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현장] 산책하던 부부 덮친 전동킥보드…미비한 규제·손놓은 정부
<출연 : 차승은 연합뉴스TV 사회부 기자 >
[앵커]
공원에서 산책을 하던 노부부가 고등학생이 몰던 전동 킥보드에 치여 아내가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최근 발생했습니다.
가해 학생들은, 공원에서 헬멧도 쓰지않고 면허도 없는 상태로, 한 킥보드에 두 명이 동시에 타고 있었는데요.
만연한 전동 킥보드 안전 문제에 경종을 울린 이 사건, 취재기자와 함께 더 깊게 알아보겠습니다.
차승은 기자, 먼저 이번 사고의 개요부터 간략히 정리해주시죠.
[기자]
네, 사고는 지난달 8일 일어났는데요.
오후 7시쯤 경기 고양시 일산 호수공원에서 산책 중인 60대 노부부의 뒤를 고등학생 2명이 탄 전동킥보드가 덮친 사고였습니다.
사고 직후 부부 모두 의식을 잃고 병원으로 옮겨졌는데요.
아내는 머리를 크게 다쳐서 결국 사고 아흐레 만에 뇌출혈로 숨졌습니다.
남편도 뼈가 부러지고 트라우마를 호소하는 등 신체적, 정신적 피해가 큰 상황입니다.
[앵커]
네, 정말 안타까운 사고였는데요.
전동킥보드가 어떻게 부부를 치게 된 겁니까?
[기자]
아직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이지만요.
취재를 종합하면 사고 현장에는 전동킥보드와 피해자인 부부 외에 자전거를 탄 9살 아이도 등장합니다.
그러니까 전동킥보드가 공원을 질주하던 중에 왼쪽에서 자전거가 전동킥보드 경로 안으로 들어왔고, 이후에 전동킥보드가 오른쪽에 있는 부부를 친 건데요.
전동킥보드를 탄 가해 학생들은 자전거를 피하려다가 사고가 났다, 이렇게 주장하고 있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그런데 앞서 말씀 드렸지만, 가해 학생들이 탄 전동킥보드, 안전수칙을 거의 지키지 않았다구요.
[기자]
그렇습니다.
킥보드 자체의 문제는 아니고요.
학생들이 법에 어긋난 주행을 한 겁니다.
먼저, 공원 진입부터가 문제였습니다.
도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라서 공원에는 전동 킥보드가 들어갈 수 없습니다.
제가 이 공원을 직접 가봤는데 '전동킥보드 출입 금지' 안내문도 공원 이곳저곳에 붙어 있었습니다.
심지어는 가해 학생들이 질주한 경로에도 이 안내문이 붙어 있었습니다.
또, 학생들은 헬멧도 착용하지 않은 상태였고요.
전동 킥보드를 타려면 원동기 면허가 있어야 하는데 이 면허도 없었습니다.
속도도 문제였는데요.
학생들이 달린 자전거 도로는 시속 20km로 제한되는데, 사고 당시 학생들이 탄 전동킥보드 속도가 시속 21km였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앵커]
한 킥보드에 두 명이 탄 것도 불법인 거잖아요?
[기자]
그렇습니다.
제가 가장 주목하고 싶은 점이기도 한데요.
사실 거리를 둘러보면 한 킥보드에 두 명은 약과고, 서너명 씩 타는 경우도 많지 않습니까?
그런데 정원 초과 탑승은 전문가들이 꼽는 가장 큰 전동 킥보드 사고 원인이라고 합니다.
1인승 전동 킥보드에 2명 이상이 타게 되면 균형을 잃기가 쉽고 방향을 트는 것도 어려워지는데요.
제가 자문을 구한 전문가도 이 점이 사고 위험을 더 키웠다고 본다고 의견을 전했습니다.
[앵커]
어떤 사건이 터지고 나면, 늑장 대응을 비판하는 의도로 요즘 SNS에서 이런 표현이 자주 사용된다고 합니다.
