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한국은행 제공][한국은행 제공]중동 사태 여파로 물가는 오르고 성장은 둔화하는 경제 국면에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오늘(10일) 기준금리를 동결했습니다.
중동발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일단 금리를 현 수준으로 유지하며 상황을 지켜보기로 한 분위기입니다.
금통위는 이날 오전 통화정책방향 결정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2.50%로 동결하기로 했습니다. 지난해 7·8·10·11월과 올해 1·2월에 이은 7연속 동결입니다.
이번 결정에서 물가 상황은 최우선 고려 사항으로 꼽힙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2월 2.0%에서 3월 2.2%로 소폭 상승하는 데 그쳤지만, 이는 석유 최고가격제 등 정부의 물가안정 대책 덕분으로 분석됩니다.
이달부터는 한은의 목표 수준(2.0%)을 상당 폭 웃도는 수치가 나올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일부 투자은행(IB)은 5월 이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를 넘을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습니다.
한은도 "4월 이후 소비자물가는 국제 유가의 큰 폭 상승의 영향으로 오름폭이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가파른 에너지 가격 상승세는 물가 우려의 핵심 배경입니다.
한은은 지난 2월 경제전망 때 브렌트유 가격을 배럴당 64달러로 전제했습니다.
그러나 이란 전쟁에 따른 호르무즈 해협 봉쇄 등으로 브렌트유는 3월 중 60% 이상 급등해 배럴당 100달러를 훌쩍 넘겼습니다.
이런 고유가 상황은 생산비와 운송비를 끌어올려 국내 물가에 전방위로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원·달러 환율도 금통위의 중요한 고려 사항 중 하나입니다.
지난 2월 26일 약 4개월 만에 1,410원대까지 내렸던 환율은 이틀 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을 계기로 급등했습니다.
위험자산 회피 심리 속에 원화가 유독 약세를 보이면서 환율이 추세적으로 올라 3월 말에는 장중 1,540원에 육박했습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의 최고치였습니다.
이후 미·이란 협상 진전에 1,470원대로 내렸지만, 요동치는 국제 정세에 환율 변동성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은은 집값과 가계부채 문제도 계속 경계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다주택자 대출 규제 등으로 시장 안정화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서울 외곽 지역이나 경기 주요 지역의 집값 상승세는 가라앉지 않는 것으로 한은은 평가하고 있습니다.
한은은 "수도권 주택 시장 불안 요인이 여전한 만큼 추세적 안정 여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고수 중입니다.
물가나 환율, 집값만 보면 통화 긴축 쪽에 힘이 실리는 반면, 성장 측면에서는 오히려 통화 완화 요구가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달 26일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1%에서 1.7%로 대폭 하향 조정했습니다.
한은의 지난 2월 전망치(2.0%)보다 0.3%포인트(p) 낮은 수준입니다.
OECD는 우리나라의 중동산 에너지 수입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아 지정학적 위기에 취약한 점을 지적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경기 부양을 위해 26조2천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했고, 국회는 이를 30조원 가까이로 증액해 본회의 처리를 앞둔 상황입니다.
차기 총재를 맞는 한은은 중동 상황에 따른 물가와 성장 등의 영향을 주시하며 향후 통화정책 방향을 결정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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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시진(se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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