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현장] "보호하라고 보냈더니…" 여고생과 성관계 후 은폐한 경찰
<출연: 연합뉴스TV 사회부 정선미 기자>
[앵커]
최근 부산에서 학교전담 경찰관이 자신이 담당하는 여고생과 성관계를 맺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심지어 사건이 벌어진 두 곳의 경찰서는 성관계를 한 경찰들을 처벌하지 않고 사표로 덮어주는 은폐를 해서 파장이 더 커지고 있는데요.
이 사건과 관련해 사회부 정선미 기자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부산에서 학교전담 경찰관과 여고생의 성관계 사건이 잇따라 발생했다고 하는데 이와 관련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기자]
네. 최근 부산에서 두 명의 학교전담 경찰관이 물의를 일으켰습니다.
부산 연제경찰서의 33살 정 모 경장은 중학생때부터 알고 지내던 부산의 모 고등학교 1학년 여학생과 성관계를 가진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정 경장은 이 여고생이 다녔던 중학교의 학교전담 경찰관이었는데요.
이 때 정 경장을 알게된 여고생은 가정환경이나 교우관계 문제를 정 경장과 상의했었다고 합니다.
여고생은 청소년 보호기관과 상담을 하다가 경찰과 성관계를 했다는 사실을 털어놨다고 하는데요.
여고생은 이 문제로 고민하다가 지난달 초 극단적인 선택까지 하려고 했다고 합니다.
"내가 죽어야만 끝나나"라는 식의 이야기도 했다고 하네요.
또 부산 사하경찰서의 학교전담 경찰관인 31살 김 모 경장도 지난 4일 자신이 관리하는 고등학교의 1학년 여학생과 방과 후에 만나 차 안에서 성관계를 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여학생은 해당 사실을 학교 보건 교사에게 알렸고 교사는 사하서의 여성 경찰관에게 알렸다고 합니다.
이렇게 여고생과 성관계를 가진 두 경찰관은 모두 유부남이었습니다.
[앵커]
학생을 보호해야 할 경찰들이 오히려 여학생들에게 몹쓸 짓을 한 것이군요.
그런데 경찰서측에서는 이런 사실을 은폐하려고 했다면서요.
[기자]
네, 연제경찰서는 정 경장이 지난달 10일 "경찰관이 적성에 맞지 않는다"며 사표를 제출했고 이를 수리한 이후인 23일에 청소년 보호기관으로부터 성관계 사실을 통보받았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연제서는 통보받은 이후 한 달 간이나 이 사실을 부산경찰청에 보고하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청소년 보호기관 측은 정 경장이 사표를 내기 전에 해당 사실을 연제서에 먼저 문의했다고 밝혔는데요.
이에 따라 "정 경장의 사표를 수리한 이후에 해당 사실을 알았다"는 연제서의 해명이 거짓말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사하서쪽도 비슷한 상황입니다.
사하서의 김 경장과 성관계를 한 여고생은 보건교사에게 털어놨고, 이 사실을 전해들은 여경은 사하서 담당 계장에게 보고했습니다.
담당 계장은 휴가 중인 김 경장과 학교 측을 통해 사실관계를 확인했지만, 윗 선에 보고하지 않고 김 경장에게 사표를 받는 것으로 사건을 마무리하기로 했습니다.
이에 따라 김 경장은 "부모 사업을 물려받는다"며 사표를 냈고 아무런 징계 없이 사표가 수리됐습니다.
물의를 일으킨 김 경장이 퇴직금까지 모두 챙겨 나갈 수 있게 된 것이죠.
[앵커]
사실 학교전담 경찰관은 학생들을 돕기 위해 생긴 경찰관 아닌가요.
학교전담 경찰관이 무엇인지 간단히 설명 부탁드립니다.
[기자]
학교전담 경찰관은 지난 2011년 대구의 한 중학생이 학교폭력에 시달리다 못해 자살한 사건이 벌어지면서, 이를 계기로 다음해 6월부터 전국적으로 도입된 제도입니다.