"취재가 시작되자" 인데요.
실제로 고양시가, 사고 이후에 보도가 나가고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니까, 부랴부랴 조치를 취했다면서요
[기자]
그렇습니다.
사고 이후에 시의 관리 소홀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거세지자 안전 관리를 강화하는 대책을 쏟아냈습니다.
먼저, 경찰과 협력해서 무면허 운전과 헬멧 미착용, 2인 이상 탑승 등 이용자 안전수칙 준수 여부를 단속하고, 대여 업체의 운전면허 인증을 의무화할 방침입니다.
공원과 아파트 단지 내 전동킥보드 운행 금지 구역도 설정하기로 했고요.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운행 수칙도 널리 홍보하고, 전동 킥보드 안전 교육도 확대할 계획입니다.
또, 단속과 관련된 법안의 조속한 마련을 정치권에 촉구할 예정입니다.
[앵커]
경찰의 수사도 궁금합니다.
이후에 혐의가 추가로 적용될 소지도 있다고 하던데, 어떤 얘깁니까?
[기자]
경찰은 전동킥보드에 타다가 사고를 낸 10대 고등학생 2명을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해 조사하고 있는데요.
말씀하신대로 추가 혐의가 적용될 수도 있습니다.
헬멧 미착용, 정원 초과 탑승 등은 범칙금으로 끝날 수 있지만, 무면허 운전은 다릅니다.
단순히 범칙금 10만 원 내는 걸로 끝낼 수 없는데요.
무면허가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12대 중과실 사고에 속하기 때문입니다.
12대 중과실 사고는 운전자의 중대한 과실로 사람이 다치면 형사 처벌을 받게 되는 교통사고를 말하는데요.
무면허 운전 외에도 신호위반, 음주운전, 중앙선 침범 등이 있습니다.
이 경우에는 피해자와 합의가 됐거나 보험 처리를 했다고 하더라도 형사처벌 대상이 됩니다.
[앵커]
그리고 사고가 발생한 장소가, 법상에서 도로로 분류가 돼 있지 않다면, '12대 중과실 사고'로 적용되지 못할 수도 있다면서요?
[기자]
맞습니다.
쉽게 설명하자면, 운전면허 시험 준비할 때 널따란 공터나 운동장에서 차량 주행 연습하지 않습니까?
이곳은 도로교통법상 도로가 아니기 때문에 무면허로 운전을 했지만 처벌받지 않는데요.
이처럼 사고가 발생한 공원 내 도로도 도로교통법상 도로로 분류가 돼야만 무면허 운전으로 가중처벌할 수가 있습니다.
도로교통법상 도로의 조건으로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쟁점이 되는 것으로는 차량의 출입이 자유롭고, 차단기나 경비원 등에 의해 통제받지 않고 공개된 장소여야만 하는데요.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경기 일산동부경찰서는 상위 기관인 경찰청에 "사고 도로를 도로교통법상 도로로 봐야 하느냐" 질의를 넣어놓고 답변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답변은 다음주 쯤 나올 것 같다고 경찰은 설명했습니다.
[앵커]
네, 전동킥보드가 코로나19 이후에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이제는 하나의 대중 교통수단으로 자리를 잡았다해도 과언이 아닐텐데요.
문제는 이렇게 안전사고가 잇따르다보니 '도로 위의 시한폭탄', 고라니처럼 갑자기 튀어나와서 '킥라니'다, 숱한 오명도 쓰고있는데요.
이런 이유들로 2021년 5월, 전동 킥보드 이용 규제가 강화됐잖아요.
[기자]
그렇습니다.
전동 킥보드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면서 정부는 도로교통법을 개정했는데요.
전에는 면허가 없어도 13살이 넘으면 전동 킥보드를 이용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원동기 면허가 있는 16세 이상만 전동 킥보드를 탈 수 있습니다.
