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거나 해가 내리쬐거나…7월은 러너에게 잔인한 달

더위가 잠시 주춤하면 비가 쏟아지고, 비가 그치면 숨이 턱턱 막히는 찜통더위가 몰려왔습니다.

러너에게 지난 7월은 날씨와의 전쟁이었습니다. 평소보다 날씨 예보를 더 자주 들여다봤습니다.

해가 긴 요즘, 아침 7시에 뛰기 시작해도 이미 해는 중천에 떠 있었습니다. 집 밖으로 나오는 데 더 긴 시간이 걸렸습니다.

땡볕 아래 달리며 몸은 쉽게 무거워졌고, 1km를 7분에 뛰는 속도로 페이스를 한껏 늦춰도 심박수는 빠르게 치솟았습니다.

탈수의 위험도 높아지다보니 아침보다는 저녁에 뛰는 일이 더 많아졌습니다. 밤 10시가 넘은 시각에도 한강변은 러너들로 가득했습니다.

밤 10시가 넘은 한강변여름철 한강변은 더위를 피해온 러너들의 성지가 됐다.여름철 한강변은 더위를 피해온 러너들의 성지가 됐다.


비가 오는 날엔 또 다른 변수와 싸워야 했습니다. 빗줄기로 시야는 흐려졌고, 젖은 노면 위로 물웅덩이가 지뢰처럼 깔렸습니다.

물웅덩이를 피해 달리기란 사실상 불가능했습니다. 러닝화는 착지할 때마다 머금었던 빗물을 토해내며 살려달라고 아우성치는 듯했습니다.

러닝화가 흰색 한 켤레뿐이라, 우중런을 마치고 나면 곧바로 손세탁하는 게 일상이 됐습니다.

젖은 노면을 달리면서 더러워진 운동화'우중런'임을 알았음에도 흰 양말을 신으면 안 된다는 생각을 미처 못했다.'우중런'임을 알았음에도 흰 양말을 신으면 안 된다는 생각을 미처 못했다.


함께 뛴 동료 러너는 ‘우중런 전용’으로 수명을 다한 짙은 색 러닝화를 따로 쓰고 있다며 팁을 전해줬습니다.

러닝이 끝난 뒤엔 체온 관리가 중요했습니다. 저는 에어컨 앞 한순간의 시원함을 택한 대가로 며칠 동안 코맹맹이로 지내야 했습니다.

◇기록 종목에 큰 변수인 기후…카타르에선 3분의 1이 기권

마라톤은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 대표적인 야외 종목입니다. 기후에 따라 기록은 물론 완주 여부도 달라집니다.

2년을 주기로 열리는 세계 육상선수권대회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2019년, 이 대회는 카타르 도하에서 열렸습니다.

최고 기온이 40도에 육박하는 고온 다습한 기후 속에 열린 이 대회에서, 여자 마라톤 1위의 기록은 2시간 32분 34초였습니다.

2년 전 열린 영국 대회 기록(2시간 27분 11초)이나 4년 뒤 열린 헝가리 대회(2시간 24분 23초)와 큰 차이를 보였습니다.

엘리트 선수들이 뛰는 대회에서 기록 차이가 8분까지 벌어진 겁니다.

기권도 월등히 많았습니다. 카타르 대회에선 70명 중 28명이 도중 기권(DNF·Did not finish)을 선언했고, 2명은 아예 경기에 참여하지 않았습니다(DNS·Did not start).

반면 영국 대회에선 92명 중 14명이 도중 기권을 선언했고, 헝가리 대회에선 78명 중 실격 1명과 불참 1명을 포함해 13명이 기권을 선언했습니다.

기후 조건 하나로 선수들의 퍼포먼스가 극단적으로 갈린 겁니다.

◇100일 앞으로 다가온 결전의 날…거리와 강도를 모두 끌어올릴 때

11월 2일 열리는 2025 JTBC 서울마라톤이 이제 100일도 채 남지 않았습니다.

러닝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지난 5월부터 7월까지 석 달 동안의 러닝 기록을 되돌아봤습니다.

이 기간 매달 160km의 '러닝 마일리지(뛴 거리)'를 채웠습니다.

신현정 기자의 2025년 상반기 '런말정산'러닝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5월부터 '러닝 마일리지'를 조금씩 늘려갔다.러닝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5월부터 '러닝 마일리지'를 조금씩 늘려갔다.


아주 소폭이지만 5월보다 6월에, 6월보다 7월에 조금 더 긴 거리를 뛴 것은 고무적입니다.

러닝 클래스 선생님들이나 주변 러너들의 조언에 따르면 마라톤 풀코스를 뛰기 전에 완료해야 하는 것으론 ①30km 지속주 훈련, ②2~3주에 한 번꼴로 LSD 훈련, ③식단 관리 및 꾸준한 조깅을 통한 몸 만들기 등이 있습니다.

앞으로 남은 3개월 동안은 월 200km 이상 달리는 것을 목표로 삼아, 거리와 강도를 동시에 끌어올릴 계획입니다.

혹독했던 여름과 장마철을 버텨낸 만큼, 남은 3개월도 일단 뛰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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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정(hyunspiri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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