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등어, 치즈, 턱시도, 카오스, 삼색이.
색에 따라 달리 불리는 고양이의 별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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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황 고양이는 ‘치즈’, 흰색과 검정, 주황이 어우러진 삼색 고양이는 ‘삼색이’라고 불립니다.
이 고양이의 털 색깔이 어떻게 조합되는지는 오랫동안 수수께끼로 남아 있었습니다.
주황 고양이는 대부분 수컷, 삼색 고양이는 대부분 암컷이어서, 주황색 털이 성염색체에 있는 유전자와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만 알려져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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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고양이 털 색에 대한 비밀이 약 100년 만에 밝혀졌습니다.
현지시간 15일 생명과학 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는 사사키 히로유키 규슈대 교수가 이끄는 일본 연구팀의 논문과 그레고리 바시 스탠퍼드대 교수가 이끄는 미국 연구팀의 논문을 동시에 발간했습니다.
각각의 연구에서 일본 규슈대 연구진은 고양이 58마리를,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진은 43마리를 분석했습니다.
두 연구진은 공통적으로 고양이의 성염색체인 X염색체에 있는 ARHGAP36 유전자에서 약 5,100개의 염기쌍이 빠져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이러한 결실(缺失, 염색체의 유전성 물질을 상실하는 것)은 치즈나 삼색이처럼 주황색 털을 가진 고양이한테서만 나타났습니다.
결실이 생기면 멜라닌 색소를 조절하는 다른 유전자들의 작동 방식이 달라지고, 그 결과 어두운 털 대신 주황 빛깔을 띠는 털이 만들어지는 것으로 연구진은 분석했습니다.
정확히 어떤 유전자의 어느 부위가 이런 메커니즘에 관여하는지 밝혀진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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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이 유전자가 성염색체인 X염색체에 있다는 점에서, 주황 고양이는 대부분 수컷, 삼색 고양이는 대부분 암컷인 것도 설명 가능해집니다.
가령 X 염색체가 하나인 수컷 고양이한테서 이러한 결실이 생기면, 털 전체가 주황색이 됩니다.
반면 암컷은 X 염색체가 두 개이기 때문에, 하나의 X 염색체에서 이러한 결실이 생기면 주황색과 다른 색이 섞이게 되는 것입니다.
2개인 X 염색체 모두에서 결실이 생길 가능성이 낮은 것이 '암컷 치즈' 고양이 수가 적은 이유입니다.

배아 시기 세포 분열 과정에서 세포마다 무작위로 한쪽 X염색체가 비활성화되는데, 이 현상이 반복되면서 털색이 얼룩덜룩 섞인 삼색 고양이가 탄생하게 된다고 연구진은 설명했습니다.
사사키 교수는 "이 유전자는 피부뿐 아니라 뇌, 호르몬 기관 등에서도 발현되는 것으로 알려져 털색 외의 행동, 기질, 기타 생리 기능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며 "이번 연구가 고양이 질병 극복에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습니다.
반려묘를 키우는 사람들 사이에서 "주황색 털이 진할 수록 성격이 유순하다" 같은 말이 떠도는 것과 관련해, 과학적 근거가 있는지 확인하는 연구도 이어질 전망입니다.
고양이 유전자를 연구하던 사사키 교수는 대학에서 은퇴한 뒤에도 이 프로젝트를 이어갔습니다.
그는 전 세계 고양이 애호가들로부터 약 1억 원의 후원을 받아 연구를 진행했고, 앞으로도 이 유전자의 기원과 기능을 더 깊이 파고들 계획입니다.
#고양이 #유전자 #털색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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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서연(jswh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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