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반도체 업계가 'K-메모리'의 영향력을 전 세계에 다시 한 번 입증한 가운데, 내년 본격적인 메모리 슈퍼사이클이 시작되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양사 영업이익의 합계가 200조원을 돌파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됩니다.
삼성전자 서초사옥[연합뉴스 자료사진][연합뉴스 자료사진]
올해 반도체 업계는 1분기와 2분기 미국 트럼프 정부발 관세 정책 영향으로 불확실성이 극대화됐고, 미중 갈등 상황이 꾸준히 이어졌습니다.
특히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은 냉탕과 온탕을 오갔습니다.
1분기 삼성전자 DS부문은 1조 1,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선방했습니다.
중국 정부의 이구환신 정책과 미국의 관세 폭탄을 우려한 중국 업체들의 풀인(선구매) 수요에 시장 전망치보다 높은 실적을 기록했습니다.
그러나 삼성전자 반도체 실적은 2분기에 바닥을 찍었습니다.
선구매 등 일시적 수요 증가 효과가 사라지며 영업이익이 4,000억원으로 급락했는데, 2023년 4분기(영업적자 2조 2,000억원) 이후 최악의 실적이었습니다.
미국발 관세 리스크와 미중 갈등이 반복되며 하반기 실적에 대한 불확실성도 지속됐습니다.
그러나 분위기는 7∼8월 들어 급변했는데, HBM 등 고성능 메모리로 제조사들의 캐파(생산능력)가 집중되면서 범용 D램 가격이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범용 D램 매출 비중이 높은 삼성전자는 수혜를 톡톡히 봤습니다.
HBM 사업의 회복 시그널도 시작됐습니다.
3분기 들어 다수의 고객사를 대상으로 HBM 공급을 늘리며 자존심 회복에 나섰고, 엔비디아의 라이벌 격인 AMD와 주문형 반도체(ASIC) 업체인 브로드컴 등으로 공급망을 다변화한 효과가 나타났습니다.
수조원대 영업 적자를 내던 파운드리에서도 변화가 감지됐습니다.
성숙 공정 수주 확대로 가동률 회복이 시작된 데 이어 테슬라와 애플 등 '큰손' 빅테크들과 잇따라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삼성전자는 올해 7월 테슬라와 165억 달러(약 23조원) 규모의 장기 공급 계약을 맺었습니다.
또 지난 8월에는 애플에 차세대 이미지센서를 공급하기로 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삼성전자의 숙원이던 엔비디아에 대한 HBM 대량 공급도 조만간 성사될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10월 말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한국을 찾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의 '깐부회동'을 통해 두터운 친분을 드러냈습니다.
황 CEO는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의 HBM 파트너라고 언급하며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켰고, 삼성전자는 내년 상반기 HBM4 양산을 시작할 전망입니다.
증권가에서는 HBM 사업 회복과 범용 메모리 가격 상승, 시스템반도체 실적 개선 등에 힘입어 삼성전자 DS부문이 올해 4분기 15조원 넘는 영업이익을 낼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반도체를 둘러싼 글로벌 경쟁이 최고조에 달하고 통상환경의 불확실성이 극대화된 상황에서 한국이 흔들리지 않고 중심을 잡고 갈 수 있었던 이유는 메모리라는 하나의 큰 축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거대한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서 메모리라는 카드가 다양한 레버리지(지렛대)로 활용될 수 있었다"며 "한국 메모리의 저력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 한 해"라고 봤습니다.
SK하이닉스 경기도 이천 본사[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SK하이닉스는 올해는 수많은 역사를 썼습니다.
33년 만에 삼성전자로부터 D램 시장 1위(1·2·3분기)뿐 아니라 메모리 시장 1위(2분기)까지 빼앗았는데, 기업 규모를 고려하면 다윗이 골리앗을 이긴 셈입니다.
SK하이닉스는 미국발 관세 리스크와 불확실성이 심화하던 상반기에도 견조한 실적을 이어갔습니다.
1분기 7조 4,400억원, 2분기 9조 2,1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삼성전자 전사 영업이익(1분기 6조 6,900억원·2분기 4조 6,800억원)도 뛰어넘었습니다.
3분기에는 창립 이래 처음으로 영업이익 10조원을 돌파했습니다.
매출 역시 24조 4,500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습니다.
HBM 시장에서 대체 불가한 입지를 확보한 덕분이었습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올해 3분기 HBM 시장에서 58%의 점유율을 차지했습니다.
HBM은 범용 메모리와 달리 고객사와 먼저 계약한 후 생산하는 수주 형태입니다.
SK하이닉스는 일찌감치 올해 HBM 물량을 완판하며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마련했습니다.
또 HBM 개발 단계부터 엔비디아와 공고한 파트너십을 유지해왔는데 엔비디아 AI 가속기에 탑재되는 HBM3E를 사실상 독점 공급했고, 연내 HBM4 양산을 시작해 내년 엔비디아에 공급할 계획입니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뿐 아니라 ASIC 업체로 고객사를 다변화하며 영향력을 키우고 있습니다.
SK하이닉스는 구글의 최신 TPU 7세대(P·코드명 아이언우드)에 HBM3E 8단을 우선 공급사로 납품하고 있으며, 다음 세대(TPU 7e)에 들어가는 HBM3E 12단도 독점 공급할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메모리 슈퍼사이클의 도래에 힘입어 내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실적은 최고치를 찍을 전망입니다.
