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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보도 뉴스프리즘] 아이 낳으면 1억원 주는 회사…대부분엔 '언감생심'

뉴스사회

[탐사보도 뉴스프리즘] 아이 낳으면 1억원 주는 회사…대부분엔 '언감생심'

2024-03-16 22:00:00

[탐사보도 뉴스프리즘] 아이 낳으면 1억원 주는 회사…대부분엔 '언감생심'

[오프닝: 이광빈 기자]

안녕하십니까. 이광빈입니다. 우리 사회의 문제점들을 진단하고, 지속가능한 사회를 모색하는 뉴스프리즘 시작합니다. 이번 주 뉴스프리즘이 풀어갈 이슈, 함께 보시겠습니다.

[영상구성]

[이광빈 기자]

저출생 대책,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물론, 요즘 기업까지 나서고 있습니다. 부영그룹에서 직원이 아이를 한 명 낳으면 1억원을 주겠다고 해서 화제가 됐는데요. 기업과 지방자치단체의 노력 중심으로 저출생 대책을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문형민 기자가 기업의 출산지원금과 이에 대한 비과세 혜택, 이와 관련한 문제점 등을 살펴보겠습니다.

["출산지원금 전액 비과세"…실효성·형평성 '물음표' / 문형민 기자]

[기자]

출산한 임직원에게 자녀 1인당 1억 원씩의 출산지원금을 지급하겠다고 발표했던 부영그룹.

저출산 문제 해결에 기여하면서, 직원들의 양육비 부담을 덜어주자는 취지로 시작됐습니다.

부영은 물론, 현대자동차, 쌍방울, 유한양행 등 주요 기업들도 출산지원금을 주고 있습니다.

<박민재 / 유한양행 인사팀 대리> "75명의 직원이 출산지원금 혜택을 받았고, 자녀를 계획하지 않거나 1명의 자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추가로 자녀 계획을 갖고 있다는 이야기도…"

기업이 자발적으로 출산 장려책을 내놓고 있는 상황인데 발목을 잡은 건 세금이었습니다.

출산지원금이 직원의 근로소득으로 잡힐 경우 최고 36%의 소득세를 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박민재/ 유한양행 인사팀 대리> "직원에게 혜택을 전부 드리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했는데요. 소득세에 대한 부분들을 제외하고 직원들이 수령하게 되는…"

이처럼 세금 때문에 출산지원금의 취지가 퇴색된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정부가 나섰습니다.

기업이 임직원에게 주는 출산지원금 전액에 과세하지 않는 방안을 적용하기로 한 겁니다.

<윤석열 / 대통령(지난 5일)> "기업이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출산지원금은 전액 비과세해 기업의 부담을 덜어주고, 더 많은 근로자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게…"

앞으로는 출산 후 2년 내 받은 출산지원금에 최대 두 차례까지 과세하지 않겠다는 겁니다.

기업 입장에서도 이 지원금을 인건비로 처리, 법인세를 낮출 수 있어 반길 만한 일입니다.

다만, 출산지원금 전액 비과세를 두고 실효성에 대해 아직은 물음표가 붙습니다.

2022년 귀속 근로소득 가운데 출산 및 보육수당 비과세를 신고한 근로자는 47만 2,380명.

이는 전체 근로소득자 2,053만 4,714명의 2.3%에 불과하고, 1인당 연 68만원 수준입니다.

그간 기업이 출산지원금을 세금 문제로 못 준 게 아니라 안 준 쪽에 가깝다는 의미입니다.

특히 취업자의 90%가 속한 중소기업에선 이런 지원금을 쏟아낼 자금적 여유가 없습니다.

<심현 / 더드림법률사무소 공인노무사> "대기업이 중소기업에 비해 노조 등을 통한 단체협약 또는 취업규칙 등을 통한 정비가 잘 돼 있는 경우가 많고, (반면 중소기업은) 인식과 노력이 과거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최근 직원이 70여명 정도인 강릉 썬크루즈 호텔·리조트가 최대 1억원의 출산지원금을 내걸었지만, 육아휴직도 제때 쓰지 못하는 여타 중소기업 직원에겐 '그림의 떡'일 수 있습니다.

