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쿠바, 53년만에 국교정상화 선언

[앵커]

미국과 쿠바는 지난 반세기동안 적대관계를 유지해 왔는데요.

두 나라가 53년만에 관계를 정상화하기로 선언했습니다.

자세한 소식, 워싱턴 연결해 들어보겠습니다.

김범현 특파원.

미국과 쿠바가 전격적으로 국교정상화를 선언하기까지의 과정, 먼저 설명해 주시죠.

[기자]

네. 미국 현지시간으로 17일 오전, 한국시간으로는 17일 밤 늦게, 쿠바가 간첩혐의로 수감중이던 미국인 앨런 그로스를 5년만에 전격 석방한다는 소식이 알려졌습니다.

그러자 곧바로 미국에서도 지난 1998년 플로리다에서 첩보활동을 한 죄로 투옥된 쿠바인 3명을 석방한다 말과 함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대 쿠바 정책의 중대한 변화를 발표한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그리고 낮 12시, 한국시간으로 18일 새벽 2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쿠바와의 국교정상화를 선언했습니다.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버락 오바마 / 미국 대통령> "미국은 쿠바와의 관계 변화를 추진 중입니다. 쿠바와의 관계 정상화를 시작하겠습니다."

같은 시간, 쿠바의 라울 카스트로 국가평의회 의장도, 오바마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갖고 관계정상화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습니다.

냉전이 확산되던 지난 1959년, 쿠바는 피델 카스트로의 혁명으로 공산화됐고, 미국은 1961년 쿠바와 외교관계를 단절한데 이어 이듬해 금수조치를 취했습니다.

53년간 이어져온 미국과 쿠바의 적대관계가, 이제 전환점을 맞았습니다.

[앵커]

이번에 국교정상화를 선언하면서 미국 쪽에서는 다양한 정상화 방안을 함께 발표했다고 하던 데요, 어떤 내용들이 포함돼 있나요?

[기자]

네. 미국은 먼저 지난 50여년간 이어져온 대쿠바 봉쇄정책에 대한 실패를 공식 인정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의 발언 내용 들어보시겠습니다.

먼저 미국은 쿠바와 국교 정상화 협상을 진행하게 됩니다.

그 일환으로 내년 1월, 국무부 서반구 담당 차관보가 이끄는 대표단이 쿠바를 방문해 이민대화에 착수하고, 양국 정부간 교류를 위해 수개월내 쿠바의 수도 아바나에 미국 대사관을 재개설하기로 했습니다.

여기에 쿠바에 대한 여행 및 경제 규제도 완화됩니다.

가족방문이나 공무상 출장, 전문 연구 등 12개 분야에서 출입국 허가증을 받는 미국인은 앞으로 쿠바를 방문할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현재 연 500달러로 제한된 기부성 송금한도는 2천 달러로 조정되고, 쿠바를 다녀온 미국인은 400달러 상당의 쿠바 물품을 수입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여기에 미국 기관의 쿠바에서의 계좌 개설, 제3국에서의 쿠바인과 금융거래 허용, 각종 정보통신 인프라시설 구축 등이 가능해지게 됩니다.

또 쿠바를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습니다.

특히 국교정상화 추진에 따라 오바마 대통령의 쿠바 방문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는 게 백악관의 설명입니다.

[앵커]

국제사회에서는, 미국과 쿠바의 적대관계 청산에 환영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데요, 미국의 공화당은 반발하고 있다면서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이번 국교정상화 선언에는 사상 첫 남미 출신 교황인 프란치스코 교황이 적지 않은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바티칸은 당장 "양국 정부가 역사적 결정을 내린 것을 축하한다"는 성명을 냈습니다.

그런가하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기자회견에서 "매우 긍정적인 소식으로,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유엔 차원의 지원 가능성도 내비쳤습니다.

하지만 내년부터 새롭게 시작되는 미 상원과 하원 의회를 모두 장악하게 된 공화당은 이런 국교 정상화 조치의 제동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쿠바 봉쇄정책의 실패를 자인하며 국교 정상화를 선언한데 대해 "얻은 것 없이 양보만 했다"는 겁니다.

공화당의 1인자인 존 베이너 하원의장은 성명애서 "잔인한 독재자에게 어리석은 양보를 해 준 또하나의 사례일 뿐"이라며 "카스트로 정권과의 관계는 재검토조차 안된다"고 주장했습니다.

앞서 이민개혁 행정명령, 미 중앙정보국 고문실태 보고서 등 여러 현안을 놓고 오바마 대통령과 공화당이 충돌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 오바마 대통령의 승부수가 길게는 2016년 대선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의식한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까지 워싱턴에서 전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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