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예방접종자문위원회(ACIP) 회의[연합뉴스 제공][연합뉴스 제공]미국의 백신 접종 정책을 좌우하는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산하 예방접종자문위원회(ACIP)가 오랫동안 유지해온 '신생아 B형 간염 예방접종 권고'를 현지시간 5일 폐기하기로 결정했습니다.
ACIP는 이날 회의에서 신생아의 B형 간염 백신 접종을 '바이러스 양성으로 나오는 1% 미만의 산모가 낳은 신생아'에게만 권고하는 안을 표결로 채택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습니다.
현재 B형 간염 백신은 신생아 감염을 최대한 빨리 차단하기 위해 생후 24시간 안에 접종하고 있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B형 간염에 걸린 신생아 중 약 95%는 만성 간염으로 진행됩니다.
하지만 이번 권고안에서 ACIP는 산모가 바이러스 음성인 경우, 신생아의 B형 간염 백신 접종 여부와 시기를 의료 제공자와 산모가 논의하도록 했으며, 생후 2개월이 지날 때까지 첫 접종을 하지 않도록 했습니다.
이에 따라 신생아를 B형 간염 바이러스에서 보호하기 위해 1991년 도입된 보편적 권고가 34년 만에 폐기되는 것이라고 로이터는 전했습니다.
ACIP는 또 현재 첫 접종 후 1~2개월째와 6~18개월째에 이뤄지는 추가 접종을 하기 전에 'B형 간염 항체 검사'를 받도록 했습니다.
다만 추가 접종 시기에 대해서는 구체적 언급을 하지 않았습니다.
이번 권고안은 CDC에 최종 채택될 가능성이 큰 상황입니다. ACIP에는 의료계에서 권위를 인정받는 인사들이 참여하며, CDC 소장은 그간 ACIP의 권고안을 대부분 채택해왔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현재의 ACIP는 '백신 회의론자'인 로버트 케네디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6월 모든 위원을 해임하고 자신의 성향에 맞는 인사들로 구성하면서 의료계와 보건학계와 마찰을 빚어왔으며, 이번 권고안 역시 큰 반발이 예상됩니다.
CDC가 채택하는 안은 명목상 '권고'이지만 건강보험 보장 범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백신 접종 비용이 급등할 수밖에 없으며, 의료 제공자에게도 법적 책임 부담이 커져 사실상 백신 접종이 매우 어려워지게 됩니다.
소아 감염병 전문가인 플로르 무뇨즈 박사는 이번 결정에 대해 "근거 없는 주장에 기반했다"며 "극도로 혼란스럽고 실망스럽다"고 비판했습니다.
미 보건당국은 케네디 장관 취임 이후 기존 정책을 잇달아 뒤집고 있습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노인 등 고위험군에도 권하지 않도록 했으며, 4세 이전에는 홍역·볼거리·풍진·수두(MMRV)를 한 번에 예방하는 혼합백신을 접종하지 말라는 권고도 채택했습니다.
지난 9월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임신 중 타이레놀 복용이 자폐아 출산 위험을 높인다는 이유로 "타이레놀을 복용하지 말라"고 발표해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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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시진(se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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