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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풍향계] '검수완박' 그 후…의회 민주주의 설 자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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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풍향계] '검수완박' 그 후…의회 민주주의 설 자리는

2022-05-08 09:50:11

[여의도풍향계] '검수완박' 그 후…의회 민주주의 설 자리는

[앵커]

이른바 '검수완박' 법안이 국회에서 처리된 뒤, 여야는 더욱 거세게 충돌하고 있습니다.

여야가 혼란의 책임을 상대 당에 돌리는 가운데, 숙의와 타협을 기초로 하는 의회 민주주의는 설 자리를 점점 잃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서혜림 기자입니다.

[기자]

'검수완박', 최근 정치권을 가장 뜨겁게 달군 말입니다.

법안의 발의부터 공포까지 걸린 시간은 단 18일.

지난 달 15일 더불어민주당은 소속 의원 172명 명의로 법안을 발의했고, 국회의장 중재로 여야가 극적인 합의를 이루는 듯했지만, 국민의힘이 입장을 바꾸면서, 입법은 민주당의 '독주'로 처리되고 맙니다.

그렇다면 왜 민주당은 검수완박에 사활을 걸었을까.

대선 때부터 이어지던 '메시지'에 그 답이 있습니다.

<이재명 /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지난 1월 22일)> "지금 검찰은 있는 죄도 덮어 버리고, 없는 죄도 만들 수 있다고 믿는 조직입니다. 검찰 공화국의 공포는 그냥 지나가는 바람의 소리가 아닙니다. 우리 눈앞에 닥친 일입니다."

즉, 윤석열 정부 출범 전에 무소불위의 검찰을 확실히 개혁해야 한다는 의지, 공수처 설치만으로는 개혁이 완수됐다고 볼 수 없다는 당내 높은 목소리가, 이런 '초고속' 입법으로 이어진 겁니다.

하지만 법안이 처리되는 과정에서 국회는 또 한 번 부끄러운 민낯을 드러냈습니다.

법제사법위원회에서는 고성이 터져 나왔고, 본회의를 앞두고는 개의하려는 쪽과 막으려는 쪽의 육탄 공방전이 펼쳐졌죠.

당장 민주당은 국회의 품위를 훼손한 국민의힘 의원들에 대해 징계해야 한다며 엄포를 놨습니다.

<박홍근 /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지난 5월 2일)> "지난달 26일 법사위에서 국민의힘이 저지른 국회선진화법 파괴 행위와 30일 국회의장에 대한 본회의장 진입 방해와 배현진 의원의 언동을 묵과할 수 없습니다. 징계안 상정 등 적법한 후속 조치를 밟겠습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징계를 받아야 할 쪽은 법 정신을 훼손한 민주당이라고 응수했습니다. 민주당이 먼저 각종 편법으로 국회선진화법을 무력화했다는 지적입니다.

<권성동 / 국민의힘 원내대표(지난 5월 6일)> "정작 징계를 받아야 할 대상은 민주당의 박광온 법사위원장, 민형배 의원입니다. 여야 간 합의 없는 법사위의 일방적인 처리, 회기 쪼개기를 통한 필리버스터 무력화, 본회의 시간 일방 변경 등 민주당이 저지른 꼼수와 편법은 한 두 가지가 아닙니다."

국회 선진화법은 2012년 5월 2일 18대 국회에서 처리된 국회법 개정안을 일컫는 말입니다.

토론과 숙의는 실종되고, 몸싸움으로 얼룩진 '동물 국회'를 반성하며, 여야가 국회법을 대대적으로 뜯어고친 건데요.

필리버스터와 안건조정위, 폭력을 동반한 회의 방해 금지 등이 바로 이때 도입된 제도입니다. 폭력 그 자체를 차단하는 데서 더 나아가, 여야가 숙의를 통한 '합의 정치'를 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 것이죠.

당시 여야 원내대표들의 포부 역시 컸습니다.

<황우여 / 당시 새누리당 원내대표(2012년 4월 27일)> "그동안 우리 국회는 폭력적이었고 식물국회로서…. 이제 새롭게 출발하는 19대 국회부터는 그야말로 국민이 사랑하고 아낄 수 있는 국회로 거듭나기 위한 첫걸음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진표 / 당시 민주통합당 원내대표(2012년 4월 27일)> "날치기와 몸싸움으로 얼룩진 국회를 만들 것이냐. 아니면 대화와 타협의 성숙한 정치 문화의 원년으로 만들 것인지 결정짓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하지만, 민주당은 안건조정위의 '여야 동수 구성' 원칙을 훼손했고, '무제한 토론'이라는 필리버스터의 정의를 흔들었습니다.

국민의힘 역시, 중재안에 사인까지 했다가 3일 만에 손바닥 뒤집듯 입장을 바꾸면서, 합의와 신뢰에 기초한 의회 민주주의의 원칙을 훼손했다는 비판에 직면하게 됐죠.

결국 10년 전 여야의 약속은 '희미해진 기억'으로 퇴색해 버린 겁니다.

문제는, 여야 어디에서도 자성의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지방선거를 24일 앞두고, 오히려 '네 탓' 공방만 더욱 뜨거워지는 모습인데요.

민주당은 중대범죄수사청 설치를 위해 사법개혁특위를 밀어붙일 태세이고, 국민의힘은 검경 수사권을 밑바닥부터 정리해야 한다며 정면 대결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당장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복심'으로 불리는 한동훈 법무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서도 여야는 '검수완박' 연장전을 이어갈 전망이고, 후반기 법사위 진행권을 둘러싼 논쟁이 벌써 점화되면서 전선은 더욱 확대될 조짐입니다.

국회선진화법은 19대 총선 결과를 받아든 여야가 18대 국회의 마지막 합의로 이뤄낸 제도입니다.

당시 총선에서 여당인 새누리당은 민주당에 여전히 앞서는 의석을 얻었지만, 18대의 '압승'보다는 뒤처진 성적표를 받아 들었죠. 또 여야는 같은 해 12월 대선을 앞두고 있었는데요.

결국, 선거를 통한 민심의 '경고'가 여야를 국회선진화법으로 이끈 동력이 됐던 겁니다.

숙의와 토론이 실종된 국회. 이를 되찾기 위해서 유권자가 가진 '표'의 힘이 더욱 절실한 때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지금까지 여의도 풍향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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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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