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큐브] 심신미약, 조두순은 인정…안인득은 불인정
<출연 : 도진기 변호사·나확진 연합뉴스TV 사회부 기자>
[앵커]
화제의 판결을 짚어보는 법정큐브 시간입니다.
도진기 변호사, 사회부 법조팀 나확진 기자 나왔습니다.
법원이 진주방화 살인 사건 피의자 안인득에게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선고했죠.
받아들여지지는 않았지만 안인득이 재판 과정에서 심신미약을 강하게 주장하면서 '심신미약 감형의 당위성'이 다시 한 번 도마 위에 오르는 분위기입니다.
오늘 법정 큐브에서 이 내용 자세히 다뤄보겠습니다.
어서오세요.
이틀 전 같은 날 선고가 내려진 강서구 PC방 살인사건이나 안인득 사건 모두 재판부에선 심신미약 상태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본격적인 얘기에 앞서 '심신미약'이 무엇인지 의미부터 짚고 넘어가야할 것 같습니다.
[기자]
먼저 좀 이론적인 얘기를 하자면, 우리 형법이 기본적으로 행위 책임, 그러니까 어떤 범죄에 해당하는 일을 하면 형벌로써 책임을 지게하는 구조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어떤 경우는 범죄에 해당하는 일을 했는데 개개 사람이 가진 특성 때문에 책임을 물을 수 없는 경우가 있다는 거죠. 가령 대여섯살짜리 꼬마가 아파트 옥상에서 화분을 밀어 떨어뜨려 밑에서 지나가던 사람이 다쳤다고 한다면 일반인이라며 상해든지 과실치상죄든지 처벌을 받아야 하겠지만, 5살짜리 애가 그런 걸 구속하고 그럴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교육을 잘못한 부모에게 민사적으로 손해배상하라고 할 수는 있겠지만요. 어쨌든 이런 경우는 이 행동을 한 당사자가 어리다는 특성 때문에 죄를 묻지는 못하는 거죠.
심신미약은, 심신상실이라는 것과 같이 문제가 되는데 심신에 장애가 있어서 사리분별이나 의사결정을 제대로 못하거나 그런 능력이 약한 경우에는 처벌하지 않거나 형을 감경해주는 걸 말합니다.
사리 판단 능력이 아예 없다고 할 정도면 심신상실, 약하다고 하면 심신미약이 되는 건데요. 조현병, 조울증과 같은 정신질환, 치매나 최면상태 등이 해당하는 것으로 보고 있고, 음주, 약물중독, 충동 장애 등도 심신미약으로 인정받은 사례가 있습니다.
종전에는 심신상실에 해당하면 아예 처벌이 면제되고 심신미약에 해당한다고 판단되면 형을 반드시 깎아주도록 했는데, 현재는 심신상실 처벌면제는 그대로인데, 심신 미약은 형을 깎아줄 수도 있고 안 깎아 줄 수도 있는 것으로 작년에 법이 개정됐습니다.
[앵커]
정신과에서 언급하는 정신병력과 법원에서 이야기하는 정신병력의 판단 기준이 어떻게 다른 겁니까? 그렇다면 '심신미약'은 법적인 판단기준인 겁니까?
[도진기 / 변호사]
기본적으로 심신미약은 아까 나 기자님 말씀하셨듯이 사리분별 능력이 있느냐를 따지는 거거든요. 정신과에서는 기본적으로 정신질환을 진단을 하는 거죠. 그래서 막하자면 정신과에서는 이 사람 정신질환이 있느냐 없느냐를 판단하는 것이고 법에서의 판단은 이 사람이 과연 법적 책임을 물을 만한가. 제정신이라야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겠죠. 그런 의미에서 약간 포커스가 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결국은 법적 책임 여부를 가리는 판단이기 때문에 정신과적으로 정신병이 있다는 진단을 받으면 중요한 참고는 되지만 최종적으로 심신미약, 혹은 심신상실 판단은 법률 판단이고 판사가 하게 됩니다. 말하자면 의사의 얘기를 강하게, 강력하게 참고를 하되 판단은 판사가 이런 구조가 되겠습니다.
[앵커]
강력 범죄자들이 심신미약을 주장하는 일이 종종 있는데, 대표적으로 어떤 사건들을 떠올려볼 수 있을까요?