이는 결국 상대적 박탈감을 키우게 되고 출산 계획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이상림 / 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지금 우리나라 저출산의 원인이 비용의 문제라기보다는 격차의 문제라는 부분이 있거든요. 옆에 있는 사람들과 비교가 되는 거죠."

출산에서의 '부익부 빈익빈'이 없도록 이들을 위한 맞춤형 혜택이 마련돼야 할 때입니다.

연합뉴스TV 문형민입니다.

#출산장려금 #비과세 #중소기업

[이광빈 기자]

이번에는 기업 출산지원금을 받은 부부의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국내 최초 네 쌍둥이를 자연 분만으로 낳은 김환-박두레 부부는 회사로부터 1억원 가까운 지원금을 받았는데요. 김 씨 부부의 하루를 방준혁 기자가 동행했습니다.

[네 쌍둥이 부부 육아 전쟁…"지원이 큰 힘" / 방준혁 기자]

[기자]

이른 아침 아빠 손에 이끌려 씻고 나온 아이들에게 엄마가 차례대로 옷을 입힙니다.

첫째 딸 우리부터 네 쌍둥이 문별, 휘, 무열, 겸이까지….

5남매를 키우는 부부는 아침 7시부터 전쟁을 치릅니다.

<박두레 / 5남매 엄마> "아침에 6시에 일어나서 밥을 하고 애기들부터 먼저 먹이고 남편이 애기들 씻기기 시작해요. 애기들 씻으면 제가 옷을 입히고…"

네 쌍둥이는 최근 집 근처 직장 어린이집 영아반에 입학했습니다.

다섯 아이를 어린이집으로 보내는 길.

잠깐만 방심해도 사고가 납니다.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유아차 대신 다인용 수레를 끌고….

회사에서 선물로 준 9인용 승합차가 꽉 찹니다.

<김환 / 5남매 아빠> "(집) 근처에 포스코 직장 어린이집이 있더라고요. 회사에서 지원되는 부분들이 많다 보니까 공간에서도 여유가 있고…"

어린이집에서 돌아오면 곧장 옷을 벗기고 밥을 먹입니다.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보내면서 숨통이 트였지만 부부에게 주어진 자유 시간은 하루 2~3시간 남짓에 불과합니다.

경제적 부담도 만만치 않습니다.

김 씨 부부는 2년 넘게 함께 육아 휴직을 하고 있는데요. 남편인 김 씨가 먼저 올해 안으로 복직할 계획입니다.

<김환·박두레 / 5남매 부부> "나라에서 육아휴직 비용(급여)이 나온다고 하지만 실제 제가 받던 임금으로 생활하던 거랑은 차이가 있으니까…기저귀랑 분유 한창 먹일 때 한 달에 100만 원은 기본이고요."

회사에서 준 각종 지원금은 큰 도움이 됐습니다.

김 씨가 재직 중인 포스코에선 출산 장려금 2천만원과 돌봄 지원금 3,600만원이 나왔고, 박 씨가 근무하는 국민은행은 아이들 병원비 등 2천만원을 지원했습니다.

<김환·박두레 / 5남매 부부> "저희 회사 같은 경우는 거의 1억에 가까운 돈을 직접적인 지원을 해줬단 말이에요. 간접비가 아니라. 저희가 안심하고 육아휴직 쓰고 아이들 5명 케어하는 데 가장 큰 도움이 됐죠."

쌍둥이들이 태어난 뒤로 정신 없이 달려온 지난 1년 7개월.

직장 내 첫 남성 육아휴직자인 김 씨는 아이들과 온전히 함께하는 소중한 시간이었다며, 보다 많은 부모들이 육아휴직을 마음 놓고 쓸 수 있는 환경이 되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연합뉴스TV 방준혁입니다.

