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브 이슈] '강남역 묻지마 살인사건'이 남긴 숙제
<출연 : 연합뉴스TV 사회부 박상률 기자>
[앵커]
이른바 강남역 묻지마 살인사건의 피의자 김 모 씨가 오늘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습니다.
경찰은 이번 사건을 조현병 환자에 의한 묻지마 살인으로 결론 내렸는데요.
사회부 박상률 기자와 함께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박 기자. 이번 사건은 일단 이렇게 마무리가 되는 것 같네요.
간단하게 정리 한 번 해주시죠.
[기자]
네. 이번에도 참 안타까운 희생자가 생겼습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이제 막 사회에 첫 발을 내딛기 시작한 23살의 한 여성이 일면식도 없는 30대 남성에게 살해되고 말았는데요.
피해 여성은 지난 17일 새벽 서울 서초동에 있는 한 주점에서 술을 마시다가 혼자 공용화장실에 들어가 변을 당하고 말았습니다.
김씨는 공용화장실에서 여성이 들어오기를 기다렸다가 범행을 저질렀는데요.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살해를 저질렀다는 점에서 이번 묻지마 살인은 사회에 큰 파장을 몰고 왔습니다.
[앵커]
말씀하신 것처럼 참 파장이 큰 것 같네요.
경찰은 피의자가 '조현병 환자,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이다' 이렇게 발표를 했는데 '여성 혐오 범죄'에 대해 갑론을박이 상당하죠?
[기자]
네. 일단 피의자 김씨는 과거 조현병, 그러니까 정신분열증으로 부르던 정신질환이죠. 이 조현병 떄문에 이미 4차례 입원 치료를 받았구요.
김씨는 '평소 여성에게 무시당했다' '여성들이 자신을 견제하고 괴롭힌다' 등의 피해망상을 자주 겪은 것으로 드러났는데요. 이런 피해망상이 바로 조현병의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김씨가 조현병 환자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이번 살인사건을 단순 정신질환자의 범행으로만 볼 것이냐 여성 혐오 범죄냐를 두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 논란은 강남역 지하철 역 부근에 마련된 추모공간에서 본격적으로 커지기 시작했습니다.
[앵커]
박 기자. 강남역 추모 현장에 직접 다녀오셨는데 그 곳 분위기는 어땠나요?
[기자]
네. 방금 추모 공간에서 논란이 본격적으로 커졌다.
이런 말씀을 드렸는데..사실은 이런 상징적인 공간이 마련된 것 자체에 더 큰 의미를 둬야 합니다.
SNS에서 누군가 피해여성을 추모하자는 글을 올렸고, 수많은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거리에 나서 꽃을 두고 가고 쪽지를 남기고 참 슬프면서도 아름다운 상황이었는데요.
우리나라에서는 이렇게 자발적으로 추모공간을 마련한 경우가 상당히 이례적입니다.
그럼 왜 그럴까요?
현장에서 여성 추모객들은 이런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내 딸이, 내 친구가, 아니면 내가 언제 저렇게 당할지 모른다. 그 생각을 하니 너무 마음이 아프고 무섭다'.
여기서 '무섭다'라는 부분에 주목해야 될 것 같습니다.
추모 현장에 있는 쪽지에는 '여자라서 죽었다'라는 글들이 참 많았습니다.
여자였기 때문에 무섭고, 사회적 약자의 입장이고..그런 것들이 이번 살인사건을 통해 강하게 표출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앵커]
박 기자. 어떻게 봐야 할까요?
참 어려운 문제네요.
[기자]
이걸 어떻게 단정적으로 말씀 드리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현장검증에 모습을 드러낸 피의자 김씨는 '담담하다', '좀 미안한 마음도 든다'고 했는데요. 일단 직접 한 번 들어보시죠.
김씨는 저런 말을 할 때 너무 차분했어요.
좀 미안하다? 뭔가 어색하기도 하구요.
