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풍향계] 이재용·정용진…희비 갈린 '68년생 동갑내기 사촌'
[앵커]
한 주간 기업 최고 경영자들의 동향을 살펴보는 시간이죠.
'CEO 풍항계'입니다.
이번주 주목을 받은 CEO는 누구일까요.
또 어떤 행보를 보였을까요.
성승환, 김주영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기자]
이번주 저희가 주목한 첫번째 CEO,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입니다.
재계 안팎에서 불거진 경영위기론에 맞서고 있는 이 회장은 최근 고 이병철 삼성 창업회장의 37주기 추도식에 참석했습니다.
사실 재계에서는 지난해 이 회장이 재판 일정과 겹쳐 추도식에 불참했던 만큼 올해는 실적 악화를 타개할 메시지를 내놓지 않을까 기대했습니다만, 별다른 메시지는 없었습니다.
이 회장은 2년 전 아버지 고 이건희 선대회장 2주기 추도식 당시 사장단에게 "지금은 더 과감하고 도전적으로 나서야 한다"며 "어렵고 힘들 때일수록 앞서 준비해야한다"고 주문한 바 있는데요.
하지만 사장단 오찬에서도, 취임 2주년에도 특별한 경영 메시지를 전달하지 않은 채 침묵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삼성전자는 1983년 이병철 창업회장의 '도쿄 선언' 이후 반도체 성공 신화의 근원지가 된 기흥캠퍼스에 최첨단 차세대 연구개발 센터를 만들어 초격차를 되찾겠다는 전략인데요.
시장의 기대에 못미치는 실적, 그리고 흔들린 주가 등 대외 악재를 마주하게 된 이 회장, 연말 쇄신 인사 등을 통해 실적 반전을 꾀하며 '저력의 삼성'이라는 평가를 되찾을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다음은 이재용 회장과 1968년생 동갑이자 이 회장의 고종사촌이죠.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입니다.
회사 경영과 관련해 삼성은 그늘이 졌는데, 정 회장은 어땠을지 알아보죠.
최근 계열분리 이후 정 회장이 이끈 이마트는 3년여 만에 분기 최대 실적을 올렸습니다.
특히 지난 3월 취임한 이후 2개 분기 만에 가파른 실적 개선세를 이끌어냈으니 경영 리더십을 주목할만 하겠죠.
관전 포인트는 정 회장이 지난해 11월 경영전략실 개편을 시작으로 그룹 전반에 변화의 시동을 걸었다는 점입니다.
"조직, 시스템, 업무 방식을 과감히 바꿔야 한다"는 원칙과 '신상필벌' 기조 속에 성과주의 문화를 정착시키는데 공을 들였습니다.
또 지난해 이마트와 계열사인 이마트에브리데이, 이마트24를 통합 운영하며 '대형마트 본업'의 경쟁력 강화를 꾀했고, '새로운 이마트'를 내세운 사업장 리뉴얼, 고객 중심의 '가격파괴 선언'등으로 고객 수 증가와 영업이익 확대라는 결과물을 수확했습니다.
야구 구단주로서 활발한 소통 창구였던 SNS도 끊은 채 혁신 작업을 몰입하며 '회장 본업' 챙기기에 열중한 정 회장, 앞으로도 경영 쇄신과 리더십 기대하겠습니다.
이번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행보 살펴보죠.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잰걸음 속에 보폭을 넓히는 모습입니다.
특히 최근 SK하이닉스의 자회사 '솔리다임'의 이사회 의장을 맡은 것이 주목해볼만 한데요.
원래 인텔의 낸드플래시 사업부였던 것을 2021년 11조원 가량을 들여 인수해 설립한 미국 자회사로 현재 AI 데이터센터용 낸드 솔루션 시장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당선으로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AI 데이터센터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그룹의 AI 반도체 사업을 최 회장이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로 풀이됩니다.
물론 트럼프 행정부가 반도체 보조금 축소나 폐지를 저울질하고 있는 점은 분명한 위협요인이겠죠.
내년 'APEC CEO 서밋' 의장직을 맡으며 광폭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최 회장, 위기 관리를 통해 기회를 극대화할 수 있을지 주목해 보겠습니다.
이번주 마지막 CEO,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입니다.
그룹의 방산 자회사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회장을 겸직하게 됐는데 역시 다분히 트럼프 2기 행정부에 대비한 조치로 풀이됩니다.
김 회장은 그동안 오너 3세들이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 한발 물러나 지원 사격을 하는 형국이었는데요.
트럼프 당선인이 한국 조선과 방산에 러브콜을 보내자, 그룹 핵심 계열사의 수장을 맡으며 직접 발 벗고 나섰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특히 김 회장은 트럼프 측근으로 분류되는 에드윈 퓰너 미국 헤리티지재단 회장과 40여 년째 우정을 이어오고 있는데요.
이런 인연으로 2017년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도 초청받았으나 건강 문제로 참석하지 못한 바가 있습니다.
트럼프 리스크에 대한 위기감이 재계 안팎에서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김 회장이 특유의 촉을 바탕으로 기회를 잡을 수 있을지 챙겨볼 대목입니다.
기업들이 실적 악화 속에 연말 인사 시즌에 돌입하면서 물갈이 폭과 규모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정부든 기업이든 '인사가 만사다'라는 말처럼 인사를 통해 쇄신을 도모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겠죠.
물론 대내외 여건에 따른 사업구조 재편, 그리고 '신상필벌' 중요합니다.
하지만 혹시 무분별한 사업 확장이 오너의 결단으로 포장되었던 것은 아닌지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임원, 사장단에 부회장까지 바꿀지라도 총수는 바뀌지 않으니까요.
이번주 CEO 풍향계는 여기까지입니다.
성승환 기자 (ssh82@yna.co.kr)
김주영 기자 (ju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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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풍향계] 이재용·정용진…희비 갈린 '68년생 동갑내기 사촌'2024-11-22 13:29:04