[기자]
대표적으로 그제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1심에서 사형이 선고된 안인득을 들 수 있습니다. 안인득은 경남 진주의 자신이 살던 아파트에서 불을 지르고 대피하는 주민들에게 흉기를 휘둘러 주민 5명을 숨지게 하고 17명을 다치게 했는데요. 안인득은 재판에서 범행 당시 조현병 등으로 심신미약의 상태에 있었다는 취지로 주장했습니다.
법원은 안인득에게 조현병이라는 정신장애가 있고, 그 때문에 피해망상, 관계망상, 불안정한 감정 등을 보이는 사실은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범행 경위나 수단, 방법 등을 살펴봤을 때 안인득이 범행 당시 조현병으로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였다고는 보이지 않는다며 심신미약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결론적으로는 사형이라는 법정 최고형을 선고했지요.
2017년 인천에서 8세 초등학생을 유인해 살해한 주범 김모양도 정신질환으로 치료받은 전력을 들어 심신미약을 주장했는데요. 법원은 심신미약을 받아들이진 않았지만 만 19세 미만의 소년범에 해당한다는 점 때문에 징역 20년이 확정됐습니다.
심신미약이 인정된 대표적인 사례로 조두순 사건이 꼽히는데요. 검찰은 2008년 당시 8세 아동을 잔혹하게 성폭행한 그에게 무기징역을 구형했지만 재판부는 범행 당시 만취 상태, 즉 음주로 심신미약 상태였다는 이유로 법원은 징역 12년을 선고했고 그대로 확정이 됐습니다. 이 판결은 당시에도 국민의 분노를 이끌었고, 이후에는 더 이상 음주상태에서의 성범죄가 심신미약 감경을 받지 않도록 법률이 개정됩니다. 2013년 6월 개정된 성폭력처벌법 20조에 "음주 또는 약물로 인한 심신장애 상태에서 성폭력 범죄를 범한 때에는 심신상실이나 심신미약 규정 적용하지 않을 수 있다"는 규정을 신설했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조두순은 심신미약이 인정되고, 강서구 PC방 살인사건이나 안인득은 인정 안 된 이유가 뭐라고 보십니까?
[도진기 / 변호사]
한마디로 법리는 바뀌지 않았습니다. 다만 조두순 사건 때 사실 심신미약을 너무나 안이하게 인정해 주는 데 대한 시민들의 거센 여론의 비판, 질타가 있었습니다. 그 이후로 서서히 판사들, 법원의 인식이 변천했던 겁니다.
조두순 사건을 보면 그 당시에 검찰이 무기징역을 구형했고요. 판사도 1차적으로의 무기징역형을 선택했습니다. 그런데 그다음 단계에서 술에 취하니까 심신미약을 적용한다라고 했는데 그 당시에는 심신미약이면 무조건 필요적 감경 시절이었습니다. 무기징역형은 감경하게 된 법적으로 유기징역형을 택해야 됩니다. 그래서 12년 형이 선고되는 그런 결과가 나오고 말았고요.
그다음에 이번 안익득 사건을 보면 마지막 공판에서 안인득 측에서 이렇게 주장을 했습니다. 역시 마찬가지 심신미약 어떤 논리인데요. 이걸 안인득 개인한테 책임을 묻는 건 너무 하지 않느냐. 조현병 환자에 대한 편견 그리고 우리 사회안전망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 이런 식의 주장을 했습니다. 여기에 대한 대답으로 재판부는 조현병 환자에 대한 사회적, 조현병 환자인 안인득에게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아서 이런 비극이 발생했지만 그것이 안인득 개인의 책임을 경감시키는 사유는 되지 못한다라고 판시했어요. 즉 조현병 환자에 대한 상당히 적 사회적 보호는 그것대로 조치를 취하돼 안인득의 법적 책임과는 별개 문제라는 점을 분명히 해 준 것이죠.
그래서 이번에는 여러 가지 이제 안인득이 범행 도구를 사전에 준비한 점이라든지 불길을 피해서 내려오던 주민들을 흉기로 겨냥해서 찌른 점이라든지 또 조현병 약을 2년 9개월 전부터 끊었어요. 이런 사정들을 보건데 안인득이 충분히 법적 책임을 전체, 전적으로 물을 만한 사정이 있다 이렇게 했던 겁니다.
