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초점] '쓰레기 대란' 급한불 껐지만…현장 혼선 여전
<출연 : 연합뉴스TV 사회부 강은나래 기자>
[앵커]
'쓰레기 대란'이 오는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왔는데요.
폐비닐 등 재활용 쓰레기 수거를 거부했던 수도권 재활용업체들이 다시 정상 수거에 나섰다고 환경부가 밝혔습니다.
하지만 현장 혼란이 여전하고, 근본적인 대책이 시급히 마련돼야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자세한 내용, 사회부 강은나래 기자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수도권 시민들을 혼란스럽게 했던 '쓰레기 대란', 어떻게 해서 발생하게 된건지 전후 상황을 먼저 좀 설명해주시죠.
[기자]
네. 서울을 비롯한 아파트 단지에 폐비닐과 폐플라스틱, 스티로폼 등이 쌓이기 시작한건 지난 1일부터입니다.
재활용 쓰레기 수거업체들이 이런 재활용 쓰레기들 수거를 중단한다고 각 아파트에 통보했기 때문입니다.
세계 최대 폐자원 시장인 중국이 전세계에서 받아들이던 폐자원들을 더이상 수입하지 않겠다고 하자 수출길이 막혀버린 것인데요.
여기에 다른 나라 재활용 자원이 국내로 유입되면서 재활용 쓰레기 값이 폭락한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수거업체들은 그러니까, 수거는 했지만, 더러워서 못 쓰는 '잔여 물량'을 선별하고, 처리하는데 드는 비용을 더는 감당할 수 없다면서 앞으로는 깨끗하게 정리된 재활용 쓰레기들만 골라서 가져가겠다고 통보한 겁니다.
사실 현행 폐기물관리법 등에 따르면 오염이 심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무조건 분리배출 대상인데요.
재활용 쓰레기를 버릴 때는 애초에 깨끗하게 세척해서 버리는게 맞습니다.
하지만 그 동안 별 말 없이 수거해오던 업체들이 급작스럽게 이제 안 받겠다고 하니까 현장에서 혼란이 빚어진 상황입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 마다 재활용 쓰레기들을 일단 종량제 봉투에 버리라고 잘못된 안내를 하는가하면, 시민들은 어떻게 버려야할지 몰라서 집안에 버릴 재활용품들을 쌓아두거나, 예전처럼 그냥 버렸다가 수거업체들이 안 가져가서 악취를 유발하는 그런 상황들이 발생했고요.
경기 김포에서는 비닐을 버리지 말라는 경비원과 말씨름을 하던 70대 주민이 주먹을 휘둘러서 불구속 입건되기도 했습니다.
[앵커]
그래도 다행히 어제(2일) "종전대로 분리수거할 수 있게 조치를 했다" 이렇게 환경부가 발표하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상황이 일단락 됐나보다 생각했는데, 아파트 단지에는 아직 재활용 쓰레기들이 그대로 쌓여있는 곳들이 많다고요.
어떻게 된겁니까.
[기자]
네. 환경부는 어제 오전 10시쯤에 발표했는데요.
수도권 아파트단지에서 재활용품 수거를 거부한 업체들과 협의한 결과 설득에 성공해서 이제 종전처럼 정상 수거가 이뤄진다고 안내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아파트들을 다녀보니 관리사무소에서는 수거업체로부터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없다고 하는 사례가 많았고, 당사자인 수거업체들 중 일부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환경부에 협조하겠다"고 밝힌 적이 없다고 한 겁니다.
말씀하신대로 쓰레기들도 그대로 쌓여있는 경우가 많았고요.
사실 환경부는 대부분의 재활용 업체들이 등록된 한국자원순환유통센터를 통해서 구두로 협조 요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중간에서 '서면 동의서'를 받거나 한 게 아니고, 또 이 유통센터에 등록이 안된 소규모 업체들도 있기 때문에 모든 수거업체와 협의가 제대로 이뤄졌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인 것이죠.
우려했던 쓰레기 대란 문제가 불거지니까, 일선 수거업체들에게 직접 확인하는 과정도 거치지 않고 너무 급하게 땜질식으로 수거 정상화 발표를 한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옵니다.
[앵커]
또 이게 예고됐던 문제라는 점에서도 정부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많은데요.