헬멧 착용 의무와 음주운전·초과 인원 탑승·인도 진입 시 범칙금을 부과하는 규정도 이때 생겼습니다.
[앵커]
차기자의 말대로 법은 강화가 됐는데, 오히려 사고 건수는 더 늘었다면서요?
[기자]
네, 지난해인 2023년 전동 킥보드로 인한 교통사고는 2,389건이고요, 사상자는 2,646명입니다.
법이 제정된 2021년보다 사고 건수와 사상자 모두 1.4배 늘었습니다.
[앵커]
법이 강화됐는데 사고 건수는 늘었다?
얼핏 이해가 잘 되지 않는데, 아무래도 범칙금이 높지않다보니까 경각심이 떨어지는 이유도 있을까요?
[기자]
앵커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낮은 범칙금을 지적하는 전문가들도 있습니다.
이 밖에도 단속이 쉽지 않은 탓도 큰데요.
전동 킥보드에는 오토바이나 승용차처럼 번호판이 달려 있지 않아서 현장에서 적발한 게 아니라면 단속이 쉽지가 않습니다.
그렇다고 골목 골목 마다 경찰관을 배치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요.
현장에서 적발했더라도 이용자가 전동 킥보드를 타고 빠르게 질주해 버린다면 경찰관이 추적하기는 쉽지 않겠죠.
대여 업체에서 무면허 여부를 확인하지 않는 점도 문제입니다.
대여 업체에게 면허 확인 의무를 부여할 법상 근거는 없는데요.
그렇다 보니 대부분 업체는 별도의 인증 절차 없이 가입 이후 곧바로 이용이 가능합니다.
[앵커]
이전에도 전동 킥보드로 인한 사망 사고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번 사고는 시민들에게 더 큰 충격을 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단순히 거리에서 좀 불편한 존재가 아니라, 정말 일순간에 삶의 평화를 앗아갈 수 있는 존재가 돼버린 건데, 규제를 더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빗발치고 있다면서요.
[기자]
그렇습니다.
일단 전동 킥보드 대여업은 자유업에 해당해 오토바이처럼 허가제가 아닌 신고제가 적용됩니다.
따라서 정부가 전동 킥보드가 몇 대인지 실태를 파악하기도 어려운 실정입니다.
전문가들은 먼저 이 전동 킥보드 대여업을 허가제로 바꿔서 정부의 관리·감독을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또, 법은 있지만 너무 느슨하고 구멍이 숭숭 뚫렸다는 비판이 큰데요.
이를 테면, 안전수칙에 따라 범칙금이 부과되지만 단속이 어려워 지키는 사람이 없고, 전동 킥보드에 원동기 면허 의무 조항을 넣었지만 대여 업체가 면허 확인을 안 하니 무용지물이 됐잖아요.
법을 새로 만들어서 대여 업체에 면허 확인 의무 조항을 신설하고 번호판 부착 등을 요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정부의 규제 만큼이나 이용자 개인의 안전 인식 제고도 중요한데요.
전동 킥보드 이용자도 사고 시 상대는 물론 본인도 크게 다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헬멧 착용, 정원 탑승 등 안전 수칙을 유념해야 합니다.
전동 킥보드 이용자 대부분이 미성년자인 만큼 학교에서 안전 교육을 강화하는 것도 필요해 보입니다.
[앵커]
허가제나 면허 확인 의무, 이런 것들이 처음 나오는 얘기는 아닌데요.
2021년 도로교통법 개정 이후에 이러다 할 변화는 없는 것 같아요.
[기자]
그렇습니다.
법을 만드는 국회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오는데요.
지난 21대 국회 때 방금 말씀 드린 내용을 담은 법안이 발의가 됐습니다.
21대 국회 임기 초반에 발의됐는데 결국 통과되지 못하고 임기 만료로 자동 폐기됐습니다.
