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가 '심심하다'고요?"…후퇴하는 문해력
[앵커]
오늘(9일)은 576돌을 맞은 한글날입니다.
하지만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신조어와 줄임말 사용이 확산하면서, 한글 파괴에 대한 우려가 끊이지 않죠.
최근에는 '심심한 사과'라는 표현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아 문해력 논란이 또 불거졌는데요.
먼저 구하림 기자가 실태를 살펴봤습니다.
[기자]
지난 8월 한 온라인 카페에 올라온 안내문입니다.
예약 과정에 불편을 끼쳐 심심한 사과 말씀을 드린다는 내용인데, 이 '심심하다'는 말의 뜻을 이해하지 못하는 듯한 덧글이 달려있습니다.
포털사이트에 '심심한 사과'를 검색해봤습니다.
"사과가 심심하다는 게 무슨 뜻인가요", "사과를 하려면 정중하게 해야 하지 않느냐"는 게시글도 눈에 띕니다.
젊은 세대가 기존에 두루 사용되는 단어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례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오늘을 뜻하는 '금일'을 금요일로 이해하거나, 3일을 뜻하는 '사흘'을 4일로, '융통성이 부족하다'는 뜻의 '고지식하다'는 지식수준이 높다는 것인 줄 알았다는 사연도 있습니다.
이처럼 국어에 대한 이해도는 점점 떨어지는 양상이지만, 각종 줄임말은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습니다.
'얼죽아 (얼어 죽어도 아이스 아메리카노)' 같은 유행어는 물론이고, 단박에 이해하기 어려운 줄임말이 10대 사이에서 통용되는 것입니다.
각종 SNS와 유튜브 등 영상매체 사용량은 대폭 늘고 독서량은 급격히 줄어든 탓에, 청소년들 사이에서 기존에 사용되던 단어는 사장되고 대신 신조어가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됐습니다.
<김세중 / 언어학자·전 국립국어원 학예연구관> "영상에서 사용되는 언어의 양 자체가 매우, 책에서 사용되는 텍스트보다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양도 적고, 어휘도 극히 한정돼있고…"
신조어를 통해 또래 사이 소통이 보다 풍부해진다면 창의적 조어 활동으로 볼 수도 있지만, 널리 통용되는 단어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는 것은 심각한 문제로 지적됩니다.
평균 어휘력이 지속적으로 퇴보한다면, 장기적으로는 국가적 위기가 될 수 있다는 진단도 나옵니다.
<김세중 / 언어학자·전 국립국어원 학예연구관> "글을 읽어도 짧은 글만 읽기를 좋아하지 긴 글을 읽기를 꺼려하고… 국민들의 전반적 문해력이 떨어진다는 것은 나라 전체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소이거든요."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 발달과는 정반대로 문해력은 오히려 후퇴 위기에 처한 상황….
결코 가볍게 여길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습니다.
연합뉴스TV 구하림입니다. (halimk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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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가 '심심하다'고요?"…후퇴하는 문해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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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가 '심심하다'고요?"…후퇴하는 문해력2022-10-09 09:4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