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군 정예화 실패 왜?…美오판·문맹률 복합 작용
[앵커]
아프가니스탄이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에 다시 넘어간 건, 미국이 아프간 정부군의 정예화에 실패한 것이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로 꼽히는데요.
현지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서구식 훈련 방식, 또 높은 문맹률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워싱턴 류지복 특파원입니다.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미군 완전 철수 방침을 밝힌 이후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다시 접수하기까지는 불과 넉 달 밖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아프간 정부가 보여준 태도는 무기력 그 자체였습니다.
아프간 정부군 숫자는 30만 명.
수적으로는 탈레반을 능가하지만, 미군의 철수와 맞물려 탈레반이 대대적 공세를 벌이며 진격해오자 도망치거나 항복하는 등 싸우려는 의지를 전혀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조 바이든 정부 당국자들이 미군이 1년 또는 5년을 더 주둔해도 아무런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입을 모으는 이유입니다.
<토니 블링컨 / 미국 국무장관> "우리와 국제사회가 20년 넘게 아프간 군대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했습니다. 그 중에는 탈레반이 갖고 있지 않은, 가장 현대적이고 정교한 장비도 있습니다. 그러나 불행히도 아프간 정부군은 나라를 지키지 못했고 그것이 왜 상황이 이처럼 빨리 전개됐는지 설명해준다고 생각합니다."
아프간 정부군의 무기력에는 여러가지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지만 일단 미국식으로 아프간 정부군과 경찰을 키워내겠다는 미국의 목표 자체가 자만이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로버트 게이츠 전 국방장관도 "우리는 전투 민족으로서 아프간의 강점을 파악한 뒤 그 위에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아니라 서구식 군대를 훈련시키려고 했다"며 이 같은 오류를 인정한 바 있습니다.
아프간 군인들의 동기 부족과 부패한 지휘체계 등 해소하기 힘든 현지의 문제도 있었습니다.
어렵게 신병을 모집해도 놀랄 정도의 탈영과 이탈이 반복됐고 아프간 부족 간 민족적 균형을 유지하기도 어려웠습니다.
높은 문맹률 역시 큰 장애물 중 하나로 꼽힙니다.
아프간 신병 중 불과 5% 남짓만이 초등학교 3학년 수준의 읽기가 가능한 수준이었고 숫자 세는 법과 색깔까지 일일이 가르쳐야 하는 정도였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이런 상황에서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정부군 규모를 20만 명에서 35만 명으로 늘리며 현장의 어려움을 가중시켰고 '양을 위해 품질을 희생했다'는 비판에 직면하기도 했습니다.
이 같은 복합적인 문제가 함량 미달의 군대라는 결과로 이어졌고, 훈련 안 된 군대를 상대로 탈레반 지도자들은 현금, 협박, 관대한 처분을 약속하면서 무장 해제시켰습니다.
워싱턴포스트는 미국이 지난 20년간 아프간전에 투입한 1조 달러 중 아프간군 훈련과 장비 구축, 월급 지급에 850억 불, 약 100조 원 이상을 썼다며 지금 남은 것은 적의 수중에 떨어진 무기, 탄약, 보급품뿐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워싱턴에서 연합뉴스 류지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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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군 정예화 실패 왜?…美오판·문맹률 복합 작용2021-08-17 11:3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