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지지 않는 곳" 백마고지 참전 노병의 기억
[앵커]
6·25 전쟁사에서 가장 치열했던 전투로 기록된 게 바로 강원도 철원의 백마고지 전투인데요.
십자포화로 하얗게 벗겨진 모습이 흰 말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국군 제9보병사단이 이곳에서 중공군과 열흘간 혈전을 벌인 끝에 탈환한 고지인데요.
전쟁에서 살아 돌아온 노병의 기억 속 전투는 참혹함 그 자체였습니다.
이상현 기자입니다.
[기자]
1952년 10월 6일, 해발 395m의 이름 없는 야산을 차지하기 위한 혈전이 시작된 백마고지 전투.
주인이 7번이나 뒤바뀌는 접전이 펼쳐졌고 열흘 뒤 육군 제9사단이 고지를 차지했습니다.
국군 3천400여명, 중공군 1만3천여 명이 숨지거나 다쳤습니다.
한국전쟁에서 가장 치열했던 이 전투는 영화 '고지전'으로 재탄생해 당시 상황을 조금이나마 짐작하게 했습니다.
하지만 백마고지 전투에 참전했던 노병, 89살 장원탁 할아버지의 기억은 영화보다 훨씬 참혹했습니다.
기억 속 백마고지는 해가 지지 않는 곳이었습니다.
27만 발의 포탄이 비처럼 쏟아졌고, 700회가 넘는 항공기 폭격으로 밤에도 대낮처럼 밝았습니다.
<장원탁 옹 / 백마고지 전투 참전> "조명탄을 그렇게 떨긴다고 비행기에서. 하나가 꺼지면 하나를 또 떨기고 백마고지가 그때는 환했죠 아주."
열흘 동안 소대장이 4차례나 바뀌었을 정도로 치열했던 접전.
아군과 적군이 전사해 쌓인 시체더미가 또 하나의 고지를 만들 정도였습니다.
<장원탁 옹 / 백마고지 전투 참전> "죽은 걸 그대로 쌓아놔 탄약고에다가…보면 방탄모에 일등상사도 있고 이등중사도 있고 일병도 있고 하사도 있고 다 있어요. 그런데 일주일 넘어도 안 실어 갈 때가 있어요. 그거를."
그럼에도 단 한 명도 도망치지 않았고, 모두 전투에 자원할 만큼 용감한 전우들이었습니다.
이렇게 피땀 흘려 지킨 백마고지를 다시 한번 밟아보는 게 할아버지의 평생소원입니다.
<장원탁 옹 / 백마고지 전투 참전> "전적비 탑에 가서 기념행사를 하지 그 안(DMZ)에는 들어가지도 못해요."
십자포화로 하얗게 벗겨진 모습이 흰 말을 닮았다 해 이름 붙여진 백마고지.
지금의 대한민국을 있게 한 참전용사들의 투혼과 헌신의 또 다른 이름입니다.
연합뉴스TV 이상현입니다. (idealtype@yna.co.kr)
연합뉴스TV 기사문의 및 제보 : 카톡/라인 jebo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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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6·25 전쟁사에서 가장 치열했던 전투로 기록된 게 바로 강원도 철원의 백마고지 전투인데요.
십자포화로 하얗게 벗겨진 모습이 흰 말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국군 제9보병사단이 이곳에서 중공군과 열흘간 혈전을 벌인 끝에 탈환한 고지인데요.
전쟁에서 살아 돌아온 노병의 기억 속 전투는 참혹함 그 자체였습니다.
이상현 기자입니다.
[기자]
1952년 10월 6일, 해발 395m의 이름 없는 야산을 차지하기 위한 혈전이 시작된 백마고지 전투.
주인이 7번이나 뒤바뀌는 접전이 펼쳐졌고 열흘 뒤 육군 제9사단이 고지를 차지했습니다.
국군 3천400여명, 중공군 1만3천여 명이 숨지거나 다쳤습니다.
한국전쟁에서 가장 치열했던 이 전투는 영화 '고지전'으로 재탄생해 당시 상황을 조금이나마 짐작하게 했습니다.
하지만 백마고지 전투에 참전했던 노병, 89살 장원탁 할아버지의 기억은 영화보다 훨씬 참혹했습니다.
기억 속 백마고지는 해가 지지 않는 곳이었습니다.
27만 발의 포탄이 비처럼 쏟아졌고, 700회가 넘는 항공기 폭격으로 밤에도 대낮처럼 밝았습니다.
<장원탁 옹 / 백마고지 전투 참전> "조명탄을 그렇게 떨긴다고 비행기에서. 하나가 꺼지면 하나를 또 떨기고 백마고지가 그때는 환했죠 아주."
열흘 동안 소대장이 4차례나 바뀌었을 정도로 치열했던 접전.
아군과 적군이 전사해 쌓인 시체더미가 또 하나의 고지를 만들 정도였습니다.
<장원탁 옹 / 백마고지 전투 참전> "죽은 걸 그대로 쌓아놔 탄약고에다가…보면 방탄모에 일등상사도 있고 이등중사도 있고 일병도 있고 하사도 있고 다 있어요. 그런데 일주일 넘어도 안 실어 갈 때가 있어요. 그거를."
그럼에도 단 한 명도 도망치지 않았고, 모두 전투에 자원할 만큼 용감한 전우들이었습니다.
이렇게 피땀 흘려 지킨 백마고지를 다시 한번 밟아보는 게 할아버지의 평생소원입니다.
<장원탁 옹 / 백마고지 전투 참전> "전적비 탑에 가서 기념행사를 하지 그 안(DMZ)에는 들어가지도 못해요."
십자포화로 하얗게 벗겨진 모습이 흰 말을 닮았다 해 이름 붙여진 백마고지.
지금의 대한민국을 있게 한 참전용사들의 투혼과 헌신의 또 다른 이름입니다.
연합뉴스TV 이상현입니다. (idealtyp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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