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습 직전 파키스탄 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노벨평화상 후보로 공식 추천하기로 결정한 것을 놓고 파키스탄 내부에서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현지시간 25일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파키스탄 정부는 지난 21일 엑스(X·옛 트위터) 계정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을 2026년 노벨평화상 후보로 공식 추천하기로 한 사실을 알렸습니다.

추천 이유로는 지난달 발생한 인도와의 무력 충돌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단호한 외교적 개입에 나서면서 중추적 리더십을 보여준 점을 꼽았습니다.

그러나 하루 뒤 미국이 이스라엘과 이란 간 무력 충돌에 개입해 직접 이란 핵시설을 타격하면서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모양새가 우습게 된 파키스탄 정부는 미국의 이란 공습을 규탄하며 외교적 해법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강조하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을 향한 직접적 비판은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파키스탄 야당과 시민사회는 정부를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습니다.

보수 성향인 자미아트 울레마-에-이슬람파잘(JUI-F) 소속의 한 상원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을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하기로 한 결정을 철회하라는 내용의 결의안을 제출했습니다.

말리하 로디 전 주미 대사도 소셜미디어에 글을 올려 "이번 추천을 한 이들은 파키스탄 국민에게 사과하고 반성해야 한다"라고 촉구했습니다.

그는 또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왜 파키스탄이 국제법을 위반해 이란을 폭격한 사람을 후보로 추천했느냐"라며 "매우 잘못된 정부 결정이고 철회해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무스타파 나와즈 코하르 전 상원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을 추천한 자국 정부의 판단을 "저급한 아첨"으로 깎아내렸습니다.

반면 각료들과 여당 의원들은 정부의 결정을 옹호했습니다.

연방 장관인 무사디크 말릭 상원의원은 사실상 핵보유국인 인도와 파키스탄이 핵전쟁 직전까지 갔을 때 트럼프 대통령이 중재에 나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그(트럼프 대통령)의 노력을 인정해야 한다"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수십억 달러가 투입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을 해결하기 위해서도 진지한 노력을 했다"라고 말했습니다.

카와자 무함마드 아시프 국방부 장관도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최근 역사에서 주요 대립을 연이어 막은 평화의 주인공은 (트럼프 대통령을 제외하고)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지지자들과 공화당 의원들로부터 여러 차례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받았으나 한 번도 수상하지 못했습니다.

그는 과거 노벨평화상을 4~5차례는 받아야 했을 업적을 쌓았다고 강조하면서 노벨위원회가 진보주의자들에게만 평화상을 주기 때문에 자신은 받지 못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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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정상(jus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