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불 피해로 인해 판매가 불가하게 되었습니다'
영덕의 청년 농부 신한용(36)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과수원 온라인 판매 홈페이지에 이 공지를 올리며 눈물을 삼켰습니다.
의성에서 시작해 지난 25일 영덕군 지품면 황장리 쪽으로 넘어온 산불로, 신 씨의 과수원은 그야말로 형체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산불이 신 씨의 터전을 파괴한 그날, 대피 장소로 지정된 영덕국민체육센터 바로 앞까지 불길이 밀려들었습니다.
대피 장소까지 안전하지 않다는 판단에, 신 씨는 동네 어르신들을 모시고 포항까지 대피했습니다.
포항에 있는 친구의 집에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을 모신 후, 다음 날 영덕으로 돌아온 신 씨 앞에는 폐허만이 남아 있었습니다.
고향의 따뜻한 모습이 모두 불에 타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것입니다.
마을에서 가장 어려, 어르신들 대신 힘든 일을 도맡아 하던 신 씨도 화마 앞에서는 무력했습니다.
특히 현재 해당 마을은 통신 복구가 진행되고 있지 않습니다.
지자체와 개별 가구의 연락이 어려워 누가 어느 정도 피해를 입었는지도 제대로 조사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신 씨는 연합뉴스TV와 통화에서 "피해 보상과 복구에 몇 개월이 소요될 것을 알고 있다"며 "그보단 지금 당장 주민들이 잠이라도 편안히 잘 수 있는 개별 공간이라도 마련해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습니다.
현재 영덕군 지품면 주민들은 다시 '영덕국민체육센터'로 모여 얇은 돗자리와 모포 하나에 의존하며 밤을 지새우고 있습니다.

"시댁이 전소됐다는 소식에 한달음에 달려왔지만… 대피소조차 없었습니다"
경기도에 거주하는 이해니(31)씨는 경북 영덕군 영덕읍 대탄리에 있는 시댁이 전소됐다는 소식을 듣고 6시간 거리를 한달음에 달려갔습니다.
도착한 마을의 풍경은 참혹했습니다.
대탄리에서만 18채의 집이 전소되었지만, 갈 곳을 잃은 주민들을 위한 대피소는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당장 쉴 곳도 없어, 이재민들끼리 임시로 펜션을 빌렸습니다.
식사 한 끼를 해결하는 것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라고 이 씨는 연합뉴스TV에 전했습니다.
생필품을 구할 곳이 마땅치 않아 여러 마트를 전전하며 필요한 물품을 간신히 마련하는 실정입니다.
이 씨는 "지자체로부터 구호 물품을 소량 지원 받긴 했다"며 "구체적인 조사 후 구조 물품을 더 보내준다고 하는데, 턱 없이 부족한 형편"이라고 전했습니다.
특히 대탄리 주민 대부분이 고령이어서, 의약품이 부족한 것도 이 씨의 걱정입니다.
대피소에 머무는 주민들은 대부분 고령인데 혈압약 등 긴급 의약품도 집에 있거나 불에 타 사라진 상황이다.


연쇄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산불 사태가 일주일째를 지나고 있으나 산불 진화 작업은 큰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오늘(27일) 오전 5시 기준, 3만 7,185명이 대피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가운데 아직 1만 6,700여 명은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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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서(ms3288@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