#네쌍둥이 #출산장려금 #포스코

[진행자 코너]

해외 선진국 가운데 저출생 대책이 어느 정도 효과를 본 사례들을 살펴보겠습니다. 역사적, 사회적 배경이 다른 만큼, 해외 선진 사례들을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지만, 시사점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가장 많이 주목받아온 건 프랑스인데요. 프랑스는 떨어진 출생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가족수당과 소득세의 가족계수를 축으로 출산 장려 정책을 펼쳐왔습니다. 가족수당은 자녀가 2명 이상일 때 지급합니다. 자녀가 만 20세가 될 때까지 적용됩니다. 가족계수는 소득세 부과 시 가구원 수를 고려해 자녀가 있는 가정에 조세 감면 혜택을 부여하는 것입니다. 프랑스는 보육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3세에서 6세 어린이에게 무료로 공립유치원을 다닐 수 있게 합니다.

독일은 일·가정 양립정책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자녀가 만 8세 미만일 때까지 최대 36개월을 육아휴직할 수 있는데요. 12개월 동안 순소득의 67%를 지급받을 수 있습니다. 월 최대 수령 한도는 1800유로 정도, 한화로 260만원 수준입니다. 독일은 또 자녀가 만 18세가 될 때까지 부모에게 아동수당을 지급합니다. 자녀 1명당 한화로 월 30만원 수준인데요. 독일의 '전일제 학교'도 출생률을 끌어올리는 데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입니다. 오후 3∼4시까지 학교에 머무를 수 있습니다. 전일제 학교에 다니는 학생 비중이 절반에 가까운 수준입니다.

스웨덴도 좋은 참고 사례인데요. 스웨덴에선 아동수당과 가족복지 확대, 공교육 강화, 사교육비 없는 방과후 과정 등의 정책에 힘을 쏟고 있는데, 출생률 제고에 상당한 도움을 주고 있다는 평가입니다.

지금까지 살펴본 사례는 해외 선진국들의 일부 출생률 관련 정책들인데요. 인구 정책이 잘 된 유럽 국가들을 보면 부동산, 노동, 교육 정책이 저출생 정책과 맞물려 효과가 나야 출생률이 진작될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일본의 경우 우리나라보다 먼저 저출생 대책을 대대적으로 펼쳐왔는데 백약이 무효였습니다. 학계에선 일본의 초저출산 원인 중 하나로 남성 청년층의 비정규직 증가를 꼽고 있습니다. 고용 형태가 불안정하다 보니 결혼과 출산을 통한 가족 형성을 꺼릴 수 있다는 겁니다. 복잡한 방정식인 저출생 대책, 사회 전체적인 방향성을 살피면서 면밀히 풀어가야겠습니다.

[이광빈 기자]

세제 혜택을 받게 된 기업들의 출산장려금이 저출생 흐름을 막는데, 어느 정도 기여할지는 미지수입니다. 가파른 인구 감소에 지자체들도 앞다퉈 출산 지원 대책을 내놓고 있습니다. 거기엔 현금성 지원 정책도 있는데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정지훈 기자입니다.

[지역 소멸위기에…지자체들도 앞다퉈 현금성 출산정책 / 정지훈 기자]

[기자]

세 아이를 키우고 있는 남지영 씨는 넷째 출산을 앞두고 있습니다.

다자녀 가정으로 충북도와 영동군으로부터 출산·양육비 등 지금까지 2천만원 정도를 지원받았습니다.

<남지영 / 충북 영동군> "타 지역에 있는 친구랑 비교해보면 제가 지원받고 있는 게 훨씬 많더라고요. 제가 이제 외벌이에 다자녀 가정이라 아이들 식비나 의료비 등에 아주 요긴하게 사용하고 있어요."

5만이 넘던 영동군의 인구는 10년 사이, 1만명 넘게 줄었습니다.

인구 감소를 막기 위해 올해부터 지원금을 확대했고, 영동에서 결혼해 아이를 낳아 키우는 부부에게 최대 1억2천여만 원을 지급합니다.