중국은 벌써 작년에 이런 상황을 예고했죠.
[기자]
네. 그렇습니다.
사실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고 전세계적가 몸살을 앓고 있는 상황인데요.
지난해 7월에 이미 중국은 올해부터 일부 재활용품 수입을 금지한다고 발표했습니다.
1980년대부터 남의 나라 재활용 쓰레기를 수입해서 이를 재처리해서 금속 원재료를 얻어 제조업에 공급해왔는데, 생활수준이 높아지면서 앞으로는 이런 환경 오염을 유발하는 폐자원들을 받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죠.
직후부터 미국과 호주 등은 일회용품 감소책을 펴고, 자국 매립지나 다른 수출국을 물색하는 등 대응책을 준비해왔습니다.
유럽연합(EU)도 오는 2030년까지 모든 일회용 포장지를 재사용 또는 재활용 포장지로 바꾸겠다면서 장기적인 대책을 내놨고요.
그런데 한국 정부는 8개월 동안 거의 손을 놓고 있었다고 볼 수 있는데요.
재활용쓰레기 수거 문제는 지자체 소관이라고 봤고, 지자체는 비용 문제 등을 이유로 대응책 마련에 소홀했던게 사실입니다.
어제 청와대 관계자를 비롯해 환경부장관도 "야단 맞을 일이다", "잘못된 일"이라면서 사과하고, 시급히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앵커]
중국 상황에 따라서 앞으로 폐자원 수출 상황이 더 나빠질 수 있다는 얘기로 들리는데요.
정부가 일단 지금 내놓은 대책은 어떤게 있습니까.
[기자]
일단 환경부는 재활용 시장 안정화 대책을 추진하기로 하고, 재활용 수거 업체들을 위한 여러 지원책을 내놓았습니다.
우선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 지원금을 선지급합니다.
음료 등을 일회용기에 담아 판 제조업체에게 분담금을 받아 수거업체를 조기에 지원하는 겁니다.
잔재물 처리 단가도 낮출 방침인데요.
이물질이 묻은 재활용품은 사업장 폐기물로 분류돼 처리 단가가 t당 20∼25만원이었지만, 앞으로는 생활폐기물로 보고 t당 4∼5만원에 처리하게 합니다.
서울시의 경우 재활용품을 구청이 수거해 달라고 요청하는 공동주택에 대해선 구청이 민간업체와 위탁계약을 해 처리하는 방안을 강구하기로 했습니다.
수거되지 않은 폐비닐이 있으면 구청이 대행업체를 통해 수거토록 할 방침인데요.
하지만 이런 것들은 후처리 비용을 줄이는 조치들이고, 근본적으로 우리나라 재활용 자원 상황과 처리 방식을 개선해야한다는 지적들이 나옵니다.
[앵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생활 속에서 일회용품 사용을 좀 근본적으로 줄여보자는 얘기들도 많이 나오고 있는 것 같은데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무엇보다 우리나라 일회용품 사용량이 너무 많다는게 문제인데요.
한 환경단체 자료에 우리나라 국민 일인당 연간 비닐봉투 사용량은 420개로, 독일보다 6배나 많습니다.
또 일회용 컵은 일년에 총 260억개 정도 우리나라에서 사용된다고 합니다.
프랑스의 경우에는 병을 직접 가게로 가져가서 우유를 담아오기도 하고요.
독일에서는 페트병도 병 처럼 가게에 가져가면 보증금을 준다고 합니다.
이렇게 받은 페트병을 녹여서 다시 페트병을 만들고요.
'플라스틱세' 얘기도 나오는데요.
종량제봉투 속에 쓸수 있는 재활용품이 54%나 된다는 조사 결과도 있습니다.
정부는 여러가지 대안들을 살펴본 후 폐플라스틱류 감량 재활용 종합 대책을 금년 5월 중으로 마련하기로 했습니다.
또 동남아 등으로 폐자원 수출국을 다양화하겠다는 장기 대책도 밝혔습니다.
[앵커]
네. 지금까지 사회부 강은나래 기자였습니다.
[뉴스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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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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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초점] '쓰레기 대란' 급한불 껐지만…현장 혼선 여전2018-04-03 09:33: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