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 무덤 앞에서 무릎 꿇고 기도하는 레오 14세 교황[바티칸 미디어 제공. AFP=연합뉴스][바티칸 미디어 제공. AFP=연합뉴스]


새 교황 레오 14세가 포용적인 교회를 추구한 전임 프란치스코 교황의 유지를 받들면서도 프란치스코 교황과 반목하던 보수파들을 달래는 듯한 행보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현지시간 12일 '프란치스코의 포용적인 접근과 전통 사이에서 균형을 추구하는 레오 14세' 제하의 기사에서 새 교황의 즉위 초반 움직임을 진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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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신문은 레오 14세가 지난 8일 콘클라베(추기경단의 비밀회의)에서 신임 교황으로 선출된 이후 여러 공식 무대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강조해 온 핵심 가치를 주창하면서도 가톨릭 정통파들이 흡족해할 만한 미묘한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레오 14세는 선출 직후 성 베드로 대성전 중앙 발코니에 섰을 때는 물론 9일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에서 추기경들과 공동 집전한 미사, 11일 성 베드로 대성전의 발코니에서의 첫 축복 메시지, 12일 전 세계 언론인과의 첫 공식 대면에서 일관되게 소외된 자와 약자를 위한 포용적인 교회를 역설하고, 우크라이나 전쟁 등 전 세계의 전쟁을 멈춰야 한다며 평화의 목소리를 내는 등 진보적 성향이 뚜렷했던 프란치스코 교황을 계승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습니다.

지난 10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안장된 이탈리아 로마 시내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전(성모 대성전)에 찾아가 참배한 것도 같은 의미를 지닌 것으로 풀이됩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프란치스코 교황과 차별화된 모습도 여러 차례 드러냈습니다.

우선 교황으로 선출돼 성 베드로 대성전 중앙 발코니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낼 당시 레오 14세의 복장은 프란치스코 교황과는 뚜렷한 차이를 보였습니다.

흰색 수단을 입은 수수한 복장으로 등장한 프란치스코 교황과 달리 레오 14세는 새로 선출된 교황들이 전통적으로 해 온 복장대로 진홍색 모제타(어깨 망토)와 화려한 자수로 장식된 영대(목에 걸어서 가슴 앞에서 무릎 정도까지 늘어뜨리는 좁고 긴 띠)를 착용한 채 성 베드로 광장 앞에 운집한 신자들 앞에 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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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언론에 따르면 레오 14세는 거처도 역대 교황의 웅장한 처소인 사도궁을 택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교황 처소를 사용하지 않고 바티칸 경내 소박한 게스트하우스인 '산타 마르타의 집'에 주로 머물러온 것과는 대조적입니다.

레오 14세가 가톨릭 정통파들이 중시하는 교회의 통합을 거듭 강조하고 있는 점도 가톨릭 보수파들이 환영할 만한 대목입니다.

이와 관련해 보수 가톨릭 매체인 '렘넌트'의 마이클 J. 매트 편집장은 "광장을 굽어보는 교황 처소의 창문 불빛이 다시 들어올 것"이라며 "좋은 신호"라고 말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전했습니다.

이 신문은 레오 14세의 초반 행보에 대해 "프란치스코 교황과의 선명한 연속성을 보여주면서도 자신만의 색깔도 드러내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예수회 잡지 '아메리카'의 전 편집자였던 토머스 리스 신부는 레오 14세는 즉흥적으로 연설하는 경향이 있던 프란치스코 교황과는 달리 미리 준비한 원고를 이용하는 등 스타일상으로도 차이를 보인다며 "(레오 14세는)교황으로서 자신을 소개하는 데 있어 어느 정도 격식을 차릴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그는 그러면서도 "하지만 그의 마음은 프란치스코처럼 가난한 이들과 함께한다"며 본질 면에서는 레오 14세가 프란치스코 교황과 연결돼 있다고 말했습니다.

#레오14세 #프란치스코 #보수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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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정상(jus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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