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항공모함 랴오닝함 항해 경로[방위성 보도자료=연합뉴스 제공][방위성 보도자료=연합뉴스 제공]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개입' 시사 발언이 불러온 중일 갈등 속, 중국 항공모함과 폭격기가 일본 오키나와현 섬 주변 해역과 공역을 누비며 무력시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10일 일본 방위성에 따르면 중국 항공모함 랴오닝함이 이끄는 선단은 지난 5일 동중국해에서 오키나와현 해역에 접근해 7일까지 오키나와섬(沖繩本島)을 'ㄷ자 형태'로 에워싸듯 항해했습니다.

이어 전날까지는 오키나와현 동쪽 섬인 미나미다이토지마(南大東島) 주변을 시계 방향으로 나아가며 'S자 형태'로 포위하듯 이동했습니다.

랴오닝함은 미나미다이토지마와 오키노토리시마(沖ノ鳥島·중국명 충즈냐오 암초) 사이 해역에서 남하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방위성은 지난 8일 랴오닝함에서 함재기와 헬리콥터 등이 이착륙한 횟수가 약 40회라고 밝혔습니다.

5일부터 8일까지 나흘간 총 이착륙 횟수는 약 140회에 이릅니다.

랴오닝함 선단에는 전날 보급함이 가세해 한 달 이상 장기 항해를 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지통신이 전했습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중국군 항공모함이 일본 서남부 도서 지역인 난세이(南西) 제도에서 훈련을 일상화하려 한다는 우려가 일본 정부 내에서 확산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신문은 "오키나와섬과 미야코지마(宮古島) 사이 해역은 중국군 함정이 태평양에 진출하는 주요한 경로 중 하나"라면서 랴오닝함이 이 경로 이후 오키나와섬을 에워싸듯 항해한 것이 기존에 확인되지 않았던 동선이라고 했습니다.

사이토 아키라 해상막료장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중국 항모가 오키나와섬과 미나미다이토지마 간 해역을 통과하며 함재기 이착륙 훈련을 한 것은 처음이라며 "중국 해군 활동이 매우 활발해지고 활동 해역도 넓어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닛케이는 "이번처럼 다른 나라 섬을 에워싸는 구역에서 항모 이착륙 훈련을 하면 전투기가 상대국 영공에 가까워지는 사태를 피할 수 없다"며 "다른 나라와 마찰이 생기기 쉽다"고 지적했습니다.

일본 정부는 자위대 호위함 '데루즈키'를 활용해 경계·감시 활동을 하고, 중국 함재기 이착륙에 대응해 자위대 전투기를 긴급 발진시키고 있습니다.

아울러 방위성은 전날 중국군 폭격기 2대와 러시아군 폭격기 2대가 동중국해에서 일본 시코쿠 남쪽 태평양까지 공동 비행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방위성은 또 이들 폭격기가 랴오닝함이 최근 항해했던 오키나와섬과 미야코지마 사이를 비행할 때 중국 전투기 J-16 4대가 합류했다고 설명했습니다.

NHK는 중국군과 러시아군 군용기가 함께 시코쿠 남쪽 태평양까지 비행한 것은 처음이라고 전했습니다.

중국 항모가 태평양을 항해할 때 중국·러시아 군용기가 공동 비행한 것도 최초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방위성은 양국이 일본에 '시위 행동'을 명확히 하려 한 것으로 인식해 중국과 러시아에 각각 외교 경로를 통해 중대한 우려를 전했습니다.

한편, 아사히신문은 중국군 함재기가 지난 6일 자위대 전투기를 상대로 두 차례에 걸쳐 간헐적으로 '레이더 조준'을 한 것과 관련해 방위성 내에서는 중국이 다카이치 총리의 대만 관련 발언을 고려해 새로운 군사 행동을 한 것이라는 견해가 우세하다고 전했습니다.

다만 방위성은 중국과 일본 전투기가 당시 충분한 거리를 뒀던 상태여서 충돌할 만한 위험한 상황은 아니었던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중국 함재기가 일본 전투기에 레이더 조사(照射·겨냥해서 비춤)를 했을 때 거리는 각각 52㎞, 148㎞였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따라 방위성 내에서는 중국의 레이더 조사 사실을 공표하는 것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으나,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이 발표에 적극적이었다고 아사히가 전했습니다.

중국 함재기의 레이더 조사를 둘러싼 중일 간 주장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습니다.

일본 정부는 레이더 조사 목적이 화기 관제(사격 통제)였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매우 위험한 행위였다고 비판하고 있으나, 중국은 자국 전투기의 비행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정상적인 조치였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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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효인(hi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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