, 주행가능거리는 4S 450km, 터보 429km로 전기차로는 양호한 수준입니다.

◇ 디스플레이가 4개…야무진 수납공간까지
마칸 터보를 기준으로 실내에는 차량 중앙과 계기판, 조수석, 그리고 주행 중에 볼 수 있는 헤드업 디스플레이까지 모두 4개의 디스플레이가 장착돼 있습니다.
특히 헤드업 디스플레이 덕분에 내비게이션을 확인할 때 다른 화면으로 눈을 돌릴 필요 없이 전방 상황에만 신경쓸 수 있었습니다. 차량의 이동 방향을 화살표로 보여주는 등 전방 도로에 증강현실을 입힌 점도 특별한 요소였습니다.
하지만 기본으로 탑재된 내비게이션은 아쉬웠습니다. 평소 사용하는 티맵 내비게이션과 비교했을 때 마칸 일렉트릭의 내비게이션은 너무 심플하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예를 들면 중간중간 빠질 나들목을 미리 알려주거나, 도로 방향이 갈릴 때 분홍색이나 초록색 도로를 따라가라는 등의 직관적인 안내가 없었습니다.

수납 공간도 야무지게 챙겼습니다. 보스턴백을 넣을 수 있을 정도의 프렁크에 차체 크기에 비해 널찍한 트렁크 공간까지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뒷좌석을 접으면 적재 용량이 1,300리터 이상 확보돼 골프백과 작은 가방들을 함께 담기도 충분한 공간이 펼쳐졌습니다. 여기에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 센터콘솔에도 컵홀더 2구와 휴대전화 등을 둘 수 있는 공간까지 알뜰살뜰 챙길 수 있어 일상 활용도도 높습니다.
마칸 일렉트릭은 중형 SUV지만 1~2명이 타기에 적당해 보였습니다. 탑승 공간이 아주 넉넉하진 않기 때문인데요. 조수석은 167cm의 기자가 다리를 쭉 뻗었을 때 앞 공간이 남았고 머리 위 공간도 충분했습니다. 하지만 뒷좌석에 앉아보니 앞좌석과의 거리가 주먹 1~2개 정도로, 성인 2명이 나란히 앉았다면 갑갑할 수 있겠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마칸 일렉트릭의 국내 판매 가격은 시작 가격을 기준으로 ▲ 마칸 9,910만원 ▲ 마칸4 1억590만원 ▲ 마칸 4S 1억1,440만원 ▲ 마칸 터보 1억3,850만원부터입니다. 기자가 타본 4S와 터보 모델에는 약간의 옵션이 장착돼 있었는데 이를 더했을 때 가격은 ▲ 4S 1억3천만원대 ▲ 터보 1억5천만원대였습니다.
그러니까 가장 기본형인 마칸 '깡통' 가격이 90만원 뺀 1억원인 겁니다. 물론 평범한 월급쟁이 직장인이 구매를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차량은 아닙니다. 하지만 포르쉐가 럭셔리카로 대표되는 브랜드임을 고려하면, '스포츠카를 품은 전기 SUV'에 대해 생각이 다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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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영(ju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