[앵커]
앞서 심신미약 감형제도가 꼭 감형하지는 않아도 되도록 작년 12월 바뀌었다고 했는데, 강서구 PC방 살인사건을 계기로 법 개정이 이루어졌다면서요. 이 부분 좀 상세하게 설명을 해주시죠.
[도진기 / 변호사]
이게 심신미약에 해당한다는 점을 내세워 잔혹한 범죄를 저지르고도 감경받는 일이 자꾸 알려지니까 제한을 할 필요가 있겠다, 직접적인 계기는 며칠전 판결이 난 PC방살인 사건의 김성수가 경찰 조사 과정에서 우울증 치료 진단서를 제출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니까 또 심신미약 주장해서 감형받으려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면서 여론이 들끓었거든요.
김성수 심신미약 감형에 반대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서명자 수가 사상 처음 100만명을 돌파해 119만명에 달했습니다. 역대 최대 기록이죠. 이렇게 여론이 거세니까 결국 심신미약의 경우 반드시 형을 깎아주는게 아니라 깎아줄 수도 있고 안 깎아 줄 수도 있는 것으로, 형량감경을 '의무'에서 '임의'로 바꾼 형법 개정안. 이른바 '김성수법'이 작년에 통과됐습니다. 이 때문인지 김성수는 재판에서는 심신미약을 주장하지 않겠다고 아예 먼저 밝히기도 했습니다.
기존에는 심신미약이면 형을 감경한다, 즉 의무조항이었습니다. 하지만 2018년 12월 18일부터 심신미약자 감형 '의무'였던 현행법 조항이 심신미약자 감형 '임의적' 적용으로 개정되었습니다. 재판부의 재량과 판단의 폭을 넓힌 것입니다.
[앵커]
하지만 심신미약으로 여전히 감경해줄 수는 있는 것이고, 규정 자체에 대한 비판이 여전히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문제는 심신미약 때문에 정상참작을 해 준 사례가 국민들의 일반적인 법감정과 맞지 않다는 점 아니겠습니까?
[기자]
이게 사실 피해자 입장에서 보면 벌어진 상황이나 피해는 범죄자가 심신미약이었거나 아니었거나 마찬가지거든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어떤 행위나 결과가 문제가 되는게 아니라 범행을 저지른 사람의 상태가 어떤가라는 점 때문에 형이 감형되는 것이다 보니 감정적으로는 제도에 공감할 수 없는 경우가분명히 있습니다.
하지만 가짜로 심신미약을 가장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진짜 사리판단을 제대로 못하는 사람한테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로 동일하게 처벌하는 것이 온당하냐는 문제 의식은 여전히 유효한 거죠. 그 경우에도엄벌한다고 해서 그 사람들이 범죄를 저지를 것을 막는데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닐테고요. 진짜 사리판단을 못해서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라면요. 그러니까 이런경우는 국가적으로 치료를 제대로 한다던지 해서 예방에 힘쓰는게 범죄를 막는데 더 도움이 되지 않느냐는 거죠.
다만 어떻게 보면 살인 같은 강력범죄는 보통의 경우라면 잘 저지르지 않을 것 아닙니까? 화난다고 다른 사람의 목숨을 빼앗아야겠다 이렇게 마음먹는 것이 일반적이지는 않겠죠. 실제로 대검찰청이 발간한 '2018년 범죄분석'에 따르면 2017년에 검거된 살인 범죄자의 43.4%가 술에 취한 상태였고 정신질환이 있는 경우가 9.3%로 나타났습니다. 또 방화범죄자도 45.1%가 주취 상태였고, 정신질환이 있는 경우도 13%였습니다. 이런 경우를 그럼 다 판단능력이 부족했으니 감경해주자고 하는 것도 타당하지는 않겠지요. 그래서 결국은 정말 정신 장애 등이 범행 하는데 영향을 미쳤는지를 세밀하게 따져 나갈 수 밖에 없겠지요.