확실한 건 정신적으로 분명 문제가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럼에도 이번 범행의 대상이 20대 여성이기 때문에 논란이 많이 되고 있는데 추모 현장을 찾은 일부 여성들은 '이건 명백한 여성 혐오 범죄다'며 강하게 분노했습니다.
특히 '남혐으로 몰아가지 말라'는 일부 남성들과는 몇시간씩 대치하면서 살벌한 고성이 오가기도 했는데요.
경건한 마음으로 시작했던 추모 현장이 다툼의 장으로 변질돼 가는 모습이 안타깝다는 시민들도 많았습니다.
[앵커]
이번 사건이 우리 사회의 어떤 큰 숙제를 던져준 느낌이네요.
[기자]
네. 맞습니다.
어려운 숙제임에 틀림없죠.
여혐 범죄라는 목소리에 맞서 일부는 남자를 범죄자로 몰아가지 말라며 분노했고 그들은 여전히 온라인에서 다툼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생각과 다른 이들에 대해서는 인신공격성 댓글을 다는 걸 서슴치 않기도 하고, 개인 신상을 알아내서 온라인에 공개하기도 하구요.
실제로 서로가 만나서는 대화가 전혀 이뤄지지 않는 모습이었습니다.
저도 추모 현장에서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각자 다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모두 어느 정도 일리가 있는 이야기들이 많았지만 이상하게도 계속 싸움만 나더라구요.
여혐이냐 남혐이냐를 떠나서 이번 사건은 우리 나라에 깔려 있는 갈등을 극명하게 보여준 사례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여성이기 때문에 겪어야 했던 '답답했거나 억울할 수밖에 없는' 우리 사회 전반의 분위기 개선도 필요해 보이지만, 자신이 옳다며 남의 이야기를 전혀 듣지 않으려는 일부 사람들의 태도는 오히려 분열을 더 조장하는게 아닐까.
그렇게 생각합니다.
연합뉴스TV : 02-398-4409(제보) 4441(기사문의), 카톡/라인 jebo23
(끝)
<출연 : 연합뉴스TV 사회부 박상률 기자>
ADVERTISEMENT
[앵커]
이른바 강남역 묻지마 살인사건의 피의자 김 모 씨가 오늘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습니다.
경찰은 이번 사건을 조현병 환자에 의한 묻지마 살인으로 결론 내렸는데요.
ADVERTISEMENT
사회부 박상률 기자와 함께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박 기자. 이번 사건은 일단 이렇게 마무리가 되는 것 같네요.
간단하게 정리 한 번 해주시죠.
[기자]
네. 이번에도 참 안타까운 희생자가 생겼습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이제 막 사회에 첫 발을 내딛기 시작한 23살의 한 여성이 일면식도 없는 30대 남성에게 살해되고 말았는데요.
피해 여성은 지난 17일 새벽 서울 서초동에 있는 한 주점에서 술을 마시다가 혼자 공용화장실에 들어가 변을 당하고 말았습니다.
ADVERTISEMENT
김씨는 공용화장실에서 여성이 들어오기를 기다렸다가 범행을 저질렀는데요.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살해를 저질렀다는 점에서 이번 묻지마 살인은 사회에 큰 파장을 몰고 왔습니다.
[앵커]
말씀하신 것처럼 참 파장이 큰 것 같네요.
경찰은 피의자가 '조현병 환자,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이다' 이렇게 발표를 했는데 '여성 혐오 범죄'에 대해 갑론을박이 상당하죠?
[기자]
네. 일단 피의자 김씨는 과거 조현병, 그러니까 정신분열증으로 부르던 정신질환이죠. 이 조현병 떄문에 이미 4차례 입원 치료를 받았구요.
김씨는 '평소 여성에게 무시당했다' '여성들이 자신을 견제하고 괴롭힌다' 등의 피해망상을 자주 겪은 것으로 드러났는데요. 이런 피해망상이 바로 조현병의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김씨가 조현병 환자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이번 살인사건을 단순 정신질환자의 범행으로만 볼 것이냐 여성 혐오 범죄냐를 두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 논란은 강남역 지하철 역 부근에 마련된 추모공간에서 본격적으로 커지기 시작했습니다.
