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X 스타링크(UPI=연합뉴스)(UPI=연합뉴스)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가 쏘아 올린 저궤도 위성통신 '스타링크'가 한국 땅을 밟은 지 오늘(4일)로 딱 한 달이 된 가운데, 초반 성적표가 극명하게 갈렸습니다.

망망대해를 오가는 해운업계와 통신 두절이 곧 재난인 대형 빌딩·항공 등 기업 시장(B2B)에서는 '게임 체인저'로 환대받았지만, 세계 최고 수준의 유·무선망이 깔린 일반 소비자 시장(B2C)에선 예상대로 '찻잔 속 태풍'에 그치는 모양새입니다.

오늘(4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스타링크의 '한 방'은 고도(高度)에서 나왔습니다.

지상 3만6천km 상공에 떠 있는 기존 정지궤도(GEO) 위성과 달리, 스타링크는 300~1,500km의 낮은 궤도(LEO)를 도는 소형 위성 수천 기로 지구를 촘촘히 감쌌습니다.

기지국 역할을 하는 위성이 머리 바로 위까지 내려온 셈입니다.

거리가 가까워지니 데이터 전송 지연 시간(레이턴시)이 획기적으로 줄었습니다.

기존 위성통신이 신호 왕복에 수백 ms가 걸려 '3G급' 답답함을 줬다면, 스타링크는 20~40ms 수준으로 끊었습니다.

물론 국내 지상망의 LTE 평균 속도(약 178Mbps)나 5G, 기가 인터넷 같은 '절대 속도'에는 못 미치지만, 위성 통신 기준으로는 혁신에 가깝습니다.

이 기술적 우위가 B2B 시장의 지갑을 열었는데, SK텔링크는 SK해운 전 선박과 팬오션에, KT샛은 선박관리기업 KLCSM 및 롯데물산과 잇따라 손잡고 위성통신 포트폴리오에 스타링크를 심었습니다.

반응이 가장 뜨거운 곳은 해운업계입니다.

과거 선박에선 카카오톡 텍스트 하나 보내는 데도 인내심이 필요했지만, 스타링크 도입 후 선원들이 유튜브를 보고 가족과 영상 통화를 하는 '디지털 복지'가 가능해졌습니다.

입항 때마다 대용량 서류 전송 탓에 겪던 '로딩 지옥'에서도 탈출해 업무 효율까지 잡았다는 후문입니다.

항공업계의 움직임도 빨라졌는데, 초기엔 "검토 중"이라며 신중론을 폈던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진에어·에어부산·에어서울 등 한진 계열 5개 사는 최근 스타링크 기반 기내 와이파이 도입을 확정 지었습니다.

업계에 따르면 이들 항공사는 2026년 이후 장거리 노선부터 순차적으로 서비스를 띄울 예정입니다.

반면, 일반 소비자가 느끼는 매력은 아직 냉랭한데, '인터넷 강국' 한국의 특수성 때문입니다.

도심은 물론 시골 마을까지 광케이블과 5G가 촘촘히 깔린 한국에서, 굳이 비싼 위성 인터넷을 쓸 유인이 없습니다.

스타링크 주거용 요금제는 월 8만7천 원 선. 여기에 위성 안테나와 라우터 등 초기 장비 구매비만 55만 원이 듭니다.

월 2만~3만 원대면 500Mbps~1Gbps급 속도를 펑펑 쓸 수 있는 국내 아파트 인터넷 환경과 비교하면 '가성비'에서 상대가 안 됩니다.

업계 전문가들은 스타링크의 한국 대중화 전제 조건으로 '다이렉트 투 셀(Direct to Cell·D2C)'을 꼽는데, 이는 별도 안테나 없이 스마트폰이 직접 위성과 신호를 주고받는 기술입니다.

스타링크는 미국 등지에서 D2C 위성을 쏘아 올리고 있지만, 한국 상륙까진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

전용 칩셋 생태계 구축부터 까다로운 국내 주파수 인허가, 이통사와의 파트너십까지 난제가 수두룩합니다. 현재로선 한국 출시 일정조차 안갯속입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한국 시장에서 스타링크는 촘촘한 지상망 탓에 B2C보다는 해상·항공·재난망 등 확실한 니즈가 있는 B2B 시장에서 덩치를 키울 것"이라며 "진정한 대중화는 단말기 가격 파괴와 D2C 기술이 국내 규제 문턱을 넘는 시점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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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형민(moonbr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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