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현지시간) 러시아 공습으로 파괴된 우크라 최대 민간 에너지업체 DTEK의 발전소 모습[AFP 연합뉴스 자료사진][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우크라이나가 2022년 2월 전쟁 발발 이후 가장 혹독한 겨울을 맞을 수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습니다.

그동안 우크라이나 전력망을 집중적으로 공격했던 러시아가 올해 들어 공격 대상을 가스 인프라로 바꿨기 때문입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15일(현지시간) 분석 기사를 통해 이 같이 전망했습니다.

러시아가 그간 가스 인프라 공격을 자제했던 것은 유럽에 가스를 수출하기 위해 우크라이나 영토의 가스관을 이용해서입니다.

이 경로를 파괴하면 러시아 자신도 수익을 잃게 돼 공격을 자제했지만 5년짜리 가스 운송 계약이 올해 1월 1일을 기점으로 종료되면서 러시아는 더 이상 우크라이나 가스관을 보호할 경제적 이유가 사라졌습니다.

러시아가 올해 초에 이어 지난달부터 가스 인프라에 대한 공격을 재개하면서 우크라이나 주민들의 두려움은 커지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북부 외곽에 거주하는 올렉산드라 코발렌코(37) 씨는 "전기가 없이는 어떻게든 살 수 있다고 해도, 가스가 없이 산다는 것은 상상조차 하기 두렵다"고 말했습니다.

이들은 지난 세 번의 겨울을 통해, 러시아 전력망 공격에 따른 정전에 대비하는 나름의 노하우를 터득했습니다.

보조 배터리를 이용하거나, 헤드램프를 켜고 공부를 하고, 정전이 길어지면 인근 쇼핑몰에서 전자기기를 충전하는 식입니다.

하지만 "가스는 완전히 다른 문제"라고 코발렌코 씨는 우려했습니다.

그는 "가스는 한겨울 혹한으로부터 가족을 지켜주는 생명줄이나 다름 없다"며 "자녀들이 영하의 추위 속에서 고통받거나 병들까 봐 걱정"이라고 토로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유럽의 한 당국자에 따르면, 지난달 우크라이나의 석유·가스 국영기업 나프토가즈의 천연가스 기반 시설은 7차례 공격을 받아 가스 생산의 60%가 중단됐습니다.

나프토가즈의 세르히이 코레츠키 최고경영자(CEO)는 우크라이나 가정의 80%가 가스로 난방과 취사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대부분의 아파트 단지는 가스 기반의 중앙난방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가스 인프라에 대한 러시아의 공격이 계속된다면 수백만 명이 추위로 고통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난방 대용으로 전기 히터를 사용할 수 있지만 이 경우 가뜩이나 취약한 우크라이나의 전력망에 부담만 가중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가스 공급과 자금 확보를 위해 유럽 지도자들과 연쇄 통화를 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 구매를 모색하고 있스니다.

하지만 어렵게 가스를 확보한다고 해도 러시아가 가스관과 기반 시설을 공격하면 저장된 가스를 제대로 활용할 수 없게 됩니다.

이호르 클리멘코 우크라이나 내무부 장관은 지난 여름 NYT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의 가스 인프라가 구소련 시기에 지어졌기 때문에 러시아가 위치와 구조를 "완벽하게 파악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우크라이나 의회 천연가스 정책 소위원회 위원장인 안드리 주파닌은 "가스 이외에 난방을 제공할 수 있는 빠른 대안이 없다"며 중앙난방 시스템에 의존하는 대도시에 심각한 문제가 예상된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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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흠(hum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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