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남 하동에서 숙성 돼지고기를 판매하는 고깃집 사장 A씨는 지난 15일, "영화 촬영을 끝내고 뒤풀이 방문을 할 예정"이라며 "30인분 고기상을 준비해 달라"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자신을 '강동원 촬영팀'이라 소개한 남성으로부터 온 전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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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튿날, 고기 손질을 마치고 기다리던 A씨에게 "강동원 배우가 축하주 와인을 요청했다"는 전화가 재차 걸려왔습니다.
이 남성은 A씨에게 '배우가 평소 자주 이용하는 와인 업체'라며 명함 한 장을 건넨 뒤 해당 업체에 주문을 미리 넣어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뭔가 의심스럽다고 생각한 A씨가 이 남성에게 다른 곳에서 와인을 준비해도 되는지 물어보자 갑자기 연락이 두절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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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류 구매 비용을 입금하는 피해까진 발생하지 않았지만, 미리 준비해둔 30인분(약 150만 원 어치) 고기는 그대로 손실로 떠안게 됐습니다.
최근 비슷한 사기 수법이 유행하고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는데, 이 남성은 예약 당시 지출 품의서까지 보내는 치밀함을 보였습니다.
A씨는 "비슷한 일로 사기를 당했다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나도 이런 일을 겪을 줄 몰랐다"며 "음식점 업주들이 피해를 입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밝혔습니다.

최근 이렇게 유명인을 사칭해 매장에 방문 예약을 한 뒤, 도시락이나 주류 등을 선주문 해달라고 요구하며 돈을 받고 달아나는 사기 수법이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앞서 지난 12일 경남 거창에서도 배우 강동원을 사칭한 노쇼 피해가, 창원에서는 가수 남진 소속사 직원을 사칭한 이가 470만 원을 들고 달아나는 일이 생겨 경찰이 추적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지난 13일에도 경기 수원에서 SBS 예능 프로그램 '런닝맨' 제작진을 사칭한 사기범으로 인해 390만 원의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대선이 가까워지면서 대선 후보들을 사칭하는 방식도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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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홍보실장을 사칭하며 경남 김해와 진주 등의 모텔 곳곳에 여러 명이 숙박할 방을 예약하고, 도시락 선결제를 요구하는 사기 행각이 포착된 것입니다.
자영업자 커뮤니티에는 구미에서 모텔업을 한다는 A씨가 지난 14일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 캠프로부터 방 15개를 예약해 달라는 전화가 왔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노쇼' 사기였고, A씨는 다른 손님을 받지 못해 2백만 원이 넘는 피해를 봤다고 호소했습니다.
내수 경기 부진 속, 업장 운영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자영업자의 절박함을 노린 범죄로 보입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초보 사장이라 너무 욕심을 냈다", "가뜩이나 장사도 안 되는데 힘이 쭉 빠진다" 등의 피해 경험담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습니다.
자영업자들은 '예약금을 미리 받으라'는 피해 예방법을 공유하고 있는데, 이 때문에 실제 식당을 이용하려는 손님들과 애꿎은 갈등이 빚어지고 있습니다.
한 자영업자는 "40명이 예약하면서 예약금을 10만 원만 낸다고 한다"며 "전액 입금하라고 하니 불쾌해 한다, 이거 노쇼 아니냐"는 고민글을 올렸는데, 실제 손님들이 가게에 방문하면서 해프닝으로 끝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피해가 잇따르자 소상공인연합회는 "특히 물품 대리 구매 요청에 주의해야 한다"며 곧 피해를 줄일 수 있도록 캠페인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사칭 #사기 #피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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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운(zwoon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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