증권가에서는 내년 삼성전자 전사 연간 영업이익이 약 88조 5,000억원, SK하이닉스는 8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최근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의 화두가 그래픽처리장치(GPU)나 AI칩에서 메모리로 옮겨오는 모양새"라며 "내년 메모리 슈퍼사이클이 도래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필두로 한 'K-메모리' 파워가 더욱 공고화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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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하림(halimkoo@yna.co.kr)
삼성전자 서초사옥[연합뉴스 자료사진][연합뉴스 자료사진]올해 반도체 업계는 1분기와 2분기 미국 트럼프 정부발 관세 정책 영향으로 불확실성이 극대화됐고, 미중 갈등 상황이 꾸준히 이어졌습니다.
특히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은 냉탕과 온탕을 오갔습니다.
1분기 삼성전자 DS부문은 1조 1,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선방했습니다.
중국 정부의 이구환신 정책과 미국의 관세 폭탄을 우려한 중국 업체들의 풀인(선구매) 수요에 시장 전망치보다 높은 실적을 기록했습니다.
그러나 삼성전자 반도체 실적은 2분기에 바닥을 찍었습니다.
선구매 등 일시적 수요 증가 효과가 사라지며 영업이익이 4,000억원으로 급락했는데, 2023년 4분기(영업적자 2조 2,000억원) 이후 최악의 실적이었습니다.
미국발 관세 리스크와 미중 갈등이 반복되며 하반기 실적에 대한 불확실성도 지속됐습니다.
그러나 분위기는 7∼8월 들어 급변했는데, HBM 등 고성능 메모리로 제조사들의 캐파(생산능력)가 집중되면서 범용 D램 가격이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범용 D램 매출 비중이 높은 삼성전자는 수혜를 톡톡히 봤습니다.
HBM 사업의 회복 시그널도 시작됐습니다.
3분기 들어 다수의 고객사를 대상으로 HBM 공급을 늘리며 자존심 회복에 나섰고, 엔비디아의 라이벌 격인 AMD와 주문형 반도체(ASIC) 업체인 브로드컴 등으로 공급망을 다변화한 효과가 나타났습니다.
수조원대 영업 적자를 내던 파운드리에서도 변화가 감지됐습니다.
성숙 공정 수주 확대로 가동률 회복이 시작된 데 이어 테슬라와 애플 등 '큰손' 빅테크들과 잇따라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삼성전자는 올해 7월 테슬라와 165억 달러(약 23조원) 규모의 장기 공급 계약을 맺었습니다.
또 지난 8월에는 애플에 차세대 이미지센서를 공급하기로 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삼성전자의 숙원이던 엔비디아에 대한 HBM 대량 공급도 조만간 성사될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10월 말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한국을 찾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의 '깐부회동'을 통해 두터운 친분을 드러냈습니다.
황 CEO는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의 HBM 파트너라고 언급하며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켰고, 삼성전자는 내년 상반기 HBM4 양산을 시작할 전망입니다.
증권가에서는 HBM 사업 회복과 범용 메모리 가격 상승, 시스템반도체 실적 개선 등에 힘입어 삼성전자 DS부문이 올해 4분기 15조원 넘는 영업이익을 낼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반도체를 둘러싼 글로벌 경쟁이 최고조에 달하고 통상환경의 불확실성이 극대화된 상황에서 한국이 흔들리지 않고 중심을 잡고 갈 수 있었던 이유는 메모리라는 하나의 큰 축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거대한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서 메모리라는 카드가 다양한 레버리지(지렛대)로 활용될 수 있었다"며 "한국 메모리의 저력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 한 해"라고 봤습니다.
SK하이닉스 경기도 이천 본사[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SK하이닉스는 올해는 수많은 역사를 썼습니다.
33년 만에 삼성전자로부터 D램 시장 1위(1·2·3분기)뿐 아니라 메모리 시장 1위(2분기)까지 빼앗았는데, 기업 규모를 고려하면 다윗이 골리앗을 이긴 셈입니다.
SK하이닉스는 미국발 관세 리스크와 불확실성이 심화하던 상반기에도 견조한 실적을 이어갔습니다.
1분기 7조 4,400억원, 2분기 9조 2,1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삼성전자 전사 영업이익(1분기 6조 6,900억원·2분기 4조 6,800억원)도 뛰어넘었습니다.
3분기에는 창립 이래 처음으로 영업이익 10조원을 돌파했습니다.
매출 역시 24조 4,500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습니다.
HBM 시장에서 대체 불가한 입지를 확보한 덕분이었습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올해 3분기 HBM 시장에서 58%의 점유율을 차지했습니다.
HBM은 범용 메모리와 달리 고객사와 먼저 계약한 후 생산하는 수주 형태입니다.
SK하이닉스는 일찌감치 올해 HBM 물량을 완판하며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마련했습니다.
또 HBM 개발 단계부터 엔비디아와 공고한 파트너십을 유지해왔는데 엔비디아 AI 가속기에 탑재되는 HBM3E를 사실상 독점 공급했고, 연내 HBM4 양산을 시작해 내년 엔비디아에 공급할 계획입니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뿐 아니라 ASIC 업체로 고객사를 다변화하며 영향력을 키우고 있습니다.
SK하이닉스는 구글의 최신 TPU 7세대(P·코드명 아이언우드)에 HBM3E 8단을 우선 공급사로 납품하고 있으며, 다음 세대(TPU 7e)에 들어가는 HBM3E 12단도 독점 공급할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메모리 슈퍼사이클의 도래에 힘입어 내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실적은 최고치를 찍을 전망입니다.
증권가에서는 내년 삼성전자 전사 연간 영업이익이 약 88조 5,000억원, SK하이닉스는 8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최근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의 화두가 그래픽처리장치(GPU)나 AI칩에서 메모리로 옮겨오는 모양새"라며 "내년 메모리 슈퍼사이클이 도래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필두로 한 'K-메모리' 파워가 더욱 공고화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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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하림(halimk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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