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걀 할인 행사에 몰린 시민[연합뉴스][연합뉴스]"조금이라도 싼 달걀 찾아서 3만 리라도 해야 하나 봐요"
달걀값이 치솟으면서 주부들이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싼 달걀을 파는 매장, 또는 어느 매장에서 특가 판매를 하고 있는지를 문의하는 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습니다.
"00 마트가 싸더라", "오후 2시에 갔더니 특가 상품이 남아 있더라" 등등의 정보 공유 글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심지어, 특가 상품을 사려고 '오픈런'까지 했다는 후기까지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이번 달 초 기준, 달걀 한 판(30구)의 소비자 가격은 7,028원으로, 전년 같은 시기와 비교해 8.3% 올랐습니다.
산지 가격은 5,726원으로 17.4%나 뛰었습니다.
"달걀값이 금값이 됐다"는 하소연이 곳곳에서 나오는 이유입니다.
달걀값, 왜 이렇게까지 오른 걸까요.
◇ 담합 의심하는 정부 vs '4번 달걀' 퇴출이 문제라는 산란업계
정부는 달걀 가격이 급등한 배경에 담합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이번 주 초 산란계협회에 대한 현장 조사에 나섰습니다.
독점·불공정 거래 문제를 조사하는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담당하고 있습니다.
생산자 단체인 산란계협회는 그동안 각 농가의 흥정에 참고하라는 취지로 거래 전 달걀 '기준 가격'을 미리 고시해 왔는데요.
정부는 협회가 이 고시 가격을 회원사에 따르도록 강제해 달걀 가격을 올리게 했다고 의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협회 측은 크게 반발하며 원인은 다른 곳에 있다고 반박했습니다.
산란계협회 관계자는 "진짜 원인은 저병원성 AI, 전염성 기관지염(IB), 가금티푸스 등의 질병 확산 그리고 '4번 달걀' 공급 감소에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 '4번 달걀'이 뭐길래…달걀 껍데기에 숨겨진 비밀
여기서 '4번 달걀'을 이야기하려면, '난각 표시제'부터 짚고 가야 합니다.
달걀 껍데기에는 숫자와 알파벳이 쓰여 있습니다.
[출처=식품의약품안전처][출처=식품의약품안전처]순서대로 '산란 일자' 4자리, '생산자 고유 번호' 5자리, '사육 환경 번호' 1자리가 적혀 있어, 달걀 생산과 관련된 정보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사육 환경 번호'는 농장 환경에 따라 1~4번으로 나뉘는데, 숫자가 작을수록 닭이 비좁은 케이지가 아닌 자유로운 환경에서 사육됐다는 의미입니다.
쉽게 생각하면 1번은 야외 방목, 2번은 축사 내 방사, 3번은 개량형 닭장, 4번은 재래식 닭장을 떠올리면 됩니다.
예를 들어 '0823 M3FDS 2'라고 쓰여있으면 8월 23일에 산란했고, M3FDS 농장에서 케이지와 축사를 자유롭게 다니도록 사육(2)했다는 뜻입니다.
그러니까 앞서 언급한 '4번 달걀'이란 사육 환경 번호가 4번으로, 공장식 사육 환경(0.05㎡/마리)에서 낳은 달걀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협회는 정부가 소비량의 80%를 차지하는, 가장 저렴한 4번 달걀을 없애고 더 비싼 3번 달걀을 생산하게 해서 가격이 오른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앞서 정부는 동물 복지 등을 위해 2018년 9월부터 새롭게 산란계 사육 시설을 설치하는 농가는 개선된 사육 환경(마리당 0.075㎡) 기준을 충족하도록 했습니다.
이에 따르면 마리당 0.05㎡인 4번 달걀은 앞으로 생산될 수 없습니다.
다만, 기존 농가의 경우에는 애초 오는 9월까지 기준을 충족하도록 했다가 수급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2027년 9월로 시점을 2년 뒤로 유예했습니다.
◇ 4번 달걀 퇴출을 두고도 정부-산란업계 견해차
최근 '4번 달걀' 퇴출이 화두에 올랐지만, 정말 4번 달걀 퇴출됐는지 여부를 두고도 정부와 산란업계의 입장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습니다.
정부는 제도 전면 시행을 2년 미뤘기 때문에, 기존 농가의 4번 달걀 생산에는 영향이 없는 데다 전체적인 달걀 공급 역시 안정적이라는 입장입니다.
그 근거로 이번 달 일반 달걀 일평균 생산량은 전년 동월 대비 2% 상승했지만 2025년 1~4월 간 달걀 소비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1.8% 증가했다는 점을 들었습니다.
반면 협회는 제도 전면 시행은 미뤄졌더라도, 오는 9월부터 새로 들여오는 산란계는 마리당 0.075㎡ 기준 사육 밀도를 준수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협회 관계자는 "9월부터 새로 키우는 산란계는 개선된 기준을 맞춰야 하니, 농가에서 미리 병아리를 대거 들여와 '병아리 품귀 현상'까지 빚어지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병아리를 사 온 농가는 기존 닭을 빼내다 보니 생산량이 줄어들고, 품귀 현상 탓에 병아리를 못 사 온 농가는 생산성이 떨어진 닭을 교체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겁니다.
협회 측은 여기에 질병 확산까지 더해져 공급량이 줄었고 시설 투자로 인한 생산 원가 상승까지 고려했을 때 달걀 가격 상승은 불가피한 현상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달걀 구매를 제한하는 미국 식료품점[EPA 연합뉴스 자료사진][EPA 연합뉴스 자료사진]◇미국도 '에그플레이션'으로 비상…조류 인플루엔자 확산 여파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도 달걀값 급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지난해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가 미국 전역으로 확산하면서 4천만 마리가 넘는 산란계가 살처분됐고, 이에 따라 달걀 공급이 줄면서 달걀값이 치솟은 겁니다.
A등급 달걀 12개 평균 가격은 3월까지 6.23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뒤 차츰 낮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전년 대비 높은 수준이라고 재정 매체 ‘너드월렛’은 보도했습니다.
이에 미국 정부는 달걀 수입 확대에 나섰는데, 일각에서는 미국에 국내 달걀을 수출해 한국 달걀 가격이 상승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습니다.
하지만 수출량 증가가 미미해 큰 의미가 없다는 게 우리 정부 측 입장입니다.
◇ 정부 "달걀 수급 불안 9월부터 단계적 회복될 것"
이런 가운데 정부는 오늘(19일) 발표한 설명 자료에서 현재의 수급 불안은 일시적인 현상으로 오는 9월부터 단계적으로 회복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정부는 올해 3~5월 산란계 농장이 병아리를 들여다 키운 마릿수는 매월 평균 480만 수로 지난해 평균 441만 수에 비해 8.8% 증가했다며, 9월부터 차츰 생산량이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정부와 산란업계의 입장이 뚜렷하게 엇갈리는 만큼, 갈등은 한동안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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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림(l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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