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층의 덫 전세사기…구제도 '첩첩산중' [탐사보도 뉴스프리즘]
[오프닝: 이광빈 기자]
안녕하십니까 이광빈입니다.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지속가능한 사회를 모색하는 뉴스프리즘 시작합니다. 이번주 뉴스프리즘이 풀어갈 이슈, 함께 보시겠습니다.
[영상구성]
[이광빈 기자]
이미 피해자가 상당한 서울과 인천 지역 전세사기 피해 수습도 난망한데, 이번에는 수원에서 대규모 전세사기 사건이 터졌습니다.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위기에 처한 임차인들이 수백 세대에, 전체 피해 금액도 800억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이전 전세사기 사건과 마찬가지로 피해자의 상당수는 사회초년생들인데요.
끊이지 않는 전세사기 피해 실태, 그리고 그 대책은 실효적으로 작동하고 있는 지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강창구 기자가 수원으로 가봤습니다.
[수원 전세사기 '일파만파'…어느 청년의 눈물 / 강창구 기자]
[기자] 경기 화성 병점에 있는 한 원룸 건물입니다.
사회초년생 A씨는 외국으로 취업을 떠나기 위해 다니던 직장까지 그만뒀지만,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해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계속된 연락에도 집주인의 응답은 없었고 급기야 자신이 살고 있는 원룸 건물이 전세금을 돌려주지 않고 연락을 끊은 정모씨 부부 소유라는 사실을 알게된 겁니다.
<수원 전세사기 피해자> "9월 말일에 퇴사하고 남은 보증금으로 해외에서 어쨌든 생활하려고 했는데 그런 보증금을 또 못 받게 되니까 어떻게 해야 할지…"
피해자들의 상당수는 A씨처럼 부동산 중개업소의 말만 믿고 계약한 20∼30대 사회 초년생들입니다.
집주인이 건물 여러 채를 소유하고 있고 대출금도 별로 없어 안심해도 된다는 말을 순진하게 믿은 겁니다.
<수원 전세사기 피해자> "이 건물은 26억 중에 5천만 원밖에 안 잡혀 있어서 되게 깨끗한 건물이고 융자도 거의 없는 거라고 설명해서…"
임대인 정씨 부부는 은행대출을 통해 수원, 화성, 용인 일대에 50채가 넘는 원룸과 빌라 건물을 구입했는데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자 전세금을 돌려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더구나 여러 세대를 공동담보로 묶은 뒤 쪼개기 대출까지 받는 바람에 전세보증보험에 가입한 세입자마저 피해를 막을 수 없는 실정입니다.
피해자들은 더 큰 피해를 막기위한 빠른 수사를 촉구하고 있습니다.
<수원 전세사기 피해자> "공인중개사 설명으로는 집주인이 50개 이상의 건물을 가지고 있고 경매에 넘어가도 충분히 해결될 수 있다고 설명했는데…"
현재까지 경기도에 접수된 피해신고는 400건이 넘고, 경찰 고소장 접수도 매일 이어지고 있습니다.
세입자들의 자체조사 결과 피해자는 최소 600명, 피해금액은 1천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됐습니다.
경기도는 피해자들을 위한 현장설명회를 연이틀 열었는데 수백명씩 몰렸습니다.
<이경선 / 경기주택공사 전세피해지원센터 센터장> "특별법 신청 및 상담을 도와 드리고 있으며 특별법 대상자가 되시는 분들에 대해서는 긴급생계비 지원, 이주비 지원 그리고 긴급 주거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경찰은 정씨 일가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하고 주거지와 법인 사무실 등에 대해 압수수색을 진행하는 등 강제수사에 나섰습니다.
또 정씨 일가와 고소인들 사이에서 임대차 계약을 중개한 공인중개사 등에 대한 수사도 진행 중입니다.
하지만 정씨 일가 주택에 대한 경매가 일부 시작됐고 대출금을 갚고 나면 사실상 깡통주택이나 다름없다는 분석이 있어 세입자들의 피해는 피하기 어려울 전망입니다.
연합뉴스TV 강창구입니다.
#수원 전세사기 #깡통주택 #전세피해지원센터 #출국금지
[이광빈 기자]
그렇다면 전세사기 일당들에 대한 처벌은 어떻게 되고 있을까요.
법원이 이들의 죄를 무겁게 다루는 추세이긴 하지만 피해자들은 기소 단계에서 주범과 공범 모두 범죄단체조직죄를 적용해 엄벌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사기 피해에 따른 범죄수익 몰수·추징도 현재로서는 쉽지 않습니다. 정래원 기자입니다.
[전국 전세사기범 속속 실형…범죄수익 몰수·추징 한계 / 정래원 기자]
[기자] 지난 5일, 인천지법에서는 이른바 '건축왕'의 전세사기 사건 첫 재판이 열렸습니다.
