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일각에서 "해외여행을 하는 미국인들이 캐나다 출신인 척한다"는 분노가 나오고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반미 감정이 확대되는 가운데, 미국인들이 비난을 피하고자 '캐나다인'이라고 국적을 둘러대는 이른바 '플래그재킹(flag-jacking)'을 하고 있다는 겁니다.

현지시간 18일 CNN은 한 미국인 여행객의 인터뷰를 담아 이처럼 보도했습니다.

'플래그 재킹'은 여행객이 출신 국가를 위장하기 위해 옷이나 배낭에 외국 국기 다는 데서 유래한 용어로, 주로 미국인이 캐나다 출신인 척하는 상황에 사용돼 왔습니다.

미국 뉴욕 출신 여행객 첼시 메츠거는 지난 2월 약혼자와 도미니카 공화국에서 휴가를 보내는 동안 미국인이라는 이유로 현지인들과 잦은 마찰을 빚었습니다.

메츠거는 "한 캐나다인 부부가 미국은 이기적이고, 캐나다와 전 세계를 망치고 있다고 제게 소리를 질렀다"고 전했습니다.

당시 그녀는 엘 푸에블리토에 있는 프랑스계 캐나다인 술집에서 캐나다와 미국 간 하키 경기를 보고 있었습니다.

메츠거는 "이해한다고 말했다"며 "(트럼프에게)투표하지 않았지만, 모두가 영향을 받고 있다. 안타깝게도 지금 할 수 있는 건 함께 이겨내는 것 뿐"이라고 밝혔습니다.

택시를 잡던 중에도 메츠거 일행이 캐나다인이 아닌 미국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택시기사가 "좋은 하루 보내세요"라고 말하며 승차를 거부하기도 했습니다.

이후 메츠거는 여행을 하며 자신을 캐나다인이라고 소개했다고 털어놨습니다.

미시간 출신의 또 다른 미국인도 유럽 여행 당시 캐나다인 행세를 했다고 CNN에 전했습니다.

단지 미국인이라는 이유로 너무나 많은 비웃음을 당했기 때문입니다.

식당 웨이터로부터 '캐나다 어디에서 왔냐'는 질문에 "온타리오 출신"이라고 둘러댔다가, 웨이터가 온타리오에 대해 너무 많이 알고 있어 곤혹을 치렀다는 일화도 전했습니다.

과거 미국이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를 공격할 당시인 2000년대에도, 자신을 캐나다인이라 소개하는 미국인 유럽 배낭여행객이 많았다고 CNN은 전했습니다.



이 같은 '플래그 재킹'에 대해 많은 캐나다인이 분노를 표출하고 있습니다.

캐나다 문화 평론가 토드 마핀은 지난 6월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미국인들이 해외에서 캐나다인인 척한다. 이게 왜 안 되는 건지 알려드리겠다"는 내용의 영상을 올렸습니다.

그는 영상에서 "어떤 이유에선지, 미국인들은 캐나다를 '예비 여권'이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우리는 '브랜드'가 아니라 '주권 국가'다. 우리는 '방패'가 아닌 당신들의 '이웃'"이라 덧붙였습니다.

이 영상은 유튜브에서 약 5천 개의 '좋아요'를 받았는데, 한 누리꾼은 "캐나다인 행세하는 거 진짜 싫다. 나라를 더 발전시켜서, 일부 미국인들은 진짜로 예의바르다는 걸 증명해달라"는 댓글을 달았습니다.

최근 캐나다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정책에 따라 미국에 대한 반감이 확산하고 있습니다.

관세 폭탄, 캐나다를 합병해 51번째 주로 만들겠다는 위협, 저스틴 트뤼도 전 총리 폄하 등으로 인해, 캐나다 국민들 사이에 적대감이 커진 상황입니다.

이 같은 반미 정서는 캐나다 내 미국 제품 보이콧 등으로도 표출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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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운(zwooni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