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법무부가 공개한 '엡스타인 파일'[AP=연합뉴스 자료사진 제공][AP=연합뉴스 자료사진 제공]


미국 법무부가 최근 추가 공개한 '엡스타인 사건 파일'에서 성범죄 피해자 수십명의 이름이 익명 처리 없이 그대로 노출됐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현지 시간 1일 보도했습니다.

WSJ이 문건을 자체 분석한 결과, 억만장자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의 범죄 피해자 중 최소 43명의 이름은 삭제되지 않고 문건에 남아있었습니다.

이들 중에는 지금까지 신원이 한 번도 외부에 공개되지 않은 피해자들이 포함돼 있었고, 20명 이상은 피해 당시 미성년이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일부 실명은 파일 곳곳에서 100회 이상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엡스타인과 공모자 길레인 맥스웰과 관련된 모든 기밀 기록, 문서, 통신 및 수사 자료의 공개를 명령한 '엡스타인 파일 투명성 법안'에 따르면, 법무부는 문건 공개 전 모든 피해자의 이름을 삭제해야 합니다.

법무부는 이를 위해 피해자 측 변호인들로부터 명단을 받아 수주간 이름 삭제 작업을 진행했다고 밝혔으나, 실제 공개된 문건에서는 편집 누락이 곳곳에서 발견됐습니다.

토드 블랜치 법무부 부장관은 언론 인터뷰에서 피해자 보호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면서 "피해자나 변호사로부터 이름이 제대로 삭제되지 않았다는 연락을 받으면 즉시 수정한다"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피해자들은 법무부가 문건 공개 전 기본적인 키워드 검색조차 하지 않는 등 안일한 일 처리로 피해를 키웠다고 지적했습니다.

한 변호사는 법무부가 피해자에게 방대한 문서를 직접 뒤져 이름 노출 사례를 신고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면서, 일부 피해자들은 개인정보 확산을 막으려 100건이 넘는 수정 요청을 해야 했다고 전했습니다.

실명이 지워지지 않은 문건 공개는 여러 피해자에게 트라우마를 불러일으키고 있으며, 일부는 이름이 언론과 소셜미디어에 공개되면서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고 WSJ은 전했습니다.

운전면허증 사진까지 공개된 피해자 아누스카 드 조르지우는 "공개된 정보의 상당 부분은 증언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연방 수사관들이 작성한 메모에서 나온 것"이라면서 "정부에 협조했음에도 정부는 피해자 안전과 보호를 외면했다"고 비판했습니다.

피해자들은 엡스타인 사건을 담당했던 연방 판사들에게 법무부가 문서 공개 사이트를 일시 폐쇄한 뒤 피해자 이름을 철저히 삭제하도록 명령해 달라는 청원을 제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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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윤(easy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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