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미국으로부터 엔비디아의 저사양 인공지능(AI) 칩 H20 구매를 어렵사리 허가받은 뒤 돌연 홀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홍콩 명보는 한 달 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H20 칩의 대중국 수출을 허가한 이후, 중국 관리들은 신뢰성과 보안성을, 중국 기업들은 구매 필요성에 대해 거듭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현지시간 14일 보도했습니다.

일례로 지난 1일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엔비디아를 믿을 수 없다는 논평을 게재했고, 지난 10일에는 CCTV 계열의 소셜미디어 계정 '위위안탄톈'이 '백도어(backdoors)가 있는 칩을 사지 않겠다'고 공격했습니다.

또 중국 빅테크 기업 텐센트는 전날 2분기 실적 발표회에서 AI 학습과 모델 업그레이드에 필요한 AI 칩을 충분히 갖고 있고 다양한 옵션이 있다고 밝히며, H20 칩이 아니더라도 '대안'이 있다는 뜻을 내비쳤습니다.

그동안 H20 칩 확보에 필사적이었던 것은 중국이었습니다.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가 공개한 추론 AI 모델도 H20 칩을 활용해야 했습니다.

투자은행 제프리스는 "중국의 보이콧은 협상 전략에 더 가깝다"며 "미중 무역 협상이 진전되면 H20에 대한 중국의 우려는 가라앉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중국이 이미 확보한 H20 칩을 미중 '관세·무역 전쟁'의 협상 카드로 쓰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미중 양국이 지난 5월 합의한 90일 간의 '관세 휴전' 마지막 날인 현지시간 11일, 트럼프 대통령은 휴전을 90일 더 늘리는 행정명령에 서명했습니다. 양국은 본격적인 무역 협상에 돌입한 상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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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효인(hij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