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IN]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후폭풍…노사정 갈등 격화
[명품리포트 맥]
[앵커]
지난달 28일 국회를 통과한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법안의 후폭풍 거셉니다.
노동계는 '임금을 삭감하는 악법'이라며 반발하고 있는데, 사용자들도 받아들이는 입장이 천차만별입니다.
강은나래 기자가 현장인에서 짚어봤습니다.
[기자]
지난달 28일, 국회 앞에서 민주노총 조합원들과 경찰 사이에 몸싸움이 벌어졌습니다.
<김명환 / 민주노총 위원장> "최저임금 산입범위 개악 저지를 위해서 힘찬 총파업 총력 투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그 시각, 국회 본회의장에서 여당은 호소했습니다.
<한정애 / 더불어민주당 의원> "최저임금을 받는 노동자의 최저임금을 삭감하는 것이 절대 아닙니다. 저도 요술방망이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표결 결과는 압도적 찬성. 월 단위 상여금과 복리후생비 일부가 최저임금에 포함되게 됐습니다.
'최저임금 산입범위'란 기업이 최저임금제를 잘 지키고 있는지 판단할 때 기준으로 보는 임금의 항목을 말합니다.
지금은 다달이 지급되는 기본급과 직무수당 정도만 포함됩니다.
하지만, 법이 본격 시행되면 최저임금의 25%를 넘는 상여금과 복리후생비 중 최저임금의 7%를 초과하는 금액도 최저임금으로 치게 됩니다.
예컨대, 한 달에 기본급 140만 원, 상여금 50만 원, 숙식비 30만원을 받는 경우, 지금은 최저임금제 위반입니다.
그런데, 개정안을 적용하면 문제가 안됩니다.
상여금에서 올해 월 최저임금 157만 원의 25%인 39만 원을 뺀 11만 원과 숙식비에서 최저임금의 7%인 11만원을 뺀 19만 원까지 합하면 170만 원이 되기 때문입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돈 들이지 않고도 이미 법정 최저임금보다 많이 주고 있는 게 됩니다.
노동계가 반발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습니다.
배관 부속품 제조업체에서 14년째 일하는 정모 씨는 최저임금 수준의 기본급을 받습니다.
상여금은 500%였는데, 올해 최저임금이 오르자 회사가 이 중 100%를 이미 최저임금에 녹였습니다.
<정 모 씨 / 제조업체 근로자> "내년에 100% 녹이고, 후년에 또 100% 녹이고, 이렇게 계속 녹이다 보면 2024년도까지는 아무리 최저임금 올린다고 해도 우리는 아무 혜택을 받을 수가…."
앞서 정부는 개정안이 시행돼도 연소득 2,500만원 이하라면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이들 중 21만6천명은 기대이익이 줄어드는 걸로 추산됐습니다.
조리사나 급식사 등 학교 비정규직들이 주로 해당됩니다.
교육공무직 4년차 기준 급식비 13만 원, 교통비 6만 원, 총 19만 원을 복지비로 받는데, 내년에 월 6만 원, 연 70만 원 이상 최저임금에 산입됩니다.
<안 모 씨 / 학교 특수지도사> "내 임금 가지고 장난치는 느낌들이 상당히 많이 있고, 분노하고 있죠. 우린 2,500만원 언저리거든요, 모두. `그럼 우리는 앞으로 2,500만원 이상 임금이 오르지 않는거야?'"
이번 법안에는 최저임금 인상 후 인건비 부담을 호소해온 경영계의 입장이 반영됐지만, 사용자들도 각기 상황이 다릅니다.
<정조원 / 한국경제원 고용복지팀장> "단체협약에 격월 또는 분기로 정기 상여금 규정이 돼있는데, 매월 정기 상여금으로 바꾸려면 노조의 동의가 필요한데 이게 쉽지 않기 때문에…."
노조가 없는 중소기업은 숨통이 좀 트이게 됐다는 표정이지만, 상여금 없이 단기 알바를 주로 고용하는 영세 소상공인들은 울분을 토합니다.
최저임금이 오르면 오르는만큼 부담이라는 겁니다.
<조 모 씨 / 편의점주> "이건 누구를 위한 건가? 우리 같은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서 입법이 돼야하는 부분들인데…. 지금도 너무 힘들다고 하는데, 내년에 최저임금이 오르면 정말 접는 사람도 많이 생길거고…."
<최승재 / 소상공인연합회장> "소상공인들의 지불능력을 고려치 않고, 산입범위를 핑계로 해서 최저임금위에서 급격한 임금 인상을…. 소상공인들에게 있어서 폐업이나 본인의 노동시간을 늘릴 수 있는…."
양대 노총은 대정부 투쟁 수위를 계속 높이고 있습니다.
사회적 대화기구 불참 선언에 이어 민주노총이 최저임금위에 불참하기로 했고, 한국노총은 위원들이 아예 모두 사퇴했습니다.
<신세돈 /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 "통상임금의 범위나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대한 전혀 사전 정지작업 없이 그냥 (최저임금 인상) 발표를 하니까 근로자 쪽에서는 기본급에 대해만 16.4% 올라간다 이렇게 생각했던 것이고, 정부가 처음에 출발할 때 기초를 다져놓고 했어야 되는데…."
임금 양극화를 줄여가야 하지만, 그 부담을 일부가 떠안은 듯한 현 상황은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재원 /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지원본부장> "소상공인 업종에 대해서는 앞으로 최저임금을 구분 적용하는 그런 부분도 고민해봐야하지 않나하는 생각이 듭니다."
<박명준 / 노사정위원회 수석전문위원> "이견이나 이런 부분들이 조정이 되면 사회적 대화를 통한 새로운 우리 사회의 경제 질서, 노동 질서를 만드는 그런 큰 일종의 청사진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생각합니다."
최저임금법 개정안에 기권 또는 반대표를 던진 일부 여당 의원들은 '노동계를 설득하고 함께 논의하는 과정이 부족했다'고 말했습니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변수가 되지 않는 한, 예정대로 내년부터 법은 바뀔 겁니다.
상대적으로 불이익이 예상되는 계층들을 위해 어느 때보다 세심한 대책을 정부가 내놓을 수 있어야할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까지 현장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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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IN]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후폭풍…노사정 갈등 격화2018-06-03 17:16: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