22대 국회 들어서 비슷한 법안이 발의돼 있지만 관심이 높은 분위기는 아니라서 처리될지는 미지수입니다.
[앵커]
자 그런가하면, 최근에 정부가 전동킥보드의 최고 속도를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면서요?
[기자]
그렇습니다.
정부가 사고 예방을 위해서 현행법상 시속 25km인 전동 킥보드 최고 속도를 시속 20km로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일단 대여 업체들과 업무협약을 맺고 이번 달부터 올해 말까지 서울과 부산 같은 주요 도시에서 시범사업을 벌이기로 했는데요.
정부는 시범 운영으로 효과가 확인되면 법 개정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물론 희소식이지만 전문가들은 의심의 눈길을 걷지 않고 있습니다.
전동킥보드 대여업 허가제처럼 정부가 앞서 추진하겠다고 했다가 업체들의 반발에 부딪혀 종국에는 유야무야 된 경우가 적지 않아서인데요.
전문가들은 이번에도 끝까지 지켜봐야 한다고 당부했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불의의 사고로 운명을 달리한 일산 호수공원 사고의 피해자 가족분들도 규제 강화를 요구하고 있다고 하는데, 어떤 얘기를 전했는지 끝으로 짚어주시죠.
[기자]
네, 제가 취재 차 피해자 가족을 만났는데요.
사고가 발생한 공원 시설부터 법의 허점까지 저보다 더 많이 알고 계시더라고요.
사고 이후에 꼼꼼히 조사하신 것 같았습니다.
가족들은 "부모님의 사고는 너무나 원통하지만 더 이상 같은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하는 게 남은 가족으로서의 의무일 것 같다"면서 강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을 전했습니다.
[앵커]
네, 잘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차승은 기자였습니다. (chaletuno@yna.co.kr)
#전동킥보드 #킥라니 #일산호수공원
연합뉴스TV 기사문의 및 제보 : 카톡/라인 jebo23
(끝)
<출연 : 차승은 연합뉴스TV 사회부 기자 >
ADVERTISEMENT
[앵커]
공원에서 산책을 하던 노부부가 고등학생이 몰던 전동 킥보드에 치여 아내가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최근 발생했습니다.
가해 학생들은, 공원에서 헬멧도 쓰지않고 면허도 없는 상태로, 한 킥보드에 두 명이 동시에 타고 있었는데요.
만연한 전동 킥보드 안전 문제에 경종을 울린 이 사건, 취재기자와 함께 더 깊게 알아보겠습니다.
차승은 기자, 먼저 이번 사고의 개요부터 간략히 정리해주시죠.
[기자]
ADVERTISEMENT
네, 사고는 지난달 8일 일어났는데요.
오후 7시쯤 경기 고양시 일산 호수공원에서 산책 중인 60대 노부부의 뒤를 고등학생 2명이 탄 전동킥보드가 덮친 사고였습니다.
사고 직후 부부 모두 의식을 잃고 병원으로 옮겨졌는데요.
아내는 머리를 크게 다쳐서 결국 사고 아흐레 만에 뇌출혈로 숨졌습니다.
남편도 뼈가 부러지고 트라우마를 호소하는 등 신체적, 정신적 피해가 큰 상황입니다.
[앵커]
네, 정말 안타까운 사고였는데요.
전동킥보드가 어떻게 부부를 치게 된 겁니까?
[기자]
아직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이지만요.
취재를 종합하면 사고 현장에는 전동킥보드와 피해자인 부부 외에 자전거를 탄 9살 아이도 등장합니다.
그러니까 전동킥보드가 공원을 질주하던 중에 왼쪽에서 자전거가 전동킥보드 경로 안으로 들어왔고, 이후에 전동킥보드가 오른쪽에 있는 부부를 친 건데요.
전동킥보드를 탄 가해 학생들은 자전거를 피하려다가 사고가 났다, 이렇게 주장하고 있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그런데 앞서 말씀 드렸지만, 가해 학생들이 탄 전동킥보드, 안전수칙을 거의 지키지 않았다구요.
