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송참사 1년 ②] "비만 오면 떠올라"…아물지 않은 참사 피해자의 상흔
[앵커]
1년이란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오송참사의 상흔은 곳곳에 남아 있습니다.
더욱이 고통 속에 가족을 먼저 보낸 유족들이나 살아남은 죄책감에 시달리며 1년을 지낸 생존자들은 여전히 아물지 않은 생채기를 안은 채 살아가고 있습니다.
피해자들의 이야기, 이호진 기자가 전합니다.
[기자]
1년 전 갑작스레 남편을 떠나보낸 박진아씨.
1달 전부터 어렵사리 병원에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남편을 잃은 슬픔에 삶이 무너져 내렸지만, 정신과 치료를 받으면 그 슬픔마저 무뎌져 남편을 잊게 될까 쉽게 병원 문턱을 넘지 못했습니다.
그녀는 1년 전 청주 궁평2지하차도로 진입했다 부실 제방이 무너지며 들이닥친 물에 참변을 당한 '747 버스' 운전기사의 아내입니다.
<박진아 / 오송참사 유족> "그날의 사건에서 딱 멈춰 가지고 있는 거야. 실질적으로 보지는 않았어도 내가 그날 하루 있었던 게 기억이 애 아빠를 찾았을 때 모습을 그 기억이 계속 뇌리 속에 있으니까. 이 사람이 이렇게 나한테 잘해주고 행복하게 해주고 갔는데 어느 순간 없는 거야"
참사가 발생한 지 1년이 지난 지금도 유족들은 가족을 지키지 못 했다는 슬픔과 죄책감을 속으로 삼키고 있습니다.
그 슬픔과 죄책감이 오롯이 유족의 몫인 것처럼 여기며 견디고 있었습니다.
<최은경 / 오송참사유가족협의회 공동대표>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근데 나는 엄마는 그렇게 고통스럽게 생을 마감했는데 나는 나약하게 정신과 치료 받으면서 약이나 먹고 나만 편하자고 솔직히 그렇게 하고 싶은 것 같지가 않더라고요. 그냥 엄마한테 미안했어요."
참사에 희생된 피해자들 못지않게 지하차도를 가까스로 빠져나온 생존자들의 삶도 여전히 그곳에 머물러 있습니다.
구출됐다는 안도보다도 다른 사람을 구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생존자들을 괴롭게 합니다.
<한근수 / 오송참사 생존자> "제가 어떻게 거기(지하차도)서는 손 닿을 수 있는 위치에 있는데 그거를 어떻게 하지 못했다라는, 그래서 도와주지 못했다라는 그런 것에 대한 그 생각이 너무 그 강하게 들어서 참 미안한 마음도 너무 많고…"
이제는 신경 안정제를 복용하지 않으면 잠에 들 수도 없습니다.
<오송참사생존자 대표> "이게 없으면 굉장히 불안해요. 약에… 제가 정신과 의사한테 "제가 이런 불안한 점도 있어 가지고 약에 의존되는 거 아닌가요" 그러니까 "괜찮아요"
참사가 발생한 지 1년.
피해자들의 상처는 여전히 아물지 않았고, 삶은 무너졌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은 더욱 이 같은 참사가 두번 다시 되풀이 돼선 안된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연합뉴스TV 이호진 입니다. jinlee@yna.co.kr
[영상취재기자 : 이용준·임재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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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송참사 1년 ②] "비만 오면 떠올라"…아물지 않은 참사 피해자의 상흔2024-07-14 13:13: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