[앵커]
박 기자. 강남역 추모 현장에 직접 다녀오셨는데 그 곳 분위기는 어땠나요?
[기자]
네. 방금 추모 공간에서 논란이 본격적으로 커졌다.
이런 말씀을 드렸는데..사실은 이런 상징적인 공간이 마련된 것 자체에 더 큰 의미를 둬야 합니다.
SNS에서 누군가 피해여성을 추모하자는 글을 올렸고, 수많은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거리에 나서 꽃을 두고 가고 쪽지를 남기고 참 슬프면서도 아름다운 상황이었는데요.
우리나라에서는 이렇게 자발적으로 추모공간을 마련한 경우가 상당히 이례적입니다.
그럼 왜 그럴까요?
현장에서 여성 추모객들은 이런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내 딸이, 내 친구가, 아니면 내가 언제 저렇게 당할지 모른다. 그 생각을 하니 너무 마음이 아프고 무섭다'.
여기서 '무섭다'라는 부분에 주목해야 될 것 같습니다.
추모 현장에 있는 쪽지에는 '여자라서 죽었다'라는 글들이 참 많았습니다.
여자였기 때문에 무섭고, 사회적 약자의 입장이고..그런 것들이 이번 살인사건을 통해 강하게 표출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앵커]
박 기자. 어떻게 봐야 할까요?
참 어려운 문제네요.
[기자]
이걸 어떻게 단정적으로 말씀 드리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현장검증에 모습을 드러낸 피의자 김씨는 '담담하다', '좀 미안한 마음도 든다'고 했는데요. 일단 직접 한 번 들어보시죠.
김씨는 저런 말을 할 때 너무 차분했어요.
좀 미안하다? 뭔가 어색하기도 하구요.
확실한 건 정신적으로 분명 문제가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럼에도 이번 범행의 대상이 20대 여성이기 때문에 논란이 많이 되고 있는데 추모 현장을 찾은 일부 여성들은 '이건 명백한 여성 혐오 범죄다'며 강하게 분노했습니다.
특히 '남혐으로 몰아가지 말라'는 일부 남성들과는 몇시간씩 대치하면서 살벌한 고성이 오가기도 했는데요.
경건한 마음으로 시작했던 추모 현장이 다툼의 장으로 변질돼 가는 모습이 안타깝다는 시민들도 많았습니다.
[앵커]
이번 사건이 우리 사회의 어떤 큰 숙제를 던져준 느낌이네요.
[기자]
네. 맞습니다.
어려운 숙제임에 틀림없죠.
여혐 범죄라는 목소리에 맞서 일부는 남자를 범죄자로 몰아가지 말라며 분노했고 그들은 여전히 온라인에서 다툼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생각과 다른 이들에 대해서는 인신공격성 댓글을 다는 걸 서슴치 않기도 하고, 개인 신상을 알아내서 온라인에 공개하기도 하구요.
실제로 서로가 만나서는 대화가 전혀 이뤄지지 않는 모습이었습니다.
저도 추모 현장에서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각자 다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모두 어느 정도 일리가 있는 이야기들이 많았지만 이상하게도 계속 싸움만 나더라구요.
여혐이냐 남혐이냐를 떠나서 이번 사건은 우리 나라에 깔려 있는 갈등을 극명하게 보여준 사례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여성이기 때문에 겪어야 했던 '답답했거나 억울할 수밖에 없는' 우리 사회 전반의 분위기 개선도 필요해 보이지만, 자신이 옳다며 남의 이야기를 전혀 듣지 않으려는 일부 사람들의 태도는 오히려 분열을 더 조장하는게 아닐까.
그렇게 생각합니다.
연합뉴스TV : 02-398-4409(제보) 4441(기사문의), 카톡/라인 jebo23
(끝)
당신이 담은 순간이 뉴스입니다!
- jebo23
- 라인 앱에서 'jebo23' 친구 추가
- jebo23@yna.co.kr
ⓒ연합뉴스TV,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