일당 35명의 전체 사기 액수는 453억원, 주택으로 따지면 563채입니다.
주목할 부분은 이들에게 국내 전세사기 사건으로는 처음으로 '범죄단체 조직죄'가 적용돼 기소됐다는 점입니다.
이 재판에서 범죄단체조직죄가 인정된다면, 전국의 다른 전세사기 사건 수사와 재판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공동의 범죄 목적을 가지고 역할을 나눠 지속적, 조직적으로 움직여온 것을 입증하는 게 관건입니다.
피해자들은 사기범들의 재산 은닉과 증거인멸을 막으려면 주범과 공모자 등 범행에 가담한 모두에게 범죄단체조직죄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범죄단체조직죄가 인정되면 단순 가담자도 조직 차원에서 벌인 범죄의 형량으로 처벌을 받습니다.
계좌를 빌려주는 등 사기에 직접 관여하지 않은 가담자에게도 사기죄가 적용될 수 있습니다.
<인천 전세사기 피해자(지난 4일)> "같은 임대인, 같은 중개인, 하다못해 관리인까지 모두 조직적인 한 패라는 걸 알게 돼서…"
법원에서는 아직 범죄단체조직죄 적용 여부에 대해 언급하지 않아 전국 피해자들이 재판 진행 상황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전세사기 일당을 범죄단체로 규정해 처벌하게 된다면, 어느 정도 피해를 회복할 길이 열리게 됩니다.
<방민우 / 변호사> "범죄단체조직죄의 경우에는 범죄 수익을 국가가 몰수할 수 있는 규정이 있기 때문에, 피해자 보호 측면이 있기 때문에…"
임대인과 중개인, 중간책 사이에 실질적인 통솔체계가 있었다는 점을 입증하는 게 관건이 될 전망입니다.
개인이나 가족 단위로 전세사기를 저지른 일당도 전국 법원에서 속속 실형을 선고받고 있습니다.
'부산 빌라왕' 이모씨는 지난 11일 징역 6년을 선고받았고, 이른바 '빌라의 신'으로 불리던 일당은 수원지법 항소심에서 징역 5~8년을 선고받았습니다.
전세사기 피해자들에 대한 구제 방안을 담은 부패자산물수법도 발의된 상태입니다.
전세사기범들에 대한 엄벌과 더불어 범죄수익 환수 및 피해회복의 근거가 마련될지 주목됩니다.
연합뉴스 TV 정래원입니다.
#전세사기 #범죄단체조직죄 #빌라왕
[코너 : 이광빈 기자]
대규모 전세사기, 지난해 본격적으로 문제가 서울 강서, 인천에 이어 최근 수원에서도 발생했는데요. 이게 끝이 아닌 것 같습니다. 대전에서도 대규모 전세사기가 터져 나올 조짐이 보이고 있습니다.
최근 대전 지역의 한 부동산 법인 대표가 전세사기 혐의로 수사를 받기 시작했는데요. 벌써 사건 관련 피해자만 200여명, 피해금액은 300억원대에 이릅니다. 경찰 수사가 더 진전되면 피해자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데요. 피의자 본인과 친동생, 여자친구, 법인회사 명의로 소유한 건물만 200여채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들 명의 건물은 대전 등지와 서울, 세종시까지 분포해 있어서 대전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으로 피해가 이어질 듯합니다.
이번 사건의 피해자와 피해액을 빼고도 올해 전세사기 피해자는 4천명을 넘어섰습니다. 피해금액은 5천억원 이상입니다.
이중 경찰이 전세 사기로 검거한 인원은 2천582명이었고, 기소 전 몰수·추징액은 1천153억원으로, 전체 피해액의 22.6%에 불과한 실정입니다.
문제는 피해 세입자들은 대부분 20∼30대입니다. 계속 확대해 온 전세대출을 받은 경우도 많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결국 전세금의 상당 부분을 떼이게 될 경우 사회 초년생이 전세를 얻었다가 빚만 지게 될 수 있는 셈이죠. 특히 전세 경험이 적은 젊은 층의 경우 보증보험에도 가입하지 않아 전세보증금을 대부분 날리 위기에 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경찰이 지난해 7월부터 약 1년 간 벌인 전세사기 특별단속에서 확인된 피해자는 총 5천13명이었고 피해금액은 6천8억원에 달했습니다.
피해자 57.9%가 사회 초년생인 20∼30대 청년 서민층이었습니다. 30대가 1천708명(34.1%)으로 가장 많았으며 20대 이하가 1천195명(23.8%)으로 뒤를 이었다. 전세사기 피해자 10명 중 5명 이상이 30대 이하 청년이었던 셈입니다.