다만 이런 것은 있을 수 있습니다. 작년까지는 심신미약이면 형을 반드시 깎아줘야했기 때문에 피고인이 심신미약을 주장하면 이게 심신미약에 해당하는지 안하는지가 중요하게 판단이 됐는데, 이제는 심신미약에 해당한다고는 해놓고 해당하지만 형을 깎아줄 수는 없다. 이렇게 판결할 수는 있는거죠.
[앵커]
안인득에게 사형이 내려진 가운데 일각에서는 2심에서 결과가 뒤집힐 수 있단 분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1심에서 심신미약이 아니라고 판단한 증거들이 2심에서 정반대로 심신미약의 근거가 될 수 있다는 건데 어떻게 보십니까?
[도진기 / 변호사]
우리가 심신미약 판단이 의학이나 과학적으로 어떤 사건에 필연적으로 심신미약이다. 아니면 또 아니다 이렇게 나가는 것이 아니라 조금 관점의 문제이기 때문에 달리 볼 가능성은 남아 있다고는 볼 수 있습니다. 이게 사실 과학이라기보다 어떤 소위 규범적 판단 이런 표현을 하는데요. 어느 정도 가치 판단에 내지 도덕적인 판단에 게재되어 있는 문제입니다.
그래서 이를테면 심신을 먼저 보는 게 아니라 봄행이 범행이 너무 잔혹한 경우에는 이거를 심신미약을 적용해서 감형하는 것이 적절한가 이런 판단이 내려지는 거거든요. 그래서 2심 판단도 논리적으로 심신미약 판단을 먼저 하고 그 다음에 형을 정하기보다 가령 심신미약을 적용하면 사형이 무효가 되는 것이고 적용하지 않으면 사회자는 그대로 유지되는 거 아닙니까? 사실 심신미약을 먼저 판단하기보다는 과연 이 정도 범죄를 사형을 할 것인가 아니면 무죄로 해 줄 것인가를 먼저 고민을 하고 그 뒤에 만약에 무교로 감행이 됐을 경우에는 심신미약을 일원적으로 부치는 그런 식의 판단이 많이 있거든요. 그래서 좀 두고 봐야 될 것 같습니다.
[앵커]
여기서 도진기 변호사, 사회부 법조팀 나확진 기자와는 인사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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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출연 : 도진기 변호사·나확진 연합뉴스TV 사회부 기자>
[앵커]
화제의 판결을 짚어보는 법정큐브 시간입니다.
도진기 변호사, 사회부 법조팀 나확진 기자 나왔습니다.
법원이 진주방화 살인 사건 피의자 안인득에게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선고했죠.
받아들여지지는 않았지만 안인득이 재판 과정에서 심신미약을 강하게 주장하면서 '심신미약 감형의 당위성'이 다시 한 번 도마 위에 오르는 분위기입니다.
오늘 법정 큐브에서 이 내용 자세히 다뤄보겠습니다.
어서오세요.
이틀 전 같은 날 선고가 내려진 강서구 PC방 살인사건이나 안인득 사건 모두 재판부에선 심신미약 상태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본격적인 얘기에 앞서 '심신미약'이 무엇인지 의미부터 짚고 넘어가야할 것 같습니다.
[기자]
먼저 좀 이론적인 얘기를 하자면, 우리 형법이 기본적으로 행위 책임, 그러니까 어떤 범죄에 해당하는 일을 하면 형벌로써 책임을 지게하는 구조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어떤 경우는 범죄에 해당하는 일을 했는데 개개 사람이 가진 특성 때문에 책임을 물을 수 없는 경우가 있다는 거죠. 가령 대여섯살짜리 꼬마가 아파트 옥상에서 화분을 밀어 떨어뜨려 밑에서 지나가던 사람이 다쳤다고 한다면 일반인이라며 상해든지 과실치상죄든지 처벌을 받아야 하겠지만, 5살짜리 애가 그런 걸 구속하고 그럴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교육을 잘못한 부모에게 민사적으로 손해배상하라고 할 수는 있겠지만요. 어쨌든 이런 경우는 이 행동을 한 당사자가 어리다는 특성 때문에 죄를 묻지는 못하는 거죠.
심신미약은, 심신상실이라는 것과 같이 문제가 되는데 심신에 장애가 있어서 사리분별이나 의사결정을 제대로 못하거나 그런 능력이 약한 경우에는 처벌하지 않거나 형을 감경해주는 걸 말합니다.
