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미국과 중국 정상 가운데 누구와 먼저 회담할 것인지가 그의 외교에서 중요한 결정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가 평가했습니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 한국 석좌는 현지시간 9일 '한미 경제의 재설정: 기회와 장애물'을 주제로 CSIS가 개최한 온라인 세미나에서 이재명 정부가 경제와 안보에 걸쳐 이전 정부보다 더 균형 잡힌 대미·대중 관계 설정을 원한다면서 이런 견해를 피력했습니다.

차 석좌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요 7개국(G&) 정상회의에 참석했다가 조기 귀국하고, 이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에 불참하면서 두 차례 한미정상회담 기회를 살리지 못한 상황인 점을 거론하며 "큰 질문 중 하나는 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기 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날 것인지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그는 이 대통령이 중국의 9월 3일 전승절 참석 초청에 응할지가 또 하나의 결정 포인트라고 말했습니다.

동맹국인 미국과의 회담을 중국보다 먼저 개최한다는 원칙을 세울지 여부는 이재명 정부의 대외정책에 있어 중요한 첫 단추가 될 것이라는 시각입니다.

차 석좌는 이 대통령이 내년 지방선거 등을 앞둔 상황에서 '결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을 받을 것이기에 미국과의 관계 설정이 여의치 않을 경우 중국을 통한 모종의 활로 모색을 시도할 수 있다고 관측했습니다.

그는 한국 측이 한미정상회담과 관련해 2개의 기회를 염두에 두고 있을 것이라면서 이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하는 방안과, 10월 말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이 방한하는 기회를 활용하는 방안을 거론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은 중국대로 한국에 대해 수수방관하지 않을 것이기에 이 대통령으로선 미·중과의 정상회담 개최의 선후 문제, 중국의 전승절 행사 참석 여부 등에 대해 전략적인 선택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차 석좌는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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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정상(jus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