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잠실야구장에서 두산 팬이 NC 원정 팬에 나눠준 선물(사진출처=NC 팬 김화영 님)(사진출처=NC 팬 김화영 님)일요일이던 지난 11일, 창원역에서 오전 7시 기차를 타고 서울에 올라온 NC 팬 김화영 씨는 잠실야구장에서 남편과 함께 뜻밖의 선물을 받았습니다.
"잠실에 막 도착해서 매점 앞에 서서 점심을 먹고 있는데, 갑자기 '두산 팬인데 준비했다'면서 간식 2개를 탁자에 올려주시더라고요. 처음에는 전단인가? 종교인가? 이런 생각도 순간 했어요. 너무 예상할 수 없던 일이니까. 저희는 놀라서 인사도 제대로 못 하고 '어버버'하고 있었는데 홀연히 3층으로 올라가시더라고요. 나중에 단디(NC 마스코트) 열쇠고리라도 드려야겠다 싶어서 남편이랑 3층으로 올라가 봤는데 못 찾아서 너무 아쉬웠어요."
'크래커 과자 1개, 감자칩 2개, 초콜릿 1개, 곰 젤리 1개, 사워 젤리 1개, 랜덤 막대사탕 2개, 공룡 상처 밴드 2매, 곰 인형 스티커 1매, 포토 카드 슬리브 1매.'
많이도 담았습니다. 하지만 감동을 준 건 함께 담겨있던 진심 어린 편지였습니다.
'NC DINOS 팬분들, 야구라는 스포츠를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여러분들과 감히 연대감을 느낍니다. 하루라도 더 빨리 안전하고 좋은 환경 속에서, 팬분들과 선수단이 야구를 즐길 수 있길 바랍니다. 이번 시즌 남은 경기들도 힘내시고, 함께 응원하겠습니다! 두산베어스 최강 10번 타자 드림.'
NC 팬 50명이 이 간식을 받았습니다.
간식을 준비한 주인공은 두산 베어스 10년 차 팬, 28살 진혜련 씨.
진 씨는 어떤 생각으로 선물을 준비했는지 묻는 기자에게 이렇게 답했습니다.
"제가 사고 소식 접한 이후에 화환도 보내고 했는데, 뭔가 흘러가는 상황이 약간 조금 NC 팬분들도 그렇고 선수분들도 힘들겠다고 생각이 좀 들더라고요. 저한테 잠실 야구장은 이제 약간 현실에서 잠깐 벗어나는 안식처 같은 곳이라고 할 수 있는데 뭔가 홈구장에서 이런 일들을 겪고 있는 게 조금 안타깝고 마음도 좋지 않고 해서… 누가 내 마음 몰라주면 좀 서럽잖아요. 그래서 그 마음들을 전혀 모르지 않고 같은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조금 이해하고 있다고, 뭔가 그런 뜻으로 위로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준비했던 것 같아요."
NC 원정 팬에게 간식 나눔을 한 두산 팬 진혜련 씨 뒷모습(얼굴은 부끄러워 뒷모습으로 대체. 서울시 동작구 거주.)(얼굴은 부끄러워 뒷모습으로 대체. 서울시 동작구 거주.)진 씨의 진심은 통했습니다. NC 구단 팬카페, SNS 등을 통해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NC 팬뿐 아니라 타팀 팬들까지 감동했다는 훈훈한 반응을 내놓았습니다.
김화영 씨는 "정말 뭉클했다"면서 "준비 과정이나 마음이 쉽지 않았을 텐데 아까워서 사실 못 먹고 그대로 집으로 들고 왔다"고 후기를 전했습니다.
지난 3월 29일 창원NC파크 구조물 낙하 사고 당시 경기를 관람하고 있었다는 김 씨는 조심스레 NC 팬들의 상황도 전했습니다.
"사실 '내가 다시 야구장에 갈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사고가 트라우마였어요. 경기 보러 간 날 사고가 일어나니까… 저랑 딸이랑도 거기를 왔다 갔다 했거든요. 이게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던 거잖아요."
이어 김 씨는 "시간이 더 필요하더라도 안전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더블헤더 원정 응원을 마치고 월요일(12일) 새벽 2시에야 창원에 도착했다는 김 씨는 "심야 우등버스 좌석의 거의 절반이 NC 팬이었다"며 "돌아오는 데 시간이 더 필요하다면 '한줌단'밖에 안 되더라도 팬들이 가겠다. 그러니 홈구장을 안전하게 열었으면 좋겠고 우리 선수들도 힘을 냈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앞서 홈구장을 바꿔준 롯데, 3연전 일정을 맞바꾸는 바람에 8월 혹서기에 12번 원정을 다녀야 하는 KIA 등 다른 구단과 팬들에게도 감사 인사를 전하며 "야구팬인 것이 자랑스럽다"는 소감을 밝혔습니다.
끝으로 두산이 요즘 못해 힘들다는 진 씨도 기자에게 못다 한 응원의 말을 부탁했습니다.
"NC도 그렇고 두산도 그렇고 다들 결국 잘 해낼 거라고 믿고, 다 이겨낼 수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다들 힘내셨으면 좋겠습니다."
박수주 기자(sooj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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