사리 판단 능력이 아예 없다고 할 정도면 심신상실, 약하다고 하면 심신미약이 되는 건데요. 조현병, 조울증과 같은 정신질환, 치매나 최면상태 등이 해당하는 것으로 보고 있고, 음주, 약물중독, 충동 장애 등도 심신미약으로 인정받은 사례가 있습니다.
종전에는 심신상실에 해당하면 아예 처벌이 면제되고 심신미약에 해당한다고 판단되면 형을 반드시 깎아주도록 했는데, 현재는 심신상실 처벌면제는 그대로인데, 심신 미약은 형을 깎아줄 수도 있고 안 깎아 줄 수도 있는 것으로 작년에 법이 개정됐습니다.
[앵커]
정신과에서 언급하는 정신병력과 법원에서 이야기하는 정신병력의 판단 기준이 어떻게 다른 겁니까? 그렇다면 '심신미약'은 법적인 판단기준인 겁니까?
[도진기 / 변호사]
기본적으로 심신미약은 아까 나 기자님 말씀하셨듯이 사리분별 능력이 있느냐를 따지는 거거든요. 정신과에서는 기본적으로 정신질환을 진단을 하는 거죠. 그래서 막하자면 정신과에서는 이 사람 정신질환이 있느냐 없느냐를 판단하는 것이고 법에서의 판단은 이 사람이 과연 법적 책임을 물을 만한가. 제정신이라야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겠죠. 그런 의미에서 약간 포커스가 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결국은 법적 책임 여부를 가리는 판단이기 때문에 정신과적으로 정신병이 있다는 진단을 받으면 중요한 참고는 되지만 최종적으로 심신미약, 혹은 심신상실 판단은 법률 판단이고 판사가 하게 됩니다. 말하자면 의사의 얘기를 강하게, 강력하게 참고를 하되 판단은 판사가 이런 구조가 되겠습니다.
[앵커]
강력 범죄자들이 심신미약을 주장하는 일이 종종 있는데, 대표적으로 어떤 사건들을 떠올려볼 수 있을까요?
[기자]
대표적으로 그제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1심에서 사형이 선고된 안인득을 들 수 있습니다. 안인득은 경남 진주의 자신이 살던 아파트에서 불을 지르고 대피하는 주민들에게 흉기를 휘둘러 주민 5명을 숨지게 하고 17명을 다치게 했는데요. 안인득은 재판에서 범행 당시 조현병 등으로 심신미약의 상태에 있었다는 취지로 주장했습니다.
법원은 안인득에게 조현병이라는 정신장애가 있고, 그 때문에 피해망상, 관계망상, 불안정한 감정 등을 보이는 사실은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범행 경위나 수단, 방법 등을 살펴봤을 때 안인득이 범행 당시 조현병으로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였다고는 보이지 않는다며 심신미약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결론적으로는 사형이라는 법정 최고형을 선고했지요.
2017년 인천에서 8세 초등학생을 유인해 살해한 주범 김모양도 정신질환으로 치료받은 전력을 들어 심신미약을 주장했는데요. 법원은 심신미약을 받아들이진 않았지만 만 19세 미만의 소년범에 해당한다는 점 때문에 징역 20년이 확정됐습니다.
심신미약이 인정된 대표적인 사례로 조두순 사건이 꼽히는데요. 검찰은 2008년 당시 8세 아동을 잔혹하게 성폭행한 그에게 무기징역을 구형했지만 재판부는 범행 당시 만취 상태, 즉 음주로 심신미약 상태였다는 이유로 법원은 징역 12년을 선고했고 그대로 확정이 됐습니다. 이 판결은 당시에도 국민의 분노를 이끌었고, 이후에는 더 이상 음주상태에서의 성범죄가 심신미약 감경을 받지 않도록 법률이 개정됩니다. 2013년 6월 개정된 성폭력처벌법 20조에 "음주 또는 약물로 인한 심신장애 상태에서 성폭력 범죄를 범한 때에는 심신상실이나 심신미약 규정 적용하지 않을 수 있다"는 규정을 신설했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조두순은 심신미약이 인정되고, 강서구 PC방 살인사건이나 안인득은 인정 안 된 이유가 뭐라고 보십니까?
