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 LTV 정보교환 '담합'

위법성 인식 후 증거 제거·인수인계까지…LTV 수준 조정

공정위, 재조사 끝에 과징금 2,720억원 결정

공정거래위원회[연합뉴스TV 촬영][연합뉴스TV 촬영]


4대 시중은행이 서로의 부동산 담보인정비율(LTV) 정보를 교환하고 이를 LTV 산정 시 활용한 것이 적발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2천억원대의 과징금을 부과받았습니다.

오늘(21일) 공정위는 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등 4개 시중은행이 부동산 담보대출 시장에서 경쟁을 제한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2,720억1,400만원의 과징금 부과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습니다.

은행별 과징금은 국민은행 697억4,700만원, 신한은행 638억100만원, 우리은행 515억3,500만원, 하나은행 869억3,100만원으로 결정됐습니다.

LTV는 부동산 담보가치에서 대출금액이 차지하는 비율로, 차주의 부동산 담보물에 대해 은행이 어느 수준까지 대출을 실행해줄 수 있을지를 의미합니다.

LTV에 따라 대출가능금액, 대출금리 등이 달라지는 만큼 담보대출 거래 시 중요한 요건 중 하나이기 때문에 은행들은 LTV를 통상 영업비밀로서 관리하고 있습니다.

공정위는 지난 2023년부터 은행들의 LTV 정보교환 담합행위를 조사해왔고 지난해 재조사 끝에 이번 제재 결정을 내렸습니다.

4개 시중은행 LTV 정보교환 직원들의 진술 및 채팅 내역[공정거래위원회 제공][공정거래위원회 제공]


공정위에 따르면 4개 은행들은 최대 7,500건에 이르는 각 은행의 가계·기업 대출 LTV 정보를 지난 2022년 3월부터 수시로 교환했습니다.

은행 직원들은 그 이전부터 LTV 정보를 교환했음을 인정했으나 공정거래법상 '정보교환 담합행위 금지' 조항이 신설된 것은 2021년 12월 30일임에 따라 공정위는 그 이후 행위부터 제재 대상에 포함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들 은행은 각 사의 LTV를 공유하는 행위의 위법 가능성을 인식하고 정보교환의 흔적도 적극 제거하기도 했습니다.

실무자들은 교환 정보를 남기지 않기 위해 LTV 정보를 인쇄물로 받아와 최대 7,500건의 정보를 일일이 엑셀 파일에 옮겨 입력했고, 받아온 인쇄물은 파기했습니다.

또, 담당자가 교체되더라도 정보교환은 이어질 수 있도록 LTV 정보교환 담당자 전·후임 간 인수인계까지 진행해왔습니다.

4개 시중은행의 LTV 정보교환 행위에 따른 LTV 평균값[공정거래위원회 제공][공정거래위원회 제공]


4개 은행은 이렇게 공유된 서로의 LTV 정보를 기반으로 LTV 조정에 나섰습니다.

만약 LTV가 타행보다 높으면 그만큼 대출금 회수 위험을 많이 부담하게 되기 때문에 LTV를 하향 조정했고, 반대로 LTV가 타행보다 낮으면 영업경쟁력 약화를 우려해 상향 조정하는 방식이었습니다.

그 결과, 2023년 기준 4개 은행의 LTV는 장기간 유사한 수준으로 유지되며 비담합은행에 비해 7.5%p 낮게 형성됐습니다.

공장, 토지 등 기업대출과 연관이 큰 비주택 부동산 LTV 평규는 8.8%p까지 벌어졌습니다.

LTV가 낮을 경우 중소기업, 소상공인 등 차주들은 필요 자금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거나 추가 담보를 찾아야 하는 등 대출거래 조건이 악화될 우려가 있습니다.

공정위는 "각 은행들은 경쟁 은행의 영업전략에 대한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중요한 거래조건인 LTV를 통한 경쟁을 회피할 수 있었으며, 그 결과 영업이익을 안정적으로 창출했다"고 지적했습니다.

해당 4개 은행들은 부동산 담보대출 시장에서 약 60%의 점유율(가계 61.3%·기업 51.3%)을 차지하는 만큼 LTV가 유사 수준으로 유지되면 차주들은 거래은행 선택권이 제한되는 피해를 볼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입니다.

공정위는 이번 사건이 경쟁제한적 정보교환 담합행위 금지 규정이 적용된 첫 제재 사례라고 밝혔습니다.

앞으로도 금융을 비롯해 각 분야에서 정보 교환 방식으로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에 대해 감시를 강화하고 적발시 엄정 조치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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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한별(good_sta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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