[기자]
그렇습니다.
킥보드 자체의 문제는 아니고요.
학생들이 법에 어긋난 주행을 한 겁니다.
먼저, 공원 진입부터가 문제였습니다.
도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라서 공원에는 전동 킥보드가 들어갈 수 없습니다.
제가 이 공원을 직접 가봤는데 '전동킥보드 출입 금지' 안내문도 공원 이곳저곳에 붙어 있었습니다.
심지어는 가해 학생들이 질주한 경로에도 이 안내문이 붙어 있었습니다.
또, 학생들은 헬멧도 착용하지 않은 상태였고요.
전동 킥보드를 타려면 원동기 면허가 있어야 하는데 이 면허도 없었습니다.
속도도 문제였는데요.
학생들이 달린 자전거 도로는 시속 20km로 제한되는데, 사고 당시 학생들이 탄 전동킥보드 속도가 시속 21km였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앵커]
한 킥보드에 두 명이 탄 것도 불법인 거잖아요?
[기자]
그렇습니다.
제가 가장 주목하고 싶은 점이기도 한데요.
사실 거리를 둘러보면 한 킥보드에 두 명은 약과고, 서너명 씩 타는 경우도 많지 않습니까?
그런데 정원 초과 탑승은 전문가들이 꼽는 가장 큰 전동 킥보드 사고 원인이라고 합니다.
1인승 전동 킥보드에 2명 이상이 타게 되면 균형을 잃기가 쉽고 방향을 트는 것도 어려워지는데요.
제가 자문을 구한 전문가도 이 점이 사고 위험을 더 키웠다고 본다고 의견을 전했습니다.
[앵커]
어떤 사건이 터지고 나면, 늑장 대응을 비판하는 의도로 요즘 SNS에서 이런 표현이 자주 사용된다고 합니다.
"취재가 시작되자" 인데요.
실제로 고양시가, 사고 이후에 보도가 나가고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니까, 부랴부랴 조치를 취했다면서요
[기자]
그렇습니다.
사고 이후에 시의 관리 소홀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거세지자 안전 관리를 강화하는 대책을 쏟아냈습니다.
먼저, 경찰과 협력해서 무면허 운전과 헬멧 미착용, 2인 이상 탑승 등 이용자 안전수칙 준수 여부를 단속하고, 대여 업체의 운전면허 인증을 의무화할 방침입니다.
공원과 아파트 단지 내 전동킥보드 운행 금지 구역도 설정하기로 했고요.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운행 수칙도 널리 홍보하고, 전동 킥보드 안전 교육도 확대할 계획입니다.
또, 단속과 관련된 법안의 조속한 마련을 정치권에 촉구할 예정입니다.
[앵커]
경찰의 수사도 궁금합니다.
이후에 혐의가 추가로 적용될 소지도 있다고 하던데, 어떤 얘깁니까?
[기자]
경찰은 전동킥보드에 타다가 사고를 낸 10대 고등학생 2명을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해 조사하고 있는데요.
말씀하신대로 추가 혐의가 적용될 수도 있습니다.
헬멧 미착용, 정원 초과 탑승 등은 범칙금으로 끝날 수 있지만, 무면허 운전은 다릅니다.
단순히 범칙금 10만 원 내는 걸로 끝낼 수 없는데요.
무면허가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12대 중과실 사고에 속하기 때문입니다.
12대 중과실 사고는 운전자의 중대한 과실로 사람이 다치면 형사 처벌을 받게 되는 교통사고를 말하는데요.
무면허 운전 외에도 신호위반, 음주운전, 중앙선 침범 등이 있습니다.
이 경우에는 피해자와 합의가 됐거나 보험 처리를 했다고 하더라도 형사처벌 대상이 됩니다.
