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PDVSA 주유소 앞 차량 대기 행렬[카라카스 AFP=연합뉴스 제공][카라카스 AFP=연합뉴스 제공]21세기 사회주의를 표방하며 자원 주권을 강조해온 '세계 최대 석유 매장국' 베네수엘라가 원유 개발 빗장을 풀 조짐입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무력행사를 위시한 초강경 압박에 내몰린 베네수엘라가 우고 차베스(1954∼2013)·니콜라스 마두로(63)의 핵심 정치적 유산인 석유 국유화 조처를 사실상 폐기하는 전환점에 선 것으로 관측됩니다.
베네수엘라 국회는 22일(현지시간)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델시 로드리게스(56) 임시 대통령 정부에서 제출한 탄화수소법 개정안을 공식 안건으로 채택해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지난 3일 미국의 마두로 축출 이후 국정 운영을 책임지는 로드리게스 베네수엘라 임시 대통령은 15일 국회 연설에서 "정부는 외국인 투자 촉진을 목표로 손질한 탄화수소법 개정안을 제출할 예정"이라면서 "투자금은 신규 유전과 인프라가 없거나 부족한 (기존) 유전 등으로 유입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로이터·AFP통신은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발효될 경우 외국·현지 기업들은 새로운 계약 모델을 통해 유전을 독자적으로 운영하고, 생산물을 상업화하며, 국영 석유회사(PDVSA) 소수 지분 파트너로 활동하는 경우에도 판매 수익금을 수령할 수 있게 분배율을 확대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베네수엘라에 본사를 둔 민간 기업'이 석유 탐사 및 채굴에 참여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는 뜻입니다.
베네수엘라 정부가 특별 프로젝트 또는 대규모 투자를 요구하는 사업에 대해 현재 33%인 로열티 비율을 15%까지 낮출 수 있도록 해 기업들의 현지 진출 동기부여를 높이는 구상도 담겼다고 로이터는 개정안 초안을 인용해 보도했습니다. 또 분쟁 해결을 위한 독립적인 중재 신청도 가능하게 될 전망이라고 부연했습니다.
이는 차베스 전 정부(1999∼2013년)에서 외국기업 자산을 몰수하고 PDVSA 지분율을 강제 상향하는 등의 석유 국유화 조처를 사실상 폐기하는 '변침'(방향 전환)으로 풀이됩니다.
차베스 전 정부는 자유무역 체제 지양·민족주의 성향 강화 등 성격을 띤 21세기 사회주의와 '반미'(反美)를 기치로 내걸고 국가 경제 근간인 석유 산업을 2000년대 국유화했는데, 이 정책 방향은 2004∼2008년께 국제유가 고공행진 덕분에 경제 호황을 맞으면서 국제사회의 눈길을 끌었습니다.
다만, 예측 불가능한 국유화에 외국인 투자가 급감하는 와중에 유가 폭락과 미국 정부의 강력한 경제·금융 제재까지 겹치며 2010년대 들어서는 베네수엘라가 깊은 수렁에 빠지게 됐습니다.
석유 산업 자체도 전문 인력 축출과 재투자 부재에 부닥치면서, 한때 하루 300만 배럴 넘던 하루 생산량이 80만 배럴 수준까지 곤두박질친 것으로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을 비롯한 주요 외신은 분석한 바 있습니다.
그간 베네수엘라 PDVSA에서 독점했던 원유 수출 통제권을 민간에 일부 부여하는 이 개정안은 글로벌 에너지 지형을 흔들 변수로 작용할 수도 있습니다.
외국 기업의 기술력과 자본이 본격적으로 투입될 경우 중장기적으로 국제 유가 안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베네수엘라 입장에서는 서방 기업들의 복귀 명분을 제공함과 동시에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를 꾀하는 지렛대로 삼을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낙관론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과거 자산 몰수 경험을 가진 글로벌 기업들은 여전히 베네수엘라의 법적 투명성에 의구심을 품고 있습니다. 대런 우드 엑손모빌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9일 백악관에서 열린 석유 업계 임원 회의에서 "현재 베네수엘라의 법과 상업적 제도와 틀을 보면 투자 불가능한 상태"라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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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준영(kwak_k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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