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외교문서 37만여 쪽 오늘 일반에 공개

삼풍참사 다음날 YS "공업화 과정 불가피한 현상"

북러 '포괄적인 전략적동반자관계에 관한 조약' 조인식(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작년 6월 19일 북한과 러시아는 쌍방 사이 '포괄적이며 전략적인 동반자관계를 수립함에 관해 국가간 조약'이 조인됐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0일 보도했다. 2024.6.20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No Redistribution] nkphoto@yna.co.kr(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작년 6월 19일 북한과 러시아는 쌍방 사이 '포괄적이며 전략적인 동반자관계를 수립함에 관해 국가간 조약'이 조인됐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0일 보도했다. 2024.6.20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No Redistribution] nkphoto@yna.co.kr


1995년 장쩌민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을 앞두고 '대만과의 수교 가능성' 을 거론하며 북한이 거세게 반발했던 정황이 오늘(31일) 기밀이 해제된 외교문서에서 확인됐습니다.

1995년 6월 외무부가 중국의 한반도 전문가들로부터 청취한 내용을 정리한 보고서에 의하면, 그해 5월 중국 외교부 산하 국제문제연구소 대표단은 북한 외무성 산하 군축 및 평화문제연구소와 회의를 했습니다.

이 회의에서 중국 측은 북한과 대만의 관계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북중 특수관계를 고려해 대만과의 관계를 처리해줄 것을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북측은 중국 측 인사 명단을 일일이 언급하며 "중국과 한국이 고위인사 교류를 하는데 북한은 왜 대만과의 관계를 발전시킬 수 없느냐"며 날 선 반응을 보였습니다.

그러면서 "보도된 대로 11월 장 주석이 한국을 방문한다면, 대만과의 관계에서 어떠한 조치를 취할 수 밖에 없으며, 대만과의 외교관계 수립까지도 검토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주중대사관이 중국 전문가 접촉 결과를 본부에 보고한 전문에 따르면 북한은 그해 6월 방북한 탕자쉬안 중국 부부장에게 한중관계 발전의 불만을 표하고 한중 군사 교류에도 민감하게 반응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북한의 계속되는 반발에 중국 측도 성의를 보였습니다. 장 주석은 방한 한 달여 전인 10월 6일 주중북한대사관이 주최한 노동당 창당 50주년 리셉션에 직접 참석했습니다.

남북한 모두 중국의 우방이라고 표현하는 등 외교에서 균형점을 찾으려는 면모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이번에 공개된 문서에는 러시아 정부가 소련 시절 북한과 맺은 '상호 우호 조약'을 1995년 폐기하기로 한 결정에 한러관계가 주효했음을 보여주는 정황도 드러났습니다.

지난 2022년 우크라이나전 북한군 파병을 고리로 혈맹으로 밀착한 지금의 북러관계와는 사뭇 다른 모습입니다.

공로명 당시 외무부 장관은 1995년 5월 한국을 방문한 알렉산드르 파노프 러시아 외무부 차관과의 면담에서 '자동 군사 개입' 조항으로 해석되는 북러 우호조약 제1조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한러 관계 발전을 위해 러시아 측의 조치를 촉구했습니다.

지속되는 요구에 러시아는 한 달 뒤인 6월, 주러한국공사를 초치해 "간섭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불만을 표시했습니다.

그러나 러시아도 북한과의 관계 못지 않게 당시에는 한국과의 협력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가 감지됐습니다.

1995년 7월 개최된 한러 정책협의회에서 러시아 측은 "현재의 러북 관계가 과거의 이념적 관계에서 실용적 관계로 변화됐다"고 설명하고 "군사 조항이 더 이상 실천 불가능한 조항임은 공개된 비밀"이라고 언급했습니다.

급기야 조약 폐기 직전에는 러시아 태평양함대 함정의 원산 방문 제의를 북한이 거절하고, 그해 9월 러시아는 북한에 '조약 폐기'를 통보합니다.

한편,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수습 초기 김영삼 대통령이 심각성을 축소하는 듯한 발언을 한 것도 눈에 띄는 대목입니다.

'코르만 바누아투 총리 대통령 예방 요록'에 따르면 김 대통령은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다음날인 1995년 6월30일 오전 10시 청와대 본관 접견실에서 코르만 총리의 삼풍사고 위로 서한에 사의를 표한 뒤 "사건이 없는 것이 제일 좋지만, 공업화로 가는 과정에서 불가피한 현상이며 과정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한 것입니다.

김 대통령은 "경제가 발전된 중요한 나라치고 사건이 없는 나라가 없고, 경제가 발전되다 보면 사건이 있을 수밖에 없으며, 100% 완전한 나라는 없다"고도 언급했습니다.

그러면서 참사 상황을 대대적으로 보도한 언론을 비판하며 "언론의 자유가 지나치게 보장돼 있고 민주주의가 발달돼 있어 언론들이 너무 많이 과장되게 보도하는 경향이 있다"고 안일한 인식을 드러냈습니다.

하지만 실제 김 대통령은 코르만 총리 접견 직전 오찬 모임 등을 모두 당일 취소하고, 접견 다음 날 현장을 직접 찾는 등 참사에 신경을 쓰는 면모를 보였습니다.

이를 두고 외국 정상 앞에서 국내 대형 참사에 심각하게 반응하기 보다 국가적 이미지를 관리하려는 취지에서 한 발언이라는 해석도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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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아(goldmin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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