[앵커]
그리고 사고가 발생한 장소가, 법상에서 도로로 분류가 돼 있지 않다면, '12대 중과실 사고'로 적용되지 못할 수도 있다면서요?
[기자]
맞습니다.
쉽게 설명하자면, 운전면허 시험 준비할 때 널따란 공터나 운동장에서 차량 주행 연습하지 않습니까?
이곳은 도로교통법상 도로가 아니기 때문에 무면허로 운전을 했지만 처벌받지 않는데요.
이처럼 사고가 발생한 공원 내 도로도 도로교통법상 도로로 분류가 돼야만 무면허 운전으로 가중처벌할 수가 있습니다.
도로교통법상 도로의 조건으로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쟁점이 되는 것으로는 차량의 출입이 자유롭고, 차단기나 경비원 등에 의해 통제받지 않고 공개된 장소여야만 하는데요.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경기 일산동부경찰서는 상위 기관인 경찰청에 "사고 도로를 도로교통법상 도로로 봐야 하느냐" 질의를 넣어놓고 답변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답변은 다음주 쯤 나올 것 같다고 경찰은 설명했습니다.
[앵커]
네, 전동킥보드가 코로나19 이후에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이제는 하나의 대중 교통수단으로 자리를 잡았다해도 과언이 아닐텐데요.
문제는 이렇게 안전사고가 잇따르다보니 '도로 위의 시한폭탄', 고라니처럼 갑자기 튀어나와서 '킥라니'다, 숱한 오명도 쓰고있는데요.
이런 이유들로 2021년 5월, 전동 킥보드 이용 규제가 강화됐잖아요.
[기자]
그렇습니다.
전동 킥보드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면서 정부는 도로교통법을 개정했는데요.
전에는 면허가 없어도 13살이 넘으면 전동 킥보드를 이용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원동기 면허가 있는 16세 이상만 전동 킥보드를 탈 수 있습니다.
헬멧 착용 의무와 음주운전·초과 인원 탑승·인도 진입 시 범칙금을 부과하는 규정도 이때 생겼습니다.
[앵커]
차기자의 말대로 법은 강화가 됐는데, 오히려 사고 건수는 더 늘었다면서요?
[기자]
네, 지난해인 2023년 전동 킥보드로 인한 교통사고는 2,389건이고요, 사상자는 2,646명입니다.
법이 제정된 2021년보다 사고 건수와 사상자 모두 1.4배 늘었습니다.
[앵커]
법이 강화됐는데 사고 건수는 늘었다?
얼핏 이해가 잘 되지 않는데, 아무래도 범칙금이 높지않다보니까 경각심이 떨어지는 이유도 있을까요?
[기자]
앵커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낮은 범칙금을 지적하는 전문가들도 있습니다.
이 밖에도 단속이 쉽지 않은 탓도 큰데요.
전동 킥보드에는 오토바이나 승용차처럼 번호판이 달려 있지 않아서 현장에서 적발한 게 아니라면 단속이 쉽지가 않습니다.
그렇다고 골목 골목 마다 경찰관을 배치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요.
현장에서 적발했더라도 이용자가 전동 킥보드를 타고 빠르게 질주해 버린다면 경찰관이 추적하기는 쉽지 않겠죠.
대여 업체에서 무면허 여부를 확인하지 않는 점도 문제입니다.
대여 업체에게 면허 확인 의무를 부여할 법상 근거는 없는데요.
그렇다 보니 대부분 업체는 별도의 인증 절차 없이 가입 이후 곧바로 이용이 가능합니다.
[앵커]
이전에도 전동 킥보드로 인한 사망 사고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번 사고는 시민들에게 더 큰 충격을 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단순히 거리에서 좀 불편한 존재가 아니라, 정말 일순간에 삶의 평화를 앗아갈 수 있는 존재가 돼버린 건데, 규제를 더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빗발치고 있다면서요.
[기자]
그렇습니다.
일단 전동 킥보드 대여업은 자유업에 해당해 오토바이처럼 허가제가 아닌 신고제가 적용됩니다.
