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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잇] 팝업스토어가 쓸고 간 성수동…내몰리는 상인들

뉴스사회

[뉴스잇] 팝업스토어가 쓸고 간 성수동…내몰리는 상인들

2024-09-26 18:31:37

[뉴스잇] 팝업스토어가 쓸고 간 성수동…내몰리는 상인들

[앵커]

서울의 대표적인 핫플레이스, 바로 성수동입니다.

요즘은 팝업스토어에 가기 위해 성수동에 간다는 말도 나오는데요.

팝업스토어는 짧게는 하루에서 이틀, 길게는 두세 달 동안 매장을 열고 소비자들의 반응을 살펴보는 마케팅입니다.

그러나 이 팝업스토어 때문에 기존 상인들은 자리를 잃어가고 있는데요, 화면으로 함께 보시죠.

[기자]

지난 24일, 서울 성수동 거리.

개성 있게 꾸며놓은 팝업스토어 여러 곳이 눈에 띕니다.

단기간 매장을 열어 상품을 알리는 방식의 팝업스토어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홍보 효과를 얻을 수 있어 인기입니다.

최근 2, 3년 새 성수동 카페거리 부근 연무장길에 팝업스토어가 꾸준히 들어서면서, 성수동은 팝업의 성지로 자리 잡았습니다.

"팝업스토어 자체가 (성수동에) 몰려있기도 하고…아예 이렇게 (성수동을) 한 바퀴 돌아서 (이벤트 상품을) 싹 받아 가는 그런 추세도 있고…."

<팝업스토어 방문객> "(일부러 찾아오신 거예요?) 일부러 찾아왔어요. 럭키 드로(증정품 제비뽑기) 같은 것 뽑아서 화장품 주기도 하고…."

팝업스토어 열풍의 여파로, 성수동은 연일 공사 중입니다.

단기간 운영하는 팝업스토어 특성상 기존 매장을 철거하거나 새롭게 매장을 꾸미는 작업이 매일 같이 이뤄지는 겁니다.

팝업 운영이 끝나면 공실도 쏟아집니다.

팝업스토어가 문을 열면 운영 기간에는 줄을 설 정도로 사람이 몰리지만, 운영 기간이 끝나면 이렇게 공실이 됩니다.

팝업스토어를 낯설게 느꼈던 건물 소유주들은 이제 팝업스토어를 위한 단기 계약을 선호하는 추세입니다.

평균 한 달 단위로 계약하는 팝업스토어는 일반적인 상가 임대차 계약이 아니기 때문에 임대차보호법 적용이 되지 않고, 따라서 1년에 최대 5%인 임대료 상승 제한을 따를 필요도 없기 때문입니다.

<김춘수 / 성수동 '썬리얼티 부동산중개법인' 매니저> "좋은 자리 같은 경우는 현재 업체가 (팝업스토어를)하고 있고, 그 업체가 나가면 바로 며칠 뒤에 다시 들어오고… 여러 업체가 계속 (예약이) 차 있는 상황입니다. 유동 인구가 가장 많은 자리, 평수도 선호하는 평수가 있어요. 40평에서 60평대 사이… 한 달 정도 하신다고 하면 (임대료가) 1억 5,000만 원에서 2억 원 정도… 싼 가격은 아니에요. 일반 임대차 계약하고 비교했을 때…."

사실상 부르는 게 값이 됐고, 그 피해는 오랜 시간 성수동에서 장사를 해온 상인들에게 고스란히 넘어가고 있습니다.

성수동에서 20년 넘게 수제화 가게를 운영해온 유홍식 씨는 치솟는 월세 때문에 성수동 안에서 여러 번 가게를 옮겼습니다.

최근에는 같은 건물 1층에서 2층으로 또 이동했습니다.

<유홍식 / 성수동 수제화 가게 운영> "집세가 비싸니까 올라왔죠, 싼 데 찾아서. 감당이 안 될 정도로 많이 올랐죠, (성수동) 월세가. 엄청나게 올랐죠, 엄청나게 올랐죠. 그냥 오른 것이 아니라…."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 해 폐업하거나, 다른 지역으로 옮긴 업체도 많다고 말합니다.

<유홍식 / 성수동 수제화 가게 운영> "(다른 수제화 업체들은) 거의 다 옮겼어요. 부자재 파는 사람들도 다 집세 싼 데로 옮겼어요. 나라에서는 5% 법으로 (전월세 상한제를) 규정했지만, 건물 갖고 있는 사람들은 '5%라는 건 너희들 얘기다' 이 말이에요."

동네를 대표해온 상인들이 둥지에서 내몰리는 현상, 이른바 젠트리피케이션이 성수동에서도 심화하고 있는 것입니다.

원래도 비싼데 팝업스토어의 유행으로 임대료가 더 치솟으면서 이런 현상에 가속도가 붙는 형국입니다.

<이창무 / 한양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 "수익성이 훨씬 더 높은 시설들이 (지역을) 채워가는 과정이니까, 분명히 젠트리피케이션이죠. 지금의 흐름은 사실은 거역하기 조금 힘들 것 같고…공공이 임대를 한다든지, 공공 임대 상가의 구도를 끌고 가는 것도…지역이 갖고 있는 오래된 역사, 상징성이나 가치를 지켜줄 수 있을 테니까 노력은 필요할 것 같습니다."

비싼 임대료를 감당할 수 있는 대기업들이 선점하다 보니 성수동만의 고유한 문화가 사라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는 가운데, 경리단길 등 이미 젠트리피케이션의 폐해를 경험한 다른 지역들처럼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연합뉴스TV 구하림입니다. (halimkoo@yna.co.kr)

#성수동 #팝업스토어 #연무장길 #젠트리피케이션 #수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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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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