<권경주 / 충북 영동군 인구청년팀장> "생애 주기별로 가장 필요한 이제 지원 시책이 어디까지 갔을 때 좀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까 봤을 때 결혼부터 초·중·고 그리고 대학교, 이제 아이가 다닐 때까지로…"

6만 명대 인구가 올해 무너진 경남 거창군은 출생아 1인당 1억1천만원 지원하기로 했고, 인천시도 태어나는 모든 아이에게 만 18세가 될 때까지 1억원을 지원합니다.

이 밖에 산후조리원비 지원과 난임부부 격려금 등 지자체마다 다양한 현금성 출산 복지정책을 내놓고 있습니다.

최근 여러 연구조사에선 지자체의 출산 지원금이 출산율을 높이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경쟁적 증액으로 인한 재정 부담에 대한 우려 또한 큰 상황입니다.

지난 2020년 합계 출산율이 10% 넘게 감소(-11.2%)한 광주시가 출산지원금을 늘리자 이듬해 합계 출산율은 10.5% 늘었습니다.

반면 광주와 인접한 전남 7개 시·군 지역의 합계 출산율은 평균 26.9% 감소했습니다.

광주시가 지원금을 늘리자 이전(-1.5%)보다 합계 출산율 감소폭이 18배나 커진 겁니다. 일종의 풍선 효과가 나타난 셈입니다.

지원 혜택 규모 등에 따라 인구 유입이 이뤄지고, 인접 지역의 인구가 감소하면서 지역 간 인구와 출산율 격차를 더 크게 할 수도 있단 겁니다.

이 때문에 현금성 지원정책은 통일된 기준을 마련해 중앙정부가 맡고, 지자체는 돌봄 등 육아 서비스와 시설 확충으로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경북에선 전국 최초로 24시 돌봄 마을센터와 119 소방 긴급돌봄 등 육아 서비스 시책을 시범 운영하고 있습니다.

<안성렬 / 경북도 저출생과 전쟁 본부장> "출산과 육아는 심리인데 특히 여성들의 심리가 중요하고 가정의 환경이 굉장히 중요하고 사회 시스템이 중요하다 이런 결론으로 저희가 서비스 위주의 정책을…"

전남 화순군은 청년·신혼부부에게 월세 1만원으로 아파트를 임대하는 주거 복지 사업으로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100가구 모집에 최고 경쟁률이 18대 1에 이릅니다.

과거 허무맹랭한 선거 공약으로 치부됐던 출산장려금 정책이 '저출산 쇼크'에 지자체들이 앞다퉈 실시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연합뉴스TV 정지훈입니다.

#저출생 #지방 #현금성_지원 #돌봄

[클로징 : 이광빈 기자]

우리나라 저출생 문제의 심각성은 이미 국제사회에서 주목할 정도입니다. 앞서 보신 것처럼 지방자치단체들은 출생률을 높이기 위해 출산장려금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는데요. 충북 충주와 제천은 1시간 이내 오갈 수 있는 생활권입니다. 두 곳 중 교통과 산업발달은 충주가 나은데, 지난해 출생아 수 증가는 오히려 반대였습니다. 다양한 원인이 있을 수 있지만, 출산장려금이 상당 부분 영향을 줬다는 분석입니다. 전남 강진과 장흥, 해남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서로 인접지역인데, 강진의 출생등록률이 다른 두 곳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습니다.

물론 출산장려금에 대한 비판은 있습니다. 출생 늘리기가 아닌 인근 지역 '인구 뺏어오기', 그리고 지원금만 받고 바로 다른 지역으로 이주해버리는 '먹튀'가 그것입니다. 여기에 정주여건 개선을 더한다면 국가소멸론까지 나오는 현재보다 조금은 나아지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번 주 뉴스프리즘 여기까지입니다. 시청해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

#저출생 #출산장려금 #출산정책

PD 김효섭

AD 김희정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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