따라서 정부가 전동 킥보드가 몇 대인지 실태를 파악하기도 어려운 실정입니다.
전문가들은 먼저 이 전동 킥보드 대여업을 허가제로 바꿔서 정부의 관리·감독을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또, 법은 있지만 너무 느슨하고 구멍이 숭숭 뚫렸다는 비판이 큰데요.
이를 테면, 안전수칙에 따라 범칙금이 부과되지만 단속이 어려워 지키는 사람이 없고, 전동 킥보드에 원동기 면허 의무 조항을 넣었지만 대여 업체가 면허 확인을 안 하니 무용지물이 됐잖아요.
법을 새로 만들어서 대여 업체에 면허 확인 의무 조항을 신설하고 번호판 부착 등을 요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정부의 규제 만큼이나 이용자 개인의 안전 인식 제고도 중요한데요.
전동 킥보드 이용자도 사고 시 상대는 물론 본인도 크게 다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헬멧 착용, 정원 탑승 등 안전 수칙을 유념해야 합니다.
전동 킥보드 이용자 대부분이 미성년자인 만큼 학교에서 안전 교육을 강화하는 것도 필요해 보입니다.
[앵커]
허가제나 면허 확인 의무, 이런 것들이 처음 나오는 얘기는 아닌데요.
2021년 도로교통법 개정 이후에 이러다 할 변화는 없는 것 같아요.
[기자]
그렇습니다.
법을 만드는 국회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오는데요.
지난 21대 국회 때 방금 말씀 드린 내용을 담은 법안이 발의가 됐습니다.
21대 국회 임기 초반에 발의됐는데 결국 통과되지 못하고 임기 만료로 자동 폐기됐습니다.
22대 국회 들어서 비슷한 법안이 발의돼 있지만 관심이 높은 분위기는 아니라서 처리될지는 미지수입니다.
[앵커]
자 그런가하면, 최근에 정부가 전동킥보드의 최고 속도를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면서요?
[기자]
그렇습니다.
정부가 사고 예방을 위해서 현행법상 시속 25km인 전동 킥보드 최고 속도를 시속 20km로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일단 대여 업체들과 업무협약을 맺고 이번 달부터 올해 말까지 서울과 부산 같은 주요 도시에서 시범사업을 벌이기로 했는데요.
정부는 시범 운영으로 효과가 확인되면 법 개정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물론 희소식이지만 전문가들은 의심의 눈길을 걷지 않고 있습니다.
전동킥보드 대여업 허가제처럼 정부가 앞서 추진하겠다고 했다가 업체들의 반발에 부딪혀 종국에는 유야무야 된 경우가 적지 않아서인데요.
전문가들은 이번에도 끝까지 지켜봐야 한다고 당부했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불의의 사고로 운명을 달리한 일산 호수공원 사고의 피해자 가족분들도 규제 강화를 요구하고 있다고 하는데, 어떤 얘기를 전했는지 끝으로 짚어주시죠.
[기자]
네, 제가 취재 차 피해자 가족을 만났는데요.
사고가 발생한 공원 시설부터 법의 허점까지 저보다 더 많이 알고 계시더라고요.
사고 이후에 꼼꼼히 조사하신 것 같았습니다.
가족들은 "부모님의 사고는 너무나 원통하지만 더 이상 같은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하는 게 남은 가족으로서의 의무일 것 같다"면서 강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을 전했습니다.
[앵커]
네, 잘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차승은 기자였습니다. (chaletuno@yna.co.kr)
#전동킥보드 #킥라니 #일산호수공원
연합뉴스TV 기사문의 및 제보 : 카톡/라인 jebo23
(끝)
당신이 담은 순간이 뉴스입니다!
- jebo23
- 라인 앱에서 'jebo23' 친구 추가
- jebo23@yna.co.kr
ⓒ연합뉴스TV,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