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영접하는 이재명 대통령[연합뉴스 제공][연합뉴스 제공]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일 경주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소통·신뢰 강화와 호혜 협력을 강조했지만, '모순'을 이례적으로 언급하고 '핵심 이익'을 강조하는 등 한국이 미국의 대중 견제에 동참할 가능성에 대한 견제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도 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시 주석은 지난 1일 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 "중한 양국은 이사 갈 수 없는 중요하고 가까운 이웃이자 떼려야 뗄 수 없는 협력 동반자"라며 양국 관계의 안정적 발전을 위한 소통 강화와 협력 심화를 강조했다고 중국 관영 신화통신 등이 전했습니다.

이어진 비공개 회담에서도 한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2단계 협상과 인공지능(AI)·바이오제약·녹색산업 등 구체적인 분야를 거론하며 협력을 강화하기를 원한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시 주석의 '속내'는 이어진 '중한 관계의 새로운 국면을 열기 위한 4가지 제언' 부분에 있었습니다.

시 주석은 양국이 장기적 협력을 추구하는 데 필요한 사항으로 ▲ 전략적 소통 강화와 상호 신뢰 기반 다지기 ▲ 상호 이익 협력 심화 ▲ 국민 간 감정 개선과 민간교류 증진 ▲ 다자협력 강화 등 4가지를 제시했습니다.

이 가운데 '전략적 소통 강화와 상호 신뢰 기반 다지기'와 관련해서는 "차이점 속에서 공통점을 찾고 협력과 상생을 추구해야 한다. 각자의 사회제도와 발전 경로를 존중하고, 서로의 핵심 이익과 주요 관심사를 배려하며, 우호적 협의를 통해 모순과 의견 차이를 적절히 잘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 가운데 '차이점 속에서 공통점을 찾는다'(구동존이·求同存異)나 '핵심 이익과 주요 관심사 배려'는 과거에도 한중 관계를 설명할 때 중국이 사용해 온 표현이지만 '모순과 이견 적절 처리'와 함께 나온 점이 눈길을 끕니다.

'모순'은 중국이 상대국과 갈등이나 대립 요소가 있다고 볼 때 쓰는 표현이고 '의견 차이' 역시 전략 경쟁 상대인 미국이나 무역분쟁 등이 있는 국가와의 관계에서 주로 나옵니다.

'모순'의 경우 한국과의 관계에서 사용된 예를 찾기 쉽지 않습니다.

앞서 시 주석과 윤석열·문재인 전 대통령의 정상회담 후 중국에서 발표한 내용에 '모순'이라는 표현은 없었습니다.

시 주석이 한국 대통령에게 '모순'을 직접 언급한 사례는 2016년 9월 박근혜 전 대통령과 사드 배치 결정 후 첫 정상회담을 했을 때였습니다.

중국의 '핵심 이익'이란 중국이 합의·양보할 수 없다고 여기는 최상위 국가 이익을 뜻합니다.

대만·홍콩·마카오 등과 연계된 국가 주권과 영토 보전 등 안보, 공산당 체제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이런 전례로 미뤄 볼 때 이번에 시 주석이 한중 정상회담에서 '모순·이견'과 '핵심 이익'을 다시 함께 거론한 것은 한국의 핵잠수함 도입 계획을 견제하는 발언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번 한중 정상회담은 한국이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핵 추진 잠수함 보유 추진을 공식화하고 미국으로부터 승인을 얻은 직후에 열렸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디젤 잠수함은 잠항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북한이나 중국 쪽 잠수함에 대한 추적 활동에 제한이 있다"며 핵 추진 잠수함 도입이 필요하다고 요청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를 승인했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대통령실은 이 대통령이 '중국 쪽'을 언급한 것과 관련해 '특정 국가 잠수함을 지칭한 것이 아니다'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중국으로서는 호주가 중국 견제를 위해 미국과 핵 추진 잠수함 도입에 속도를 내는 상황에서, 인접국인 한국까지 핵 추진 잠수함을 보유해 미국의 대중 견제 전략에 동참하게 될 가능성을 경계하는 상황입니다.

시 주석은 최근 한국에서 잇따른 '혐중 집회'를 염두에 둔 발언도 했습니다.

그는 네 가지 제안 중 세 번째인 '국민 간 감정 개선'과 관련해 "여론과 민의에 대한 인도를 강화하고, 긍정적 메시지를 확산하며, 부정적 동향을 억제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결국 시 주석은 이전 정권 때의 사드 배치나 미일 중심 '가치외교'로 경색됐던 한중관계에 '새로운 국면'을 열자며 안정적인 관계 발전 의지를 피력하고 이 대통령과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손을 맞잡으면서도 한중 간의 잠재적 갈등 요소와 관련해서는 우회적으로 우려를 표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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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효인(hi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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