[도진기 / 변호사]
한마디로 법리는 바뀌지 않았습니다. 다만 조두순 사건 때 사실 심신미약을 너무나 안이하게 인정해 주는 데 대한 시민들의 거센 여론의 비판, 질타가 있었습니다. 그 이후로 서서히 판사들, 법원의 인식이 변천했던 겁니다.
조두순 사건을 보면 그 당시에 검찰이 무기징역을 구형했고요. 판사도 1차적으로의 무기징역형을 선택했습니다. 그런데 그다음 단계에서 술에 취하니까 심신미약을 적용한다라고 했는데 그 당시에는 심신미약이면 무조건 필요적 감경 시절이었습니다. 무기징역형은 감경하게 된 법적으로 유기징역형을 택해야 됩니다. 그래서 12년 형이 선고되는 그런 결과가 나오고 말았고요.
그다음에 이번 안익득 사건을 보면 마지막 공판에서 안인득 측에서 이렇게 주장을 했습니다. 역시 마찬가지 심신미약 어떤 논리인데요. 이걸 안인득 개인한테 책임을 묻는 건 너무 하지 않느냐. 조현병 환자에 대한 편견 그리고 우리 사회안전망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 이런 식의 주장을 했습니다. 여기에 대한 대답으로 재판부는 조현병 환자에 대한 사회적, 조현병 환자인 안인득에게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아서 이런 비극이 발생했지만 그것이 안인득 개인의 책임을 경감시키는 사유는 되지 못한다라고 판시했어요. 즉 조현병 환자에 대한 상당히 적 사회적 보호는 그것대로 조치를 취하돼 안인득의 법적 책임과는 별개 문제라는 점을 분명히 해 준 것이죠.
그래서 이번에는 여러 가지 이제 안인득이 범행 도구를 사전에 준비한 점이라든지 불길을 피해서 내려오던 주민들을 흉기로 겨냥해서 찌른 점이라든지 또 조현병 약을 2년 9개월 전부터 끊었어요. 이런 사정들을 보건데 안인득이 충분히 법적 책임을 전체, 전적으로 물을 만한 사정이 있다 이렇게 했던 겁니다.
[앵커]
앞서 심신미약 감형제도가 꼭 감형하지는 않아도 되도록 작년 12월 바뀌었다고 했는데, 강서구 PC방 살인사건을 계기로 법 개정이 이루어졌다면서요. 이 부분 좀 상세하게 설명을 해주시죠.
[도진기 / 변호사]
이게 심신미약에 해당한다는 점을 내세워 잔혹한 범죄를 저지르고도 감경받는 일이 자꾸 알려지니까 제한을 할 필요가 있겠다, 직접적인 계기는 며칠전 판결이 난 PC방살인 사건의 김성수가 경찰 조사 과정에서 우울증 치료 진단서를 제출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니까 또 심신미약 주장해서 감형받으려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면서 여론이 들끓었거든요.
김성수 심신미약 감형에 반대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서명자 수가 사상 처음 100만명을 돌파해 119만명에 달했습니다. 역대 최대 기록이죠. 이렇게 여론이 거세니까 결국 심신미약의 경우 반드시 형을 깎아주는게 아니라 깎아줄 수도 있고 안 깎아 줄 수도 있는 것으로, 형량감경을 '의무'에서 '임의'로 바꾼 형법 개정안. 이른바 '김성수법'이 작년에 통과됐습니다. 이 때문인지 김성수는 재판에서는 심신미약을 주장하지 않겠다고 아예 먼저 밝히기도 했습니다.
기존에는 심신미약이면 형을 감경한다, 즉 의무조항이었습니다. 하지만 2018년 12월 18일부터 심신미약자 감형 '의무'였던 현행법 조항이 심신미약자 감형 '임의적' 적용으로 개정되었습니다. 재판부의 재량과 판단의 폭을 넓힌 것입니다.
[앵커]
하지만 심신미약으로 여전히 감경해줄 수는 있는 것이고, 규정 자체에 대한 비판이 여전히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문제는 심신미약 때문에 정상참작을 해 준 사례가 국민들의 일반적인 법감정과 맞지 않다는 점 아니겠습니까?
