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오늘(8일) 제주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14회 한일 상의 회장단 회의'에서 "한국과 일본은 단순한 협력을 넘어 이제는 연대와 공조를 통해 미래를 함께 설계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습니다.

양국 회장단이 만난 것은 지난해 11월 일본 오사카 회의 이후 1년 1개월여만입니다.

최 회장은 "민간 분야에서도 협력의 온기가 퍼지고 있다"며 "지난해 882만명에 달하는 우리 국민이 일본을 찾아 역대 방문 최대치를 기록했고, 일본은 한국을 두 번째로 가장 많이 방문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이 같은 협력의 분위기를 이어가고 기업과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결실을 맺기 위해선 경제계의 역할이 상당히 중요하다"며 "한일 간 협력이 말에만 그치지 않고 성과로 이어지려면 구체적으로 아이디어를 모으고, 직접 실험해보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최 회장은 한국과 일본은 글로벌 통상 환경의 변화, 첨단기술 경쟁을 비롯해 저출생·고령화, 지역소멸 등 공통의 과제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으로는 한일 양국의 에너지 공동 구매, 저출생·고령화 대응을 위한 의료 시스템 공유 등을 제시했습니다.

유럽연합(EU)의 '솅겐 조약'과 같은 여권 없는 왕래로 관광을 활성화하는 방안도 제안했습니다.

고바야시 켄 일본상의 회장은 개회사에서 "미국 관세 조치와 같은 보호주의 정책은 국제 경제질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는 등 불확실성이 한층 더 높아지고 있다"며 "무역 중심국인 한국과 일본이 지속 발전하기 위해서는 자유 무역주의 체제 유지와 발전이 필수적"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한국과 일본은 출산율 저하, 인구 감소라는 공동의 사회과제에 직면해 있다"며 "한일 관계는 지금까지 경쟁 구도였지만 앞으로는 협력 구도로 나아가는 시대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이날 회의에는 양국 협력의 틀을 '경제연대' 수준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비전을 논의하는 전문가들의 특별대담도 마련됐습니다.

전문가들은 산업·통상구조 재편 속 양국이 기존 방식만으로는 대응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진단 아래, '룰 테이커'(Rule Taker·규칙 수용자)에서 '룰 세터'(Rule Setter·규칙 설계 및 주도자)로의 전환을 제안했습니다.

또, 양국 상의는 이날 당면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AI·반도체·에너지 등 미래산업 협력, 저출산·고령화 공동 대응, 문화교류 확대 등의 내용을 담은 공동성명도 발표했습니다.

이 밖에도 이날 인천상의, 아오모리상의가 한일 지역 협력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우수 상의로 선정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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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한별(good_sta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