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신고가


최근 코스피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지만 미국 달러화 기준으로 환산하면 최고치보다 15% 이상 낮은 수준으로 나타났습니다.

원/달러 환율 수준이 과거보다 현저히 높은 탓으로,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선 유가증권시장이 아직 고평가 구간에 접어들지 않았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도 있습니다.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코스피 달러 환산 지수는 지난 19일 장 마감 후 1,204.32로 집계됐습니다.

이 지수는 원화 기준의 코스피에 원/달러 환율(매매기준율)을 반영해 달러 기준으로 바꾼 겁니다.

당일 환율이 높을수록 코스피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으로 환산됩니다.

코스피는 지난 19일 장중 3,467.89로 사상 최고치를 새로 썼지만, 달러 환산 지수는 2021년 1월 11일의 사상 최고치(1,444.49)보다 아직 17%가량 낮은 수준입니다.

코스닥 지수는 차이가 더 큽니다.

코스닥 달러 환산 지수는 지난 19일 기준 526.49에 그쳤습니다.

벤처 열풍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2000년 3월 10일(2,205.55)과 비교하면 4분의 1 토막 수준입니다.

코스닥 지수 자체도 지난 19일 863.11로, 2000년 3월 10일의 최고치(2,925.20)보다 훨씬 아래입니다.

코스피가 상승 랠리를 이어가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와중에도 달러 환산 지수가 최고치에 한참 못 미치는 것은 고환율 때문입니다.

코스피 달러 환산 지수가 최고치에 달했던 2021년 1월에는 환율이 1,100원조차 밑돌아 현재보다 크게 낮은 상황이었습니다.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코스피가 여전히 싸다고 느낄 수 있는 셈인데, 고환율 국면에서 수출 기업이 반사이익을 보는 것처럼 증시에서도 추가 자금 유입을 기대해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내국인 투자자 입장에선 국장(국내 증시) 수익률이 크게 오르더라도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 미국 증시 투자 대비 기회비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코스피가 지난해 말 2,399.49에서 이달 19일 3,445.24로 44% 오르는 동안 달러 환산 지수는 787.84에서 1,204.32로 53% 뛰었습니다.

최근 환율이 1,400원에 육박하고 있지만, 비상계엄 사태로 정치 불확실성이 고조됐던 지난해 말에는 1,470원을 넘어 외환위기 이후 연말 기준 최고치에 달했기 때문입니다.

코스닥 지수는 지난해 말 678.19에서 지난 19일 863.11로 27%, 달러 환산 지수는 388.58에서 526.49로 25% 각각 올랐습니다.

코스피가 달러 기준으로도 최고치를 경신하려면 환율보다 더 빠른 상승세를 보여줘야 하지만, 대내외 여건은 녹록지 않은 것으로 평가됩니다.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 재개에도 환율이 고공행진을 지속하는 원인 중 하나로 교착 상태에 빠진 한미 무역·통상협상이 지목됩니다.

특히 미국이 요구하는 3,500억달러 규모 대미 투자를 둘러싼 시장 참여자들의 우려가 원화 가치를 짓누르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자본 유출입 불균형 리스크가 이미 환율에 반영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고환율 지속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대부분 전문가는 미국 요구가 관철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보면서도, 만에 하나 현실화할 경우 심각한 고환율 충격을 점쳤습니다.

이민혁 KB국민은행 이코노미스트는 "3,500억달러 전액을 외환시장에서 조달하면 달러 수요가 급증하면서 환율이 큰 폭으로 상승할 수 있다"며 "외환보유고 소진은 대외 건전성에 대한 의구심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낙원 NH농협은행 FX파생전문위원은 "무제한 한미 통화스와프 없이 3,500억달러가 단기간 외환시장에 유입되면 환율은 과거 금융위기를 넘어서는 여태 본 적 없는 수준을 맞이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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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영(ju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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