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곳곳에 등장한 원피스 해적 깃발 [틱톡 계정 @ngurah_yoga19 캡처]인도네시아 곳곳에 등장한 원피스 해적 깃발 [틱톡 계정 @ngurah_yoga19 캡처]


인도네시아에서 일본 애니메이션 '원피스' 해적단 깃발이 저항의 상징으로 떠올랐습니다.

현지시간 4일 자카르타 포스트는 이 깃발이 인도네시아 전역에 게양되며 정부의 분노를 샀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해골 모양 깃발은 일본의 유명 애니메이션 '원피스'에서 주인공 루피가 자신의 해적단에 사용하는 것으로, 최근 인도네시아에서 소셜 미디어 등을 통해 자유와 저항의 상징처럼 퍼져 나갔습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인도네시아 대통령 프라보워 수비안토가 8월 17일 독립기념일을 앞두고 인도네시아 국기 '상 사카 메라 푸티'를 게양하자고 촉구하면서 시작됐습니다.

앞서 지난 달 프라보워 대통령은 연설에서 "어디에서든 상 사카 메라 푸티를 게양해 달라"며 "빨간색은 독립을 위해 흘린 피를, 흰색은 우리 영혼의 순수함을 상징한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인도네시아 국민들은 군인 출신 프라보워 대통령 하에서 정부가 점점 더 중앙집권화 되고 있다고 우려하며, 반발의 뜻에서 국기 대신 원피스 해골 깃발을 곳곳에 달기 시작했습니다.

자카르타 포스트에 따르면, 중부자바에서 한 의류 매장을 운영하는 덴디 크리스탄토는 대통령 연설 이후 깃발에 대한 "수천 건의 주문"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덴디는 "7월 말부터 인도네시아 전역에서 하루에 수백 건의 주문을 받았다"라고 밝혔습니다.

파푸아 주에 거주하는 알리 마울라나는 BBC 인도네시아와의 인터뷰에서 원피스 애니메이션이 인도네시아인들이 겪는 불의와 불평등을 반영한다고 말했습니다.

알리는 "이 나라는 공식적으로 독립했지만, 다수는 여전히 일상생활에서 그 자유를 실제로 경험하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프라보워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취임한 이후 군부의 정치 권한을 확대하는 등 권위주의로 돌아가려는 움직임을 보여 왔습니다.

이에 수많은 인도네시아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군법 개정에 반대하는 반정부 시위를 벌이기도 했습니다.

2025년 3월 20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군법 개정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국회의사당 울타리를 허물려고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2025년 3월 20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군법 개정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국회의사당 울타리를 허물려고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한편, 인도네시아 정부는 원피스 깃발 운동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습니다.

프라보워 대통령 최측근으로 알려진 수프미 다스코 아흐마드 하원 부의장은 이 운동을 두고 "국가를 분열시키려는 조직적인 시도"라고 비판했습니다.

중도 우파 골카르당의 의원 피르만 소에바교는 이 같은 게양 행위가 '반역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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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운(zwoon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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