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수면[AI가 만든 이미지. 연합뉴스][AI가 만든 이미지. 연합뉴스]


부부가 같은 시간대에 잠자리에 드는지가 노년기 수면의 질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제시됐습니다.

취침 시간이 서로 비슷한 부부일수록 전반적인 수면의 질이 높아지지만, 부부 4쌍 중 3쌍은 이런 효과를 누리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오늘(10일) 분당서울대병원에 따르면 이 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기웅 교수 연구팀은 국제 학술지 '영국정신의학저널 오픈'(British Journal of Psychiatry Open) 최신호를 통해 이런 내용의 연구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연구팀은 60세 이상 노년 부부 859쌍(1,718명)을 대상으로 부부의 취침 시간 차이에 따라 여러 그룹으로 나눈 뒤 수면의 질, 잠드는 데 걸리는 시간(수면 잠복기), 수면 효율 등을 비교했습니다.

또한 이러한 수면 습관이 시간이 지나면서 어떻게 변화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8년에 걸친 장기 추적 분석도 함께 진행했습니다.

이번 연구에서 전체 부부 중 같은 시간에 잠자리에 드는 부부는 4쌍 중 1쌍꼴인 201쌍(23.4%)이었습니다.

분석 결과 취침 시간이 서로 비슷한 부부일수록 전반적인 수면 상태가 좋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면 취침 시간이 어긋난 부부에게서는 수면의 질이 상대적으로 나쁜 경향이 확인됐습니다.

한 사람이 먼저 잠자리에 들고 배우자가 뒤늦게 잠드는 경우 먼저 잠든 사람의 수면 잠복기가 최대 약 53분까지 늘어나고 수면의 질도 떨어졌습니다.

특히 부부의 취침 시간이 어긋날 때 여성의 수면 질 악화가 남성보다 더 두드러졌습니다.

장기 추적 분석에서도 이러한 경향은 유지됐습니다.

취침 시간이 지속해서 맞지 않는 부부의 경우 여성은 수면 시간이 줄고 수면 효율이 떨어지는 등 수면 건강이 점진적으로 악화하는 경향이 나타났지만, 남성은 이 같은 연관성이 없었습니다.

연구팀은 이런 현상이 단순한 생활 습관 문제가 아니라 파트너의 행동과 생활 리듬이 서로의 수면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공동 수면'(dyadic sleep) 현상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사람은 혼자 자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같은 침실에서 생활하는 배우자의 행동이나 생활 리듬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배우자가 늦게 잠자리에 드는 과정에서 침실 조명을 켜거나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움직이는 등의 행동이 먼저 잠든 사람의 수면을 방해할 수 있습니다.

더욱이 여성은 남성보다 수면 환경 변화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고, 노년기에는 호르몬 변화와 불면 증상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아 이러한 영향이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습니다.

연구팀은 이번 결과가 초고령사회 한국인의 수면 건강 관리 방식에 새로운 시사점을 던진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동안 수면 장애 치료나 생활 습관 개선은 대부분 개인 중심으로 접근해 왔지만, 실제 생활에서는 부부가 같은 침실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수면 역시 '관계 속 행동'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입니다.

김기웅 교수는 "좋은 잠을 위해서는 수면 시간과 환경 관리도 중요하지만, 함께 생활하는 배우자와의 생활 리듬 역시 수면 건강의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게 중요하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또 "취침 시간의 일치는 노년 부부의 수면 건강을 개선할 수 있는 수정 가능한 생활 요인 중 하나"라며 "향후 수면 장애 관리에서도 개인뿐 아니라 부부 단위의 접근이 필요하다"라고 조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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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정상(jus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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