[기자]
이게 사실 피해자 입장에서 보면 벌어진 상황이나 피해는 범죄자가 심신미약이었거나 아니었거나 마찬가지거든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어떤 행위나 결과가 문제가 되는게 아니라 범행을 저지른 사람의 상태가 어떤가라는 점 때문에 형이 감형되는 것이다 보니 감정적으로는 제도에 공감할 수 없는 경우가분명히 있습니다.
하지만 가짜로 심신미약을 가장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진짜 사리판단을 제대로 못하는 사람한테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로 동일하게 처벌하는 것이 온당하냐는 문제 의식은 여전히 유효한 거죠. 그 경우에도엄벌한다고 해서 그 사람들이 범죄를 저지를 것을 막는데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닐테고요. 진짜 사리판단을 못해서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라면요. 그러니까 이런경우는 국가적으로 치료를 제대로 한다던지 해서 예방에 힘쓰는게 범죄를 막는데 더 도움이 되지 않느냐는 거죠.
다만 어떻게 보면 살인 같은 강력범죄는 보통의 경우라면 잘 저지르지 않을 것 아닙니까? 화난다고 다른 사람의 목숨을 빼앗아야겠다 이렇게 마음먹는 것이 일반적이지는 않겠죠. 실제로 대검찰청이 발간한 '2018년 범죄분석'에 따르면 2017년에 검거된 살인 범죄자의 43.4%가 술에 취한 상태였고 정신질환이 있는 경우가 9.3%로 나타났습니다. 또 방화범죄자도 45.1%가 주취 상태였고, 정신질환이 있는 경우도 13%였습니다. 이런 경우를 그럼 다 판단능력이 부족했으니 감경해주자고 하는 것도 타당하지는 않겠지요. 그래서 결국은 정말 정신 장애 등이 범행 하는데 영향을 미쳤는지를 세밀하게 따져 나갈 수 밖에 없겠지요.
다만 이런 것은 있을 수 있습니다. 작년까지는 심신미약이면 형을 반드시 깎아줘야했기 때문에 피고인이 심신미약을 주장하면 이게 심신미약에 해당하는지 안하는지가 중요하게 판단이 됐는데, 이제는 심신미약에 해당한다고는 해놓고 해당하지만 형을 깎아줄 수는 없다. 이렇게 판결할 수는 있는거죠.
[앵커]
안인득에게 사형이 내려진 가운데 일각에서는 2심에서 결과가 뒤집힐 수 있단 분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1심에서 심신미약이 아니라고 판단한 증거들이 2심에서 정반대로 심신미약의 근거가 될 수 있다는 건데 어떻게 보십니까?
[도진기 / 변호사]
우리가 심신미약 판단이 의학이나 과학적으로 어떤 사건에 필연적으로 심신미약이다. 아니면 또 아니다 이렇게 나가는 것이 아니라 조금 관점의 문제이기 때문에 달리 볼 가능성은 남아 있다고는 볼 수 있습니다. 이게 사실 과학이라기보다 어떤 소위 규범적 판단 이런 표현을 하는데요. 어느 정도 가치 판단에 내지 도덕적인 판단에 게재되어 있는 문제입니다.
그래서 이를테면 심신을 먼저 보는 게 아니라 봄행이 범행이 너무 잔혹한 경우에는 이거를 심신미약을 적용해서 감형하는 것이 적절한가 이런 판단이 내려지는 거거든요. 그래서 2심 판단도 논리적으로 심신미약 판단을 먼저 하고 그 다음에 형을 정하기보다 가령 심신미약을 적용하면 사형이 무효가 되는 것이고 적용하지 않으면 사회자는 그대로 유지되는 거 아닙니까? 사실 심신미약을 먼저 판단하기보다는 과연 이 정도 범죄를 사형을 할 것인가 아니면 무죄로 해 줄 것인가를 먼저 고민을 하고 그 뒤에 만약에 무교로 감행이 됐을 경우에는 심신미약을 일원적으로 부치는 그런 식의 판단이 많이 있거든요. 그래서 좀 두고 봐야 될 것 같습니다.
[앵커]
여기서 도진기 변호사, 사회부 법조팀 나확진 기자와는 인사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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