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가 모자 10개 가져갔다…조선 없었으면 협상 평행선"

트럼프 앞에서 '협상 파투'까지 고민…"재계·민간 큰 도움"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공개한 '마스가' 모자. [사진] KBS 일요진단 방송화면 캡처.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공개한 '마스가' 모자. [사진] KBS 일요진단 방송화면 캡처.


한미 관세협상을 지휘한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일명 '마스가'(MASGA)로 대표되는 양국 조선업 협력 카드가 타결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며 후일담을 털어놓았습니다.

김 실장은 오늘(3일)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한국이 그렇게 다방면에 걸쳐서 조선 쪽에 많은 연구와 제안이 돼 있다는 것을 미국은 상상 못 했을 것"이라며 "사실 조선이 없었으면 협상이 평행선을 달렸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 실장은 우리 정부가 현지 협상 당시 사용했다는 '마스가 모자' 실물도 공개했습니다.

빨간 색상의 모자에는 성조기와 태극기 아래 'MAKE AMERICA SHIPBUILDING GREAT AGAIN(미국 조선업을 위대하게)'이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표 슬로건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에서 '조선업'을 넣어 이번 통상 협상의 주요 협상 카드로 삼은 것입니다.

김 실장은 "우리가 모자를 디자인해서 미국에 10개를 가져갔다"며 "이런 상징물을 만들 정도로 혼신의 노력을 다했다"고 강조했습니다.

실제로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을 만나는 자리에 이 모자와 대형 패널 등을 가져가 조선 협력 투자 패키지인 마스가에 관해 설명했고, 러트닉 장관은 "좋은 아이디어"(Great Idea)라며 호평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우리 정부는 협상이 결렬될 가능성도 끝까지 염두에 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김 실장은 "우리가 수용할 수 없는 무리한 요구를 하면 (백악관에서) 그냥 나와야 했을 것"이라며 "어떻게 그 앞에서 내용을 고친다고 하겠나"라고 설명했습니다.

협상 과정에서는 정부 뿐만 아니라 재계 총수 등 민간의 노력도 큰 도움이 됐다고 김 실장은 전했습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지난달 3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관련 브리핑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모습. [사진 제공] 연합뉴스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지난달 3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관련 브리핑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모습. [사진 제공] 연합뉴스


아울러 김 실장은 관세협상에서 미국에 3,500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약속한 것과 관련해 "미국은 자신들이 모든 투자처를 결정한다고 하지만 이는 정치적 표현일 뿐, 주권 국가 간 약속을 한 것인데 상대가 돈을 대라고 한다고 해서 무조건 대는 나라가 어디에 있겠나"라며 기존 우리 정부의 설명을 재강조했습니다.

김 실장은 이어 "(미국이 투자대상 사업을) 정해놓고 거기에 우리가 무조건 돈을 대는 구조가 아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특히 김 실장은 이 펀드에 국내 민간 금융 기업이 들어와야 하고, 또 투자 대상 프로젝트에도 한국 기업이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김 실장은 향후 한미정상회담에서 쌀과 소고기 등 농산물 개방 추가 요구가 나올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도 "통상과 관련된 사안은 이번에 다 마무리 됐다"고 강조했습니다.

다만 김 실장은 자동차 관세가 15%로 설정된 것에 대해서는 "아픈 대목"이라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반쪽짜리가 된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일본이 기존 2.5% 관세에서 12.5%포인트 올린 15%로 합의한 점을 고려하면 기존 한미FTA로 0% 관세를 적용받던 한국은 12.5%로 결정되는 것이 합리적이었다는 게 김 실장의 설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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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윤희(eg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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