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CNN][출처=CNN]아프카니스탄의 공무원 사이드 하메드는 매일 새벽이면 인근 우물에서 물을 받기 위해 몇 시간씩 줄을 서고 있습니다.
낮 시간에는 13살, 9살 자녀가 다시 물을 받으러 줄을 섭니다.
언덕을 오르내리며 무거운 양동이를 나르느라 학교를 빠지기도 합니다.
현지시간 19일 CNN에 따르면, 아프카니스탄 수도 카불은 지하수 고갈로 인해 극심한 물 부족을 겪고 있습니다.
CNN과의 인터뷰에서 네 아이의 어머니인 라힐라는 "항상 물이 부족하다"며 "금전적인 부담도 상당하다"고 호소했습니다.
그는 "한 방울이라도 물을 마시려면 돈을 내야 한다"며 "물을 사려고 음식을 비롯한 다른 생필품을 포기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유니세프는 현재 추세가 이어진다면, 2030년쯤에는 카불의 지하수가 완전히 마를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습니다.
카불의 지하수 고갈의 원인으로는 급격한 인구 증가, 기후 위기 그리고 끝없는 과잉 치수가 꼽히고 있습니다.
불과 30년 전만 해도 카불의 인구는 200만 명이 채 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2001년 탈레반이 축출된 후, 치안과 경제적 기회에 대한 기대 속에 수많은 이들이 몰려들었습니다.
인구가 늘면서 물 수요도 덩달아 대폭 증가했습니다.
카불은 힌두쿠시산맥에서 눈과 빙하가 녹으면서 생긴 지하수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습니다.
비정부기구 머시코프 보고서에 따르면, 관리 부실과 과도한 취수로 인해, 지난 10년간 지하수위가 최대 30m까지 낮아졌습니다.
카불이 기후 변화에 취약하다는 점도 큰 문제입니다.
아프간 물·환경 전문가 네트워크의 나지불라 사디드 연구원은 "비는 점점 더 많이 오지만 눈은 줄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적설량이 줄어들면서 지하수가 덜 채워지고 있고, 도시는 홍수를 조절할 기반 시설도 부족한 실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출처=CNN][출처=CNN]물이 마르자, 주민들은 수백 미터에 이르는 우물을 직접 파거나, 민간 업체를 통해 비싸게 물을 구매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카불에 거주 중인 아흐마드 야신 가족도 물을 구하기 위해 뒷마당에 약 120m 길이의 우물을 팠습니다.
우물을 파기 위해 이들 가족은 6개월간 식비를 줄이며 저축해 약 550달러를 마련해야 했습니다.
야신은 "이 물은 안전하지 않기 때문에 기본적인 생활에 쓸 수는 있지만 마실 수는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우물을 파는 데 모든 돈을 써서 정수기나 정수된 물을 살 여유가 없다"며 "물을 끓여 마시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우물을 파거나 물을 구매할 여력이 안될 경우, 이슬람교 사원까지 먼 길을 걸어가 물을 받아와야 합니다.
탈레반 정권 하에서는 여성 단독 외출이 금지돼 있어, 여성들이 물을 기르러 가려면 큰 위험을 감수해야 합니다.
기후 위기와 인구 증가, 정부의 물 관리 실패 외에도, 카불의 물 위기는 정치적 혼란으로 더욱 악화됐습니다.
2021년 8월, 탈레반이 미군 철수 후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하면서 국가는 경제 붕괴 직전으로 내몰렸고, 개발 및 안보 지원이 중단됐습니다.
이후 정부를 우회해 NGO를 통해 지원이 이뤄졌지만, 올해 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외 원조를 중단하면서 사정은 더 나빠졌습니다.
머시코프 측은 "평범한 아프간 시민들은 날마다 더 큰 위기를 겪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습니다.
연합뉴스TV 기사문의 및 제보 : 카톡/라인 jebo23
김예림(lim@yna.co.kr)
당신이 담은 순간이 뉴스입니다!
- jebo23
- 라인 앱에서 'jebo23' 친구 추가
- jebo23@yna.co.kr
ⓒ연합뉴스TV,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