각 학교에 경찰관을 배치해 학교폭력 예방 강연도 하고, 비행청소년을 대상으로 상담을 하는 등 여러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 제도 도입 이후 2012년 2만3천여명이던 학교폭력 가해학생 검거 규모가 지난해 1만2천여명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습니다.
그 외에도 경찰이 문제학생을 선도해서 학교로 이끌었다 식의 미담도 그동안 많이 소개됐었습니다.
[앵커]
그런데 이처럼 좋은 역할을 담당하는 경찰관이 작년에도 경북 지역에서 여학생 성폭행 사건이 있었고, 올해도 성관계 사건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왜 이렇게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일까요.
[기자]
경찰관 개인적인 인성 문제도 있겠지만 그 배경에는 인력 부족, 상담장소 부족, 홍보에 치중하는 분위기 등도 있습니다.
우선 가장 큰 문제는 턱없이 부족한 인력입니다.
현재 전국에서 활동하는 학교전담 경찰관은 1075명인데요.
경찰관 한 명이 10개에서 13개 학교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한 명의 경찰관이 5천명이 넘는 학생을 담당하는 셈입니다.
게다가 초중고 등 다양한 학생을 맡다보니 나이에 맞는 전문 상담이 어렵습니다.
또 여경 수도 부족하고, 남녀공학 학교가 많다보니 경찰관을 남녀로 나눠 관리를 맡기는 것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습니다.
상담 장소도 부족합니다.
학교안에 상담소가 없는 곳도 있어 어떤 경우는 경찰관의 차 안에서 상담이 이뤄지기도 합니다.
그러다보니 이번 사건처럼 차에서 성관계를 하는 일까지 벌어진 것으로 추정됩니다.
경찰관의 얼굴, 나이, 휴대전화, 카카오톡 아이디까지 학생들에게 공개돼있는데 이 경찰과 학생들이 언제 어디서 따로 만나는지 파악하기 어려운 것이지요.
또 일각에서는 홍보에 치우치는 분위기도 문제 삼고 있습니다.
담당 학생들을 대상으로 인지도 평가를 받아서 성과를 측정하다 보니 결국 경찰이 치안보다는 홍보성 일에 더 힘을 기울인다는 이야기입니다.
[앵커]
그렇다면 이번 사건들을 계기로 학교전담 경찰관에 대한 개선 방안이 좀 나오고 있나요.
[기자]
일단 이번 사건 이후 경찰청은 연제경찰서, 사하경찰서장을 대기발령 조치했습니다.
학교전담 경찰관이 여고생과 성관계를 맺은 사실을 알고서도 지방경찰청에 보고하지 않고 은폐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책임을 물은 것입니다.
또 관련 사건에 대해 폭행, 위협 등의 문제가 없었는지 내사도 진행중인데요.
하지만 이런 것들은 이미 사건이 벌어진 이후 수습하는 '사후 약방문'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학생을 보호해야 할 경찰관이 범죄자로 돌변하는,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겼다는 비판받지 않기 위해서는 앞서 말씀드렸던 문제를 발생시키는 배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예를 들어 지역별 경찰관 배치를 학교 단계별, 남녀 학생별 방식으로 전환하고, 성 문제 등 청소년이 예민하게 여기는 상담은 여성경찰관이 맡도록 하는 식입니다.
또 학교 전담 경찰관의 활동을 일선 학교들이 잘 모르기 때문에, 경찰관이 학생과 상담을 하면, 학교측과 미리 협의를 하고 기록을 남기는 조치 등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또 경찰관 선발 단계에서 전문성과 인성 교육 절차를 꼼꼼히 할 필요도 있습니다.
연합뉴스TV : 02-398-4409(제보) 4441(기사문의), 카톡/라인 jebo23
(끝)
<출연: 연합뉴스TV 사회부 정선미 기자>
ADVERTISEMENT
[앵커]
최근 부산에서 학교전담 경찰관이 자신이 담당하는 여고생과 성관계를 맺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심지어 사건이 벌어진 두 곳의 경찰서는 성관계를 한 경찰들을 처벌하지 않고 사표로 덮어주는 은폐를 해서 파장이 더 커지고 있는데요.
ADVERTISEMENT
이 사건과 관련해 사회부 정선미 기자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부산에서 학교전담 경찰관과 여고생의 성관계 사건이 잇따라 발생했다고 하는데 이와 관련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기자]
네. 최근 부산에서 두 명의 학교전담 경찰관이 물의를 일으켰습니다.
부산 연제경찰서의 33살 정 모 경장은 중학생때부터 알고 지내던 부산의 모 고등학교 1학년 여학생과 성관계를 가진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정 경장은 이 여고생이 다녔던 중학교의 학교전담 경찰관이었는데요.
이 때 정 경장을 알게된 여고생은 가정환경이나 교우관계 문제를 정 경장과 상의했었다고 합니다.
ADVERTISEMENT
여고생은 청소년 보호기관과 상담을 하다가 경찰과 성관계를 했다는 사실을 털어놨다고 하는데요.
여고생은 이 문제로 고민하다가 지난달 초 극단적인 선택까지 하려고 했다고 합니다.
"내가 죽어야만 끝나나"라는 식의 이야기도 했다고 하네요.
또 부산 사하경찰서의 학교전담 경찰관인 31살 김 모 경장도 지난 4일 자신이 관리하는 고등학교의 1학년 여학생과 방과 후에 만나 차 안에서 성관계를 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여학생은 해당 사실을 학교 보건 교사에게 알렸고 교사는 사하서의 여성 경찰관에게 알렸다고 합니다.
이렇게 여고생과 성관계를 가진 두 경찰관은 모두 유부남이었습니다.
[앵커]
학생을 보호해야 할 경찰들이 오히려 여학생들에게 몹쓸 짓을 한 것이군요.
그런데 경찰서측에서는 이런 사실을 은폐하려고 했다면서요.
[기자]
네, 연제경찰서는 정 경장이 지난달 10일 "경찰관이 적성에 맞지 않는다"며 사표를 제출했고 이를 수리한 이후인 23일에 청소년 보호기관으로부터 성관계 사실을 통보받았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연제서는 통보받은 이후 한 달 간이나 이 사실을 부산경찰청에 보고하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청소년 보호기관 측은 정 경장이 사표를 내기 전에 해당 사실을 연제서에 먼저 문의했다고 밝혔는데요.
이에 따라 "정 경장의 사표를 수리한 이후에 해당 사실을 알았다"는 연제서의 해명이 거짓말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사하서쪽도 비슷한 상황입니다.
사하서의 김 경장과 성관계를 한 여고생은 보건교사에게 털어놨고, 이 사실을 전해들은 여경은 사하서 담당 계장에게 보고했습니다.
담당 계장은 휴가 중인 김 경장과 학교 측을 통해 사실관계를 확인했지만, 윗 선에 보고하지 않고 김 경장에게 사표를 받는 것으로 사건을 마무리하기로 했습니다.
이에 따라 김 경장은 "부모 사업을 물려받는다"며 사표를 냈고 아무런 징계 없이 사표가 수리됐습니다.
물의를 일으킨 김 경장이 퇴직금까지 모두 챙겨 나갈 수 있게 된 것이죠.
[앵커]
사실 학교전담 경찰관은 학생들을 돕기 위해 생긴 경찰관 아닌가요.
학교전담 경찰관이 무엇인지 간단히 설명 부탁드립니다.
[기자]
학교전담 경찰관은 지난 2011년 대구의 한 중학생이 학교폭력에 시달리다 못해 자살한 사건이 벌어지면서, 이를 계기로 다음해 6월부터 전국적으로 도입된 제도입니다.
각 학교에 경찰관을 배치해 학교폭력 예방 강연도 하고, 비행청소년을 대상으로 상담을 하는 등 여러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 제도 도입 이후 2012년 2만3천여명이던 학교폭력 가해학생 검거 규모가 지난해 1만2천여명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습니다.
그 외에도 경찰이 문제학생을 선도해서 학교로 이끌었다 식의 미담도 그동안 많이 소개됐었습니다.
[앵커]
그런데 이처럼 좋은 역할을 담당하는 경찰관이 작년에도 경북 지역에서 여학생 성폭행 사건이 있었고, 올해도 성관계 사건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왜 이렇게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일까요.
[기자]
경찰관 개인적인 인성 문제도 있겠지만 그 배경에는 인력 부족, 상담장소 부족, 홍보에 치중하는 분위기 등도 있습니다.
우선 가장 큰 문제는 턱없이 부족한 인력입니다.
현재 전국에서 활동하는 학교전담 경찰관은 1075명인데요.
경찰관 한 명이 10개에서 13개 학교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한 명의 경찰관이 5천명이 넘는 학생을 담당하는 셈입니다.
게다가 초중고 등 다양한 학생을 맡다보니 나이에 맞는 전문 상담이 어렵습니다.
또 여경 수도 부족하고, 남녀공학 학교가 많다보니 경찰관을 남녀로 나눠 관리를 맡기는 것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습니다.
상담 장소도 부족합니다.
학교안에 상담소가 없는 곳도 있어 어떤 경우는 경찰관의 차 안에서 상담이 이뤄지기도 합니다.
그러다보니 이번 사건처럼 차에서 성관계를 하는 일까지 벌어진 것으로 추정됩니다.
경찰관의 얼굴, 나이, 휴대전화, 카카오톡 아이디까지 학생들에게 공개돼있는데 이 경찰과 학생들이 언제 어디서 따로 만나는지 파악하기 어려운 것이지요.
또 일각에서는 홍보에 치우치는 분위기도 문제 삼고 있습니다.
담당 학생들을 대상으로 인지도 평가를 받아서 성과를 측정하다 보니 결국 경찰이 치안보다는 홍보성 일에 더 힘을 기울인다는 이야기입니다.
[앵커]
그렇다면 이번 사건들을 계기로 학교전담 경찰관에 대한 개선 방안이 좀 나오고 있나요.
[기자]
일단 이번 사건 이후 경찰청은 연제경찰서, 사하경찰서장을 대기발령 조치했습니다.
학교전담 경찰관이 여고생과 성관계를 맺은 사실을 알고서도 지방경찰청에 보고하지 않고 은폐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책임을 물은 것입니다.
또 관련 사건에 대해 폭행, 위협 등의 문제가 없었는지 내사도 진행중인데요.
하지만 이런 것들은 이미 사건이 벌어진 이후 수습하는 '사후 약방문'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학생을 보호해야 할 경찰관이 범죄자로 돌변하는,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겼다는 비판받지 않기 위해서는 앞서 말씀드렸던 문제를 발생시키는 배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예를 들어 지역별 경찰관 배치를 학교 단계별, 남녀 학생별 방식으로 전환하고, 성 문제 등 청소년이 예민하게 여기는 상담은 여성경찰관이 맡도록 하는 식입니다.
또 학교 전담 경찰관의 활동을 일선 학교들이 잘 모르기 때문에, 경찰관이 학생과 상담을 하면, 학교측과 미리 협의를 하고 기록을 남기는 조치 등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또 경찰관 선발 단계에서 전문성과 인성 교육 절차를 꼼꼼히 할 필요도 있습니다.
연합뉴스TV : 02-398-4409(제보) 4441(기사문의), 카톡/라인 jebo23
(끝)
당신이 담은 순간이 뉴스입니다!
- jebo23
- 라인 앱에서 'jebo23' 친구 추가
- jebo23@yna.co.kr
ⓒ연합뉴스TV,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