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 단전·단수 지시 관련 답변하는 허석곤 소방청장[연합뉴스 제공][연합뉴스 제공]


허석곤 전 소방청장이 비상계엄 당일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전화해 단전·단수를 언급한 뒤 '언론사들에 경찰이 투입되면 협력해 조치하라'고 지시했다고 증언했습니다.

이 전 장관의 지시를 듣고 '성을 공격할 때 물과 쌀을 끊는 것'을 연상했다고도 진술했습니다.

허 전 청장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류경진 부장판사) 심리로 오늘(17일) 열린 이 전 장관의 내란 중요임무 종사 등 혐의 사건 속행 공판에서 이같이 말했습니다.

증인으로 출석한 허 전 청장은 지난해 12월 3일 밤 11시 37분쯤 이 전 장관과 1분 30초간 통화한 내용을 설명했습니다.

이 전 장관은 허 전 청장에 소방 당국이 출동한 사건이 있는지 물었고, 이어 '소방청이 단전·단수 요청을 받은 것이 있느냐'고 질문까지 한 뒤, 허 전 청장이 없다고 답하자 언론사를 언급했습니다.

허 전 청장은 "장관 말씀이 빨라지며 언론사 몇 곳을 말했고, 한겨레·경향신문·MBC·JTBC·김어준의 뉴스공장을 빠르게 말했다"며 "빨리 말씀하셔서 몇 번 되물었다"고도 부연했습니다.

이어 "(이 전 장관이) '24시에 경찰이 그곳에 투입된다, 혹은 진입한다'고 말했고, '연락이 가면 서로 협력해서 어떤 조치를 취하라'고 얘기했다"고 진술했습니다.

허 전 청장은 "경찰이 24시에 언론사에 투입되면 안에 있는 분들이 저항하지 않겠나"라며 "언론사를 완전 장악하기 위해서 성을 공격하면 옛날에 성안에 물을 끊고 쌀을 끊고 하지 않나. 그래서 소방에 단전·단수를 요청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문을 열어달라고 할 수도 있고 사다리차가 있으니까 다른 요청도 있을 수 있는데, 앞에 단전·단수 요청이 온 게 있는지 말했기 때문에 경찰이 단전·단수를 요청하겠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습니다.

허 전 청장은 "단전·단수는 소방에서 사용하는 용어도 아니다. 30년간 쭉 청장까지 했는데 단전·단수를 해 본 적도, 지시해본 적도 없다"며 "단전·단수를 하면 엘리베이터도 멈추고 소방은 물이 필수인데 물이 차단되고 건물은 위험해진다"고 당시 전화를 끊은 뒤 가졌던 생각을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신의 생각을 확인받기 위해 이영팔 차장에게 '단전 단수가 우리 의무입니까'라고 물어봤고, 이 전 차장이 아니라고 답한 뒤 다른 간부들 역시 '신중하게 생각하시라'고 해 결국 단전·단수는 소방청의 의무가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허 전 청장은 부연했습니다.

오후 증인으로 출석한 이영팔 전 소방청 차장은 "이 사건과 관련해 피의자로 입건돼 형사처벌 우려가 있다"면서 "허락한다면 증언을 거부하겠다"고 밝혔고,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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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혜준(junel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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