지난 5월 국회에서 전세사기 특별법이 통과됐지만, 상황이 달라진 건 없다고 말합니다. 특별법 적용을 받더라도 결국은 빚을 내서 빚을 갚아야 한다는 겁니다. 전문가들은 임차인에게만 책임을 묻는 방식으로는 전세사기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합니다. 김주영 기자입니다.
[특별법 통과됐지만…"빚내서 빚 갚아야" / 김주영 기자]
[기자]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자 A씨.
A씨는 지난 2021년 9월 전액 대출로 마련한 보증금 9,000만원을 내고 입주했습니다.
전세사기 특별법에 따라 지난 달 피해자로 지정이 됐지만, 상황이 나아지진 않았다고 말합니다.
"빚을 내고 이자를 내고 있는 상황에서 더 대출을 받으래요. 결국 저희보고 다 갚으라는 내용밖에 안 되는 거잖아요. 이건 나가서 그냥 죽으라고 떠미는 거다라는 생각을 제일 많이 하세요."
그나마 A씨처럼 특별법에 따라 피해자로 인정된 경우도 10명 중 4명 수준에 그칩니다.
피해자들은 사례가 다양한 만큼, 정부에서 피해자들을 먼저 구제해 준 뒤, 임대인들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는 방식으로 일괄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안상미 /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 "각자 처한 상황이 다양하기 때문에 조건을 내세워서 피해자들을 구제한다고 하면 절대 구제가 될 수 없고요. 선구제 후구상권 청구만이 피해자들을 구할 수 있다고 생각을 하는데요."
정부가 일괄적으로 나서면 보상과정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아낄 수 있다는 겁니다.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피해자들을 폭 넓게 인정해주자라는 게 전세사기 피해 지원위원회의 기조"라면서도 "전세사기피해지원 특별법인 만큼 조직적인 전세사기 이외에 지원대상에 깡통전세 피해자까지 포함시키진 않았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선구제 후구상권 청구 요구에 대해서도 "국가 재정을 통한 직접적인 보상은 원칙상 안 된다"라는 입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부가 내놓은 특별법은 결국 피해자의 부담만 가중시킨다는 점에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제기됩니다.
<최은영 / 한국도시연구소 소장> "각각의 주체들이 책임을 져야 하는데 현재는 모든 책임을 임차인한테 떠밑긴 상황인 거라서 이렇게 해서는 해소가 안 된다고 생각해요."
전세대출을 확대하는 정책을 펼치면서도 관리 감독에 소홀했던 정부, 변제능력을 고려하지 않고 대출을 내준 금융권, 사기를 저지른 임대인까지.
결국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는 지적입니다.
저리 대환대출 완화나 법률지원 확대 등의 보완방안이 나온 건 그나마 다행이지만 사후 대책이 아닌 등기 제도 개선 등 전세사기를 근본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피해자들이 하루 빨리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특별법의 실효성을 높이고, 애초에 이런 피해를 겪지 않도록 사회적 안전망 마련이 우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연합뉴스TV 김주영입니다."
#전세사기특별법 #전세사기 #국토교통부
[클로징: 이광빈 기자]
전세제도...세계 일부 국가에 비슷한 형태를 가진 곳들이 있지만 사실상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제도로 봐도 무방할 겁니다. 바로 이런 전세의 확산은 임대인과 임차인 양측에게 이익이 됐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임차인은 지속적인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자산가치를 불려왔고, 임대인도 원금을 보존해 '주거 사다리'로 활용해왔습니다
그런데, 전세 계약의 본질은 사실상 임대인과 임차인 간 사금융 거래로 그 자체가 높은 위험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간 주택가격이 문제없이 상승해왔기에 임대인의 지급 능력에 문제가 되지 않았을 뿐이었죠. 전세사기꾼들은 이 틈을 갭투자라는 이름으로 파고들어 사회초년생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습니다.
월세 비중이 늘어나는 추세지만, 관습적으로 자리 잡은 전세제도는 개선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습니다. 전세자금 대출도 계속 증가해왔는데, 전세자금 대출 한도가 늘어나면 전셋값도 올라가는 악순환도 벌어진다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이어져 왔습니다. 서민들이 전세대출도 무리해서 받지 않고, 내 집 마련 과정을 차근차근 밟아갈 수 있는 선순환 구조는 만들기 어려울까요.
이번 주 뉴스프리즘 여기까지입니다. 시청해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
#수원전세사기 #피해자불안 #깡통전세악몽
PD 김효섭
AD 김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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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젊은층의 덫 전세사기…구제도 '첩첩산중' [탐사보도 뉴스프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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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층의 덫 전세사기…구제도 '첩첩산중' [탐사보도 뉴스프리즘]2023-10-21 22: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