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맞잡은 트럼프와 빈살만[로이터=연합뉴스][로이터=연합뉴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현지시간 18일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를 향한 기자의 공격적인 질문에 방어막을 치며 두둔하고 나서 언론단체의 반발을 샀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회담에서 사우디의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 사건에 관해 묻는 ABC방송 기자에게 "손님을 당황하게 하는 질문을 하지 말라"라며 면박을 줬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많은 사람이 그(카슈끄지)를 좋아하지 않았다"라며 "당신이 그 사람을 좋아하든 그렇지 않든 그런 일이 일어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는 카슈끄지가 논란이 있는 인물이었다는 주장으로, 이 사건의 중대성을 희석하려는 의도가 담긴 언급으로 풀이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이 질문을 던진 기자를 "끔찍한 사람"이라고 비난하며 ABC의 방송 면허를 박탈해야 한다고도 주장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평소에도 자신에게 비판적인 언론에 적대적인 태도를 보였습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언행은 카슈끄지 암살 사건 이후 국제사회의 입지가 확연히 축소됐던 빈 살만 왕세자에 대한 공개적이고도 노골적인 지지 표명이란 점에서 이목을 끌었습니다.
일각에서는 암살 배후로 지목된 빈 살만 왕세자에게 사실상 '면죄부'를 주며 국제사회에서 입지 강화를 꾀하는 그에게 힘을 실어준 것이란 분석도 나옵니다.
카슈끄지는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면서 빈 살만 왕세자에 대한 비판적인 기사를 자주 쓰던 인물이었습니다.
그는 혼인신고 절차를 밟기 위해 2018년 10월 2월 튀르키예 이스탄불에 있는 사우디 총영사관을 방문했다가 사우디 정보요원에 의해 살해됐습니다.
사우디는 암살 가담자들을 처벌했지만, 미 중앙정보국(CIA)은 빈 살만 왕세자가 카슈끄지 살해를 지시했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습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빈 살만 왕세자는 '젊은 계몽 군주' 이미지에 타격을 입고 자신에게 비판적인 언론인을 제거하는 '냉혈 통치자'로 평판이 추락했습니다.
조 바이든 전임 정부는 2021년 정권 출범 전후 빈 살만 왕세자를 향해 "국제 왕따로 만들겠다"라며 날을 세웠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그에게 일관된 호의를 보였습니다.
이런 끈끈한 관계의 배경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거래주의' 기조가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트럼프 집권 1기 때 대규모 무기 계약을 체결하는 등 대미 투자에 적극적이었던 빈 살만 왕세자는 트럼프 집권 2기 들어서도 선물 보따리를 잇달아 풀고 있습니다.
그는 이번 회담에서 사우디가 약속한 대미 투자액을 기존 6천억 달러(약 876조 원)에서 1조 달러(약 1,460조 원) 규모로 늘리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일각에서는 빈 살만 왕세자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호의가 가족기업의 이해관계와 연결된 게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됩니다.
미국 언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두 아들이 이끄는 트럼프 오거니제이션은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 트럼프 브랜드로 부동산 건설을 계획 중이며, 트럼프 대통령의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는 빈 살만 왕세자와 사업 파트너 관계입니다.
미국 언론단체 내셔널프레스클럽은 이날 성명을 내고 카슈끄지 살해 사건에 관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비판했습니다.
이 단체는 "기자 살해를 축소하거나 양해하는 것처럼 보이는 발언은 실제 그런 결과를 낳는다"라며 "이런 발언은 언론인이 폭력이나 보복에 대한 두려움 없이 일할 수 있어야 한다는 기본 원칙을 